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서 보장된 만큼만

[법률가 연속기고]⑥ 법률가 공동행동 단식 44일차

세상에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 돌봄노동자의 건강권과 노동권에 대한 토론회에서 너무도 답답하고 분통이 터져 차마 말을 잇지 못하던 간병인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이분은 병원에서 24시간 환자 곁에서 간병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단 한번 출근한다고 합니다. 일주일 1일 근무가 아니라, 그 반대로 일주일 1일 퇴근입니다. 일요일 오후에 출근하면 다음 주 토요일 오후에 퇴근합니다. 밤낮없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는 셈입니다. 환자와 함께 일어나고 환자가 잠들어도 편히 잠들 수 없습니다. 일주일에 6일을 병원에서 먹고 자고 일을 합니다. 가족과의 휴식이나 개인적인 시간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병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입니다. 병원이 운영되고 있는 한 지속되어야 할 업무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병원에서 꼭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하루 종일 병원내에서 환자 곁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병원은 직장이고 집이고 휴식공간입니다.

그런데 병원내에 이들을 위한 공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들의 자리는 병실의 침대 밑에 있는 조그마한 간이침대입니다. 그마져 방문객들이 오면 복도나 로비를 서성일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근무복 갈아입을 공간도 없어 매번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고 합니다. 몇 푼 안 되는 수입에 세끼 식사를 사먹을 수 없어, 도시락을 싸와 복도 의자에게 허겁지겁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들은 병원의 구성원으로 취급받지 못합니다. 그들은 병원에서 이방인에 불과합니다.


그들의 삶은 다름 아닌 ‘법’에 의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주 120시간을 넘게 노동을 하는 그들에게 주 40시간제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일주일에 6일을 밤낮으로 일하는데도 그들이 받는 돈은 최저임금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합니다. 제대로 된 탈의실이나 식사공간, 휴식공간도 없습니다. 병원내에 그들이 머물 공간은 없습니다.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이므로 노동조합을 만들 수도, 병원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적어도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문명사회라고 한다면, 현재 이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들은 노동자로서의 지극히 기본적인 권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헌법에서 보장된 만큼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향유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은 결국 집을 뛰쳐나갔던가요.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고 그들의 몫을 빼앗아 얼마간의 이득을 얻을 수는 있겠으나, 그들이 언제까지나 마냥 억눌려있기만을 바라는 것은 오산이겠지요. 그리고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 ‘설마 그런 일이 있었을라구’라고 생각하는 날도 곧 오겠지요.
덧붙이는 말

송영섭 변호사는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