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지노위서 대량해고 책임 공방

[미디어 충청] 회사쪽, "정말 기술 유출 될지 몰랐다"

3월 2일 오후 2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이하 경기지노위)는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소속 해고자들이 지난 해 9월 신청한 쌍용자동차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 대한 1차 심문회의를 열었다. 2700여명의 대량해고로 이어진 쌍용자동차 부실 문제에 대한 책임 공방이 노사 양측에서 뜨겁게 벌어졌다. 심문회의가 있기 전 구속자 참가 보장과 심문 연기를 놓고 경기지노위 측과 쌍용차 지부 임원들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있기도 했다.

  심문회의가 있기 전 구속자 참가 보장과 심문 연기를 놓고 경기지노위 측과 쌍용차 지부 임원들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있기도 했다. [출처: 미디어 충청]

이번 심문회의의 쟁점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쌍용차 노동자의 대량해고가 경영진의 해고회피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영상의 불가피했던 문제였냐는 것이다. 이것은 쌍용차 부실사태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와 맞닿아 있다. 합리적으로 회사를 운영했음에도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가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회사를 합리적으로 운영하지 않았기에 대량해고 사태로 이어졌는지가 부당해고를 판가름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도 경영합리화 선행 조치 없는 해고회피노력은 인정될 수 없다는 사례가 있기도 하다.

이에 사측은 부실경영이 상하이 자본의 ‘먹튀행각’과 경영진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진 않지만 회사 부도의 이유는 다양한 외부적인 요인 즉 경기악화, 유가상승, 세계불황 등의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상 그에 따른 구조조정 또한 합리적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법정관리 하의 회생절차로써 단행하는 구조조정과 일반적인 경영상의 문제로 야기된 구조조정은 질적인 차이가 있기에 과도한 해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쌍용자동차지부 소속 해고자 측은 99년 워크아웃 이후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서 상하이 자본에 매각되기 전 04년까지 흑자를 남겼던 쌍용자동차가 상하이 자본에 넘어간 후 1조 2천억원에 대한 투자약속 불이행, 의도적인 기술유출, 이를 방조하고 파행 운영한 경영진 등에 부실이 초례됐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단적인 예로, 상하이 자본의 파행운영 당시 회사를 운영했던 경영진이 현재에도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 상하이 자본에 매각될 당시 노조가 기술유출을 예측하고 사측에 문제제기 했지만 이를 묵과한 점, 신차 개발에 대한 투자가 몇 년간 없었다는 점, 2~3천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신차 기술을 600억원의 헐값에 넘긴 점 등을 들었다. 이러한 파행 경영이라면 경기불황 등의 외부 조건이 아니어도 부도가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기술유출에 대해선 당시 노조가 그런 주장을 했지만 정말 기술유출이 될지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고 불법 기술유출에 대한 판결은 아직 진행 중이니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몇몇 해고자들은 “회사를 운영한다는 경영진이 노동자도 예측할 수 있는 뻔 한 사실을 몰랐대서야 말이 되는가”라며 분개하기도 했다.

  경영진의 해고회피노력에 대한 사측과 노동자 측의 공방 비교 [출처: 미디어 충청]

두 번째 쟁점은 해고자를 선정한 기준이다. 45%의 노동자를 해고하는 대상자 선정 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했냐는 것이다.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의 근거는 사측이 구조조정 분석을 의뢰한 삼정KPMG 보고서에 의한 것이다. 정리해고의 규모와 선정기준 또한 삼정KPMG의 보고서에 수록되어 있는 각종 산정 기준에 의한 것으로 사측은 현장조사 기반으로 작업자에 대한 수치를 산정하고 이를 해고 대상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

하지만 노동자 측은 입장이 전혀 다르다. 선정의 기준이 재각기라는 것. 노동자 측은 하위직급에서 상위직급으로 올라갈 시 인사고과가 최하위가 된다는 점, 각 항목별 정산기간이 모두 다른 점, 사측이 경영상 잘못된 구조라고 얘기한 역피라미드 구조를 피라미드 구조로 개선하기 위해서 고직급 47%:저직급 41%가 아닌 70%:30%의 기준이어야 했다는 점, 노조활동을 한 자는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은 점 등을 들어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이 임의적이고 자의적이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사측이 분석을 의뢰한 산정이 현장조사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노동자 측이 작업자에 대한 현장조사를 한 적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자 사측은 회사 자료를 통해 관리인과 협의해서 산정했다고 말을 바꾸며 보유한 회사 자료는 검증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증된 자료를 제출하거나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에 노동자 측 공익위원은 삼정KPMG 보고서 전체 자료를 사측에게 요구했다.

이번 심문회의를 지켜본 쌍용자동차 지부의 한 해고자는 “우려한 것과 다르게 공익위원들이 우리 노동자들에게 다소 우호적이었던 것 같았다. 그만큼 명분이나 근거의 타당성이 우리 노동자에게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자평하면서도 “하지만 이번 심의결과가 사측의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다고 해도 단지 권고 사항일 뿐이라 사측이 이를 충실히 이행할지는 미지수다”고 우려 또한 표했다.

한편, 이번 1차 심문회의가 있기에 앞서 경기지노위와 쌍용차 지부는 구속자 참여보장 문제와 심문 연기를 놓고 작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경기지노위는 당초 구치소의 협조가 미흡해 구속자 참여가 불가능하고 따라서 심문일정도 연기할 수 없다고 통보했지만 쌍용차 지부의 반발로 2차 심문회의를 진행하고 구속자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자구의 노력을 하기로 노조 측과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