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새 노조법 강제시행 이후 사용자들이 노조전임자 문제와 상관없는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노조활동까지 과도하게 제약해 노사갈등이 더 증폭되고 있다. 타임오프를 명목으로 한 전임자 무급휴직 발령은 기본이고 노동조합 전화 단선, 유류비 지원 중단에 심지어는 정수기, 전화기 등 사무용품까지 빼가고 있어 노조 반발이 거세다. 무엇보다 노조의 운영을 도모하기 위해 사용자가 사무실과 기자재 등 편의제공을 하는 것은 노조법과 단체협약에 따라 이뤄진 것인데 이를 봉쇄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존 모든 노조 활동을 봉쇄하겠다는 것으로 읽혀 노사관계를 더욱 파국으로 몰 전망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주로 현대기아차그룹을 비롯한 재벌 그룹사들이 타임오프 제도와 동시에 단체협약에 명시된 노조활동 지원 노조탄압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1일 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내 그동안 회사가 지원해왔던 차량과 유류비, 각종 소모품 반납을 요청했다. 같은 계열사인 두산중공업도 유류지원을 중단했다. 두 회사 모두 7월부로 노조전임자를 무급처리 하겠다고 지회에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모두 단체협약 상 보장되던 회사 지원이다.
S&T그룹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남 창원의 S&T중공업도 지난 6일 공문을 통해 8명의 노조전임 무급휴직처리를 통보했으며 단체협약 상 지원해오던 유류비 지원을 끊었다. 부산의 S&T대우는 노동조합에서 사용하는 전화기, 정수기, 복사기에 대한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회사는 노조사무실에서 공장 밖으로 전화 거는 것을 막은 상태다.
기아차는 가히 노조탄압 백화점을 연상시킨다. 기아차 회사 쪽은 지난 1일부로 김성락 기아차지부장을 비롯해 2백여 명의 지부지회 간부들에게 무급휴직 인사명령을 내렸다. 회사 쪽은 이와 동시에 △대의원 활동 무급처리 △조합 업무 차량 보험해지 △지부지회 사무실에서 외부로 거는 전화 차단 △판매 및 정비 분회사무실 철거 통보 △노조 현수막 철거 시도 △각종 사무기기 반납 요청 △무급휴직자 4대보험 중단 △사내복지기금 가압류 △조합원 교육 무급 △대의원 부서협의 무급 △판매정비분회 철거 등의 조치를 취했다. 대부분 단체 협약상 보장돼 있는 조합원 교육, 시설편의제공, 조합전임자 처우 조항 등을 위반한 조치다.
케피코,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메티아, 엠시트, 아이에이치엘, 다이모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들 도 7월이 되자 일제히 노조전임자 무급처리를 기본으로 하고, 대의원 활동과 각종 회의시간도 무급처리 입장을 냈다. 이들 대다수 계열사들도 지회가 사용하는 전화와 인터넷 통신을 끊고, 복사기, 에어컨, 자판기, TV 등 단체협약 상 노동조합에 지원한 각종 집기와 차량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케피코는 지난 1일과 2일 지회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유급으로 인정해주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엠시트는 심지어 공장장 허락 하에 교육시간을 할애해 진행한 2일 교섭 보고대회까지 무급 처리했다. 다이모스, 현대하이스코 역시 조합원 교육에 대해 유급인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부문도 단협무력화 동시 진행
이렇게 타임오프 시행과 동시에 단체협약 내용을 전면 개악하거나 무력화 하려는 조치는 공공부문 등의 사업장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이들 사업장 사용자들도 전임자 업무복귀 명령, 조합원 교육시간 삭제, 각종 노조활동 시설편의제공이나 기자재 제공 중단 등을 선언했다.
공공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는 3월 15일 단협해지 이후 60여개 조항에서 개악 안을 제시받았다. 조합원 활동시간까지 개악을 요구했다. 지부는 그 상태론 더 이상 노조활동을 못한다는 판단에 7월 1일 부터 전국에서 파업투쟁에 들어갔다. 국민연금공단이 제출한 개악 안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공단은 노동조합에 조합원 고용보장 포기, 구조조정 시 노조 협조, 지회 운영위 폐지, 조합원 교육시간 삭제, 노조 선전홍보물 사측 의사에 따라 폐기, 연봉제 시행 등을 요구했다. 타임오프 한도를 계기로 아예 전면적으로 노조활동을 막겠다는 의도다.
공공노조 가스공사지부도 단협이 해지되고나서 기아차 처럼 근로시간 면제 활동에 대한 사전 사후 보고를 시간단위로 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사무금융연맹의 한 사업장에선 사용자 쪽에서 전임자도 없애고, 집기나 노조 사무실까지 빼려고 나섰다.
지난 5일 고용노동부 출범식 뒤 임태희 장관은 “일부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 제도를 빌미로 노조활동을 과도하게 옥죄고 있다”며 “타임오프를 핑계로 노사 자율로 협의해 처리할 수 있는 사안까지도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타임오프를 둘러싸고 노사 간 힘겨루기는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
7월 1일부터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됐지만 전문가들조차 근로시간 면제 업무 범위를 둘러싸고 향후 3-4년간 법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기본적인 노조활동 조차 전면 부정하고 나선 것은 타임오프 시행을 계기로 확실히 주도권을 잡아 노조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것이 노동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인식 에다 금속노조의 노동기본권 투쟁을 통한 타임오프 이면합의를 부당노동행위라 규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아 타임오프 한도를 4무력화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