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 법원판결 무시하고 사실상 직장폐쇄 유지

경주시청, 발레오전장지회 금속노조 탈퇴후 신고필증 유보

경주 발레오만도 사측이 겉으로는 직장폐쇄를 철회한다고 해 놓고 여전히 일부 조합원들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은 지난 19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대표이사 강기봉)가 지난 2월16일부터 단행한 직장폐쇄에 대해 “직장폐쇄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회사의 직장폐쇄가 방어적 조치가 아닌 공격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법원에서도 인정한 것. 법원은 '회사는 조합원들의 근로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때마다 조합원에게 1백만원씩을 제공하라'는 명령도 덧붙였다. 법원 결정문을 받은 회사는 직장폐쇄 99일만인 25일 아침 8시부로 직장폐쇄를 철회했다.


  5월25일 경주지부와 발레오만도지회가 발레오 사측의 불법 직장폐쇄를 허가한 노동부 포항지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김상민(금속노조 선전부장)]

5월25일 아침,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부푼 맘을 안고 출근한 조합원들을 기다린 것은 여전히 굳게 닫힌 철문과 용역들이었다. 회사 출입문에는 “업무부여를 위한 현장배치 조정을 이유로 5월25일~5월31일(사정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까지 자택에서 대기하라”는 내용의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회사는 24일 조합원 108명에게 “자택에서 대기하라”는 문자와 함께, 전화로 명령(?)을 무시하고 출근시도를 했을 경우 불이익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협박까지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발령 대상엔 심지어 단체협약으로 전임활동이 보장돼 있는 노동조합 간부들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사무실 출입도 여전히 봉쇄돼 있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직장폐쇄기간에도 조합원들의 노조사무실 출입은 보장하게 돼 있다. 발레오만도지회(지회장 정연재)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회사의 부당한 대기발령조치와 출근 저지는 근로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결정을 어긴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반발했다.

한편 회사의 이 같은 행동은 지난 19일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된 소위 ‘금속노조 탈퇴 조합원 총회(조직형태 변경 총회)’의 결과가 노동부와 경주시청에서조차 인정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설립신고서가 접수되면 3일 이내에 신고필증을 교부해야 하는 행정관청인 경주시청은 19일 총회에서 결성된 자칭 발레오전장노동조합의 신고필증을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총회 주도자들은 24일 대구지방노동청 포항지청에 ‘총회 소집권자 지명요구서’를 제출했다. 19일 총회가 불법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발레오만도 사측은 법원에서 직장폐쇄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났는데도 조합원들을 공장에 드나들지 못하게 할 뿐더러 법으로 보장돼 있는 지회사무실 출입조차 막고 있다

발레오만도지회는 19일 총회가 절차를 무시한 원천 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지회가 제시한 근거는 △법적으로 총회소집권도 없는 자가 개최한 점 △ 7일로 규정된 총회 공고기간 무시 △조합원 전체에게 공고하지 않은 점 △총회에 참석하려는 일부 조합원들의 공장 출입 저지 등이다. 더불어 정연재 지회장은 “심지어 조합원들을 오래전에 공장에 복귀한 자, 최근에 복귀한 자, 아직 복귀하지 않은 자 등으로 구분하고 부서별로도 나눠 투표하도록 해 비밀 투표의 원칙마저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전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단일 산별노조로 사업장 단위로 총회를 열어 조직형태를 변경, 집단 탈퇴하는 것은 규약위반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발레로만도 현장 분위기는 7, 80년대 군사독재시절을 방불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지회장은 “현장의 조합원들은 관리자 눈치 보느라 불만이 있어도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합원 증언에 따르면 19일 총회 개표 이후 관리자가 공공연하게 반대표를 찍은 조합원을 색출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지부(지부장 한효섭)는 25일 낮 2시 기자회견을 열고 2010년 임단투와 더불어 발레오만도지회의 민주노조 사수와 노동탄압분쇄 투쟁을 지지 엄호할 것을 천명했다. 지부는 24일 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가 결정됨에 따라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기사제휴=금속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