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시작되었던 청계광장에서 ‘미친교육’을 말하다

“교육주체인 청소년의견은 왜 안들어”



14일은 청소년들이 언론에 주목을 받는 날이었다. 일제고사를 치루는 청소년이나,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등교거부를 하거나 체험학습에 나선 청소년이나 언론들이 따라다니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제고사를 반대하며 거리로 나선 청소년들은 ‘무한경쟁 일제고사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정국의 불씨가 된 5월의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생각들을 숨김없이 펼쳤다.

오전 9시부터 거리로 등교한 청소년들은 서울시 교육청,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자신들의 학교에서 실천학습을 하더니, 이날 마지막 수업을 위해 촛불의 진원지인 청계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비록 학교에 등교는 했지만, 일제고사를 지독하게 보기 싫었던 청소년들도 주변을 맴돌다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문제는 많고 시간은 길어 일제고사 답안지에 찍기만 했다는 김 모(중학교 3학년)양은 “등교거부를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 때문에 하지 못했다”며 ‘중딩’의 현실을 설명하더니 “공부가 다는 아닌데 영어몰입 교육이다 뭐다 해서 몰아세우기만 하니 청소년들이 자살하고 우울증에 걸리는 것 아니냐”고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파이낸스센터 앞에 준비된 무대에서는 청소년들과 어른들의 발언, 청소년들과 어른들의 문화공연이 교차되면서 촛불문화제가 진행됐다.


며칠사이 발언을 많이 해 별로 발언을 하고 싶지 않다던 ‘엥건’은 “일제고사 반대 캠페인을 하면서 ‘줄세우기’라는 말을 많은 했는데, 사실 공허했다. 물론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이라며 복잡한 심결을 토로하더니 “많은 청소년들이 입시지옥이라고 말하지만 빈껍데기 말일 때가 많은 것 같다. 자신의 고통도 모르고, 인간이라는 것도 모르고, 다시 시험지 앞에 앉는다. 직접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았으면, 이런 현실을 안 참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어른 발언자 중 한 명이었던 박승희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처장은 “아이 셋의 엄마인데 지난 8일 아이 둘을 체험학습을 보냈을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며 “왜 그런지 아냐”고 묻자 청소년들은 “알아요”라는 대답과 함께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프랑스 교과서에는 불의에 대해 저항하는 저항권을 설명하고 있다. 순종만을 강요받다가 어른이 되어서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았다”면서 “불의에 맞설 권리를 어릴 때부터 배웠으면 이 사회가 이렇게 엉망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과 문화공연이 교차된 ‘촛불문화제’는 락밴드의 공연과 함께 상징의식을 펼쳤고, 신명이 난 청소년과 어른들 그리고 주변을 지나가던 행인들까지 흥겹게 몸을 흔들며 마무리됐다. 그리고 거리학교의 ‘학생’들은 이날에 이어 15일에도 진행될 거리학교에 ‘출첵’할 것을 약속하며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