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쇼 가는 독일인, "NO! Cort!"

[콜트.콜텍 원정투쟁④] 공연과 선전전에서 만난 사람들

“정말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전 세계의 음악인들을 모욕하는 것입니다.”

프랑크푸르트 하우프트 바크에서 만난 독일 오케스트라 단원이 당황스러운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신을 오케스트라 단원이라고 밝힌 이 독일인은 콜트/콜텍 독일 원정단이 건넨 선전물을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독일 오케스트라 단원, "믿을 수가 없군요"

30일, 독일 원정단은 독일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하우프트 바크에서 선전전과 문화공연을 진행했다. 원정단이 투쟁가를 틀고 문화공연을 선보이자 많은 독일시민들이 원정단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선전물을 받아든 독일 시민들은 연신 콜트/콜텍에서 벌어진 노동탄압에 대해 사실여부를 확인하며 놀라워했다. 또한 원정단에게 계속해서 율동을 하라고 요구해, 원정단은 쉴 새 없이 자신들이 아는 모든 율동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원정단은 하우프트 바크 거리에서 뮤직메세를 알고 방문할 계획이 있는 독일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뮤직메세에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탄압한 회사가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는 “그렇다면 나는 당신이 준 NO! Cort!(노! 콜트!) 버튼을 달고 그곳에 가겠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 사업주에게 OEM을 주는 회사 제품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무리 사장이 돈을 많이 벌어 재벌이 된다 해도 그것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한국에서 잘 나가던 공장을 없애고 다른 나라로 이전했다면, 그것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2년 넘게 길에서 싸우고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재벌이 아닌 망한 사람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이것을 모른다면 그는 기업을 만들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노동자들이 힘든 것이다”고 전했다.

  콜트/콜텍 투쟁을 소개하며 한국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문화노동자 서기상 씨

오후 8시부터는 문화노동자 서기상 씨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어둑해진 하우프트 바크 거리에 한국 노동자의 투쟁 노래가 울려 퍼졌다. 원정단이 준비해 둔 초를 켰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서기상 씨의 나직한 목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는 독일인들이 하나 둘 늘어만 갔다. 원정단원들 역시 하나 둘 투쟁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일렁이는 촛불 너머로 힘차게 투쟁가를 부르는 단원들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날 원정단은 첫 거리 선전전과 문화공연에 대해 독일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본 것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한편, 이날 정오 인터콘티넨탈 호텔 2층에서는 국제금속노련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가한 금속노조 정혜원 국제부장과 김기덕 원정투쟁단 단장은 국제금속노련 마르첼로 말렌타키 사무총장에게 연대를 호소했다.

콜트/콜텍 소식을 사전에 들었던 사무총장은 “국제 미디어 및 엔터테이먼트 산별 노련이 있다. 악기와 관련된 업체들이 가입되어 있으므로 국제적인 연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연대는 필요하므로 우리가 악기 관련 노조에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을 알리기 위해 산하 노조에 반드시 기사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독일 내에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도 이런데 올 여름 때쯤에는 경제위기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 조금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국제금속노련 사무총장이 김기덕 단장에게 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원정단은 “경제위기가 전 세계에 닥치면서 노동자들의 삶이 더욱더 어려워 지고 있다. 우리 역시 전 세계의 핍박받는 노동자를 위해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 연대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국제 금속노련 산하 노동자들이 콜트/콜텍 박영호 사장에게 항의엽서를 보낸다고 한다면, 우리는 당신들에게 엽서를 보내주겠다”고 밝혔다.

국제 금속노련은 “원정단의 투쟁이 반드시 승리하길 바란다”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원정단의 투쟁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원정단은 30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가와 인파가 많이 모이는 거리에서 선전전과 촛불집회를 가질 계획이다.(천윤미 기자)

  독일인들은 원정단이 전시한 콜트/콜텍 투쟁을 소개하는 현수막에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