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모를까?

[이수호의 잠행詩간](23)

오늘은 참 고요하다
참새가 지저귀기 전 아침고요는
햇살 오는 길목에서
장마바람을 다독이고 있다
이제 그만 눈 좀 붙여요
또 하룻밤 잘 견뎠잖아요
너는 바람에 실려 오는 소리와 밤새 싸우며
눈조차 감지 못하고 뒤척이는 나를
꼬옥 안는다
울컥 보일 수 없는 울음이 솟는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너의 흥얼거림을 내가 따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시간
모포 자락에 묻은 지난밤의 격렬한
토론이 오히려 포근하다
고마워
새소리 시끄러워지기 전까지 만이라도
잠들 수 있을까?
걱정 말아요
참새는 한 마리가 먼저 울지 않으면
다른 놈들은 조용하데요
나 오늘은 울지 않을 게요
그래 너의 속으로 삼키는 울음소리
나야 속일 수 있지만
새들이 모를까?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국회 앞에서,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수많은 농성의 밤도 지났건만, 우리는 왜 더 허탈한가? 힘이 없으니 자신마저 속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