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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 체포 구속 규탄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노종면을 석방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송선영 |
칼바람이 몰아치는 26일 저녁 MBC·YTN노조, 용산참사 범대위가 만났다. 언뜻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이들 만남의 주선자는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였다.
26일 저녁 7시부터 약 2시간 가량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 앞에서 진행된 ‘언론인 체포 구속 규탄 촛불문화제’에서 무대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눈물에 목이 메인 듯한 목소리로 ‘투쟁’과 ‘연대’를 다짐했다.
맨 앞줄은 용산참사로 희생당한 고인 5명의 영정을 가슴에 품은 유가족들의 자리였다. 그들의 상복과 영정은 숙연했고, 동시에 애처로웠다. 무대에 선 한 유가족은 “우리들은 없는 살림에도 아이들 용돈을 쪼개서 줘가며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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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용산 참사 유가족들. ⓒ송선영 |
“살기 위해 망루에 올라갔지만 시신으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어느 정신나간 사람이 불구덩이에 스스로 제몸을 던지겠습니까. 그런데 저들은 고인들이 ‘자살’한 것이라고 하니 기가막힐 노릇입니다. 시신을 보면 속이 시커멓게 타서 하루도 잘 수가 없습니다. 뭐가 그렇게 두려운지 저들은 현장검증도 시켜주지 않은 채 나의 가족을 난도질해서 부검해놓았습니다.
숱한 언론인들이 와서 취재해갔으나 진실규명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진실은 왜곡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저희들의 한이 풀어지게 도와주십시오. YTN노조, MBC노조의 정당성 있는 투쟁을 열심히 돕겠습니다. 이미 눈물샘이 메마를 정도로 울었지만 더이상은 울지 않겠습니다. 진상규명이 이뤄진 후에 마음 놓고 울겠습니다.”
막바지 꽃샘추위는 참석자들의 몸을 자꾸 움츠러들게 했으나 10대 학생부터 80대 할머니까지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들은 “추워도 견딜 만하다”며 추운 길바닥의 집회를 즐기기 시작했다. 문화제 초반 50여명에 불과했던 참석자들은 어느새 200여명에 달했다.
노종면 위원장의 구술편지 동영상이 소개된 이후 지난 22일 노 위원장과 함께 경찰에 체포됐던 3명의 조합원들이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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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면 지부장과 함께 체포됐다 석방된 노조원(왼쪽 조승호기자, 오른쪽 임장혁 기자) 중 현덕수 전 YTN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송선영 |
임장혁 돌발영상팀장은 목이 메인 목소리로 “우리를 체포해놓고 경찰은 ‘경제가 어려운데 파업을 해서야 되겠느냐’라고 질문하더라. 이 문제는 토론이 필요한 문제이지 법집행의 논리가 될 수 없다”며 “용산가족 앞에서 이런 말을 하기 죄스럽지만 노종면 위원장의 아이 중 한명이 오래전부터 아파서 오늘은 입원을 했고 내일은 수술을 받게 됐다. 그런데 아빠는 차가운 철창속에 있다. 더이상 이 나라에서 가슴아픈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앞에 계신 영정 앞에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현덕수 YTN 전 노조위원장은 “항상 웃는 얼굴로 굳은 결기를 보여주었던 노종면 위원장은 비록 우리곁에 없지만 우리의 머리와 가슴속에 함께 하고 있다. 원통하고 애석한 마음은 여러분도 마찬가지이실 것이라 생각한다. 노종면 위원장은 지금 감옥 안에서도 더욱 더 투쟁 결기를 다지고 있을 것”이라고 외쳤다.
조승호 기자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면 이중에서 내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 노종면 위원장은 앵커로 얼굴이 알려졌던 사람이기 때문에 거리만 지나가도 사람들이 알아보는데 어떻게 도망을 가겠느냐. 그리고 언론인으로서 자존심을 버릴 수 없어서 구본홍을 반대했던 우리가 왜 도망을 가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춘근 PD가 서초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방영된 이후 무대에 선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 역시 목소리가 메이는 듯했다. 그의 눈물의 이유는 단순히 ‘조합원의 구속’ 때문이 아닌 ‘언론인의 양심’이 구속·체포되었다고 여기기 때문인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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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송선영 |
“아버님이 돌아가신 이후론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슬퍼서 눈물이 나오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시대 상황에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눈물이 나옵니다. 21세기 문명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입이다. 저는 20년 전 대학 다닐 때보다 요즘이 오히려 더 숨이 막혀 저녁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노종면 위원장이 석방되면 이 어이없는 나라가 바뀝니까? PD 1명이 나온다고 우리의 투쟁이 멈춰야 하는 것입니까? 저희는 이춘근 PD, 노종면 위원장만을 구하기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닙니다. 이 땅의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오는 6월 100만이 모여 MB정권을 몰아내도록 끝까지 투쟁합시다!”
저녁 9시20분경, 문화제는 서로의 어깨를 걸고 노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르며 끝났다. 귀를 닫은 정부 앞에서 지쳤을 법한 국민들은 오히려 일상적 집회 속에서 묵묵히 자신들이 가야할 길을 가슴속에 새기며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곽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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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노조 지본부장 및 관계자들이 '노종면을 석방하라'고 외치고 있다.ⓒ송선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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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돌발시대>가 공연을 하고 있다. ⓒ송선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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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송선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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