전주 우석고에 다니는 심모 군은 지난 6일, 3교시 수업을 받던 중 갑작스런 담임선생님의 호출로 학생부실로 가 덕진경찰서에서 나온 정보과 형사에게 조사를 받아야 했다. 미국산 쇠고기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를 열기 위해 집회신고를 하러 경찰서에 다녀온 직후였다. 이 형사는 심모 군에게 ‘배후’가 누구인지를 캐물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덕진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수천 건의 항의 글이 올라왔으며,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마비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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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진경찰서 홈페이지 자유발언대에는 시민들의 항의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
지난 7일에도 학생들 사이에 돌고 있는 문자메세지의 유통경로를 찾겠다며 경찰이 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조사하기도 했으며, 인천시교육청은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핸드폰 문자를 살펴보고 보고하라는 지시도 내린 바 있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청소년 탄압을 중단하라”고 들고 일어섰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5일, 성명을 내 “집회는 신고만 하면 누구나 행할 수 있는 권리일 뿐, 결코 범죄가 아니다”라며 “경찰의 이번 행위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정권에 충성하던 과거 공안경찰의 행태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번 조사가 비록 정부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경찰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조장한 책임은 분명 정부에 있다”라며 “조사와 협박을 통해 국민을 억누르는 행위를 당장 중단할 것을 정부와 경찰에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지금까지의 촛불문화제는 명백히 미신고 집회로 불법인 만큼 주최자에 대해서는 사후 처벌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내일(17일) 청소년들의 대규모 촛불문화제 참가가 예상되자 서울시교육청은 16일, 청계광장과 서울시청 등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장소에 서울시내 중고등학교 교감 670명을 비롯, 본청과 각 지역교육청 장학사 222명 등 총 892명이 현장에서 학생지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내일 열릴 촛불문화제는 '광우병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긴급대책회의'와 '4ㆍ15 교육공대위'가 공동 주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비판은 물론 4.15 학교 자율화 조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