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승무원, 자회사 간접고용 거부

서울역 철탑-쇠사슬 농성 해제, 교섭 결렬 선언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8월 27일부터 서울역 승강장 맞은편 조명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여 온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이 농성 18일째인 13일 오후 6시경 농성을 해제했다. 쇠사슬을 두르고 11일부터 서울역 대합실 농성에 들어갔던 KTX승무원 20여 명도 다음날 오후 4시에 농성을 중단했다.

  참세상 자료사진

이들이 농성을 중단하게 된 것은 철탑 고공농성 이후 철도공사와 철도노조가 벌인 몇 차례의 교섭에서 철도공사가 "KTX승무원은 절대로 직접고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데 따른 것이다. 철도공사는 해고된 KTX승무원들에 대해 철도공사 자회사로의 '취업 알선'을 제시한 바 있다. 철탑 고공농성이 장기화되면서 농성자들의 건강과 피로도가 염려할 만한 수준에 이른 것도 한 배경이 됐다.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줄곧 주장해왔듯 고공농성에 돌입하면서도 "철도공사에 직접고용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었다. "자회사 취업을 알선해 주겠다"는 철도공사의 입장과 관련해서도 장시간 토론을 벌였으나, 토론 끝에 투쟁을 선택한 이유인 '직접고용'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철도공사와 승무원들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철도노조도 13일 오전 9시부로 승무원들의 농성과 관련된 교섭을 종료해, KTX승무원들은 철탑 농성과 쇠사슬 농성이 무의미한 것으로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김영선 KTX열차승무지부 상황실장은 "철도공사에서 교섭안이라고 나온 것이 새마을호 승무원은 직접고용하고 KTX승무원은 간접고용하겠다는 것이라, 투쟁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KTX승무원들로써는 투쟁의 이유인 '철도공사 직접고용'은커녕, 농성자들에 대한 고소고발과 경찰 투입을 검토하는 철도공사에 '교섭 결렬'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것.

양한웅 'KTX승무원파업지지원대책위' 집행위원장도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철탑 농성을 선택했었고, 농성을 해제한 것도 조합원들 스스로 주체적인 토론 끝에 결정한 것"이라며 "철도공사의 간접고용을 당당히 거부하고 나섰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KTX승무원들은 며칠간 휴식을 취한 후 새로운 투쟁을 모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