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들은 더 이상 족쇄에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슈3] 혁명적아프가니스탄여성연합(RAWA)의 탈레반 점령에 대한 입장

차례

① 미국의 점령은 탈레반 못지않게 나빴다
② 아프간의 여성과 소수자, 그들의 이름은 어디에 있나요?
③ “아프간 여성들은 더 이상 족쇄에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④ 아프간 국가인권위원회를 지키기 위한 한국의 역할

[역주] 최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뒤 현지 페미니스트 단체 ‘혁명적아프가니스탄여성연합(RAWA)’1)이 현 정세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했다. RAWA는 1977년 이래 근본주의로 황폐해진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 자유, 민주주의 및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아프간 여성들의 가장 오래된 정치·사회단체다. 이 입장 발표는 미국 여성단체 ‘아프간여성사명(AWM)’과의 인터뷰로 진행됐다. AWM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아프간 여성들의 건강, 교육 등의 지원을 위해 RAWA와 긴밀히 협력하며 활동해온 단체다. RAWA는 소날리 콜하트라르(Sonali Kolhatkar) AWM 공동대표와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보는 그대로 설명한다고 밝혔다.

[출처: http://www.rawa.org/]

소날리 콜하트카르(AWM): 수년 동안 RAWA는 미국의 점령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제 점령은 끝났고 탈레반이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보다 더 안전한 방식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할 수 있었을까? 그는 탈레반이 그렇게 빨리 점령하지 못하도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RAWA: 지난 20년 동안, 우리의 요구 중 하나는 미국과 나토(NATO)가 점령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과 나토가 그들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기술 관료들을 데리고 철수해 우리 민중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더 나을 테지만 말이다. 이 점령은 유혈사태와 파괴, 혼란을 야기할 뿐이었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특히 여성들에게 가장 부패하고, 불안하며, 마약 마피아가 들끓는 위험한 곳으로 만들었다.

처음부터 우리는 그런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첫날, RAWA는 2001년 10월 11일에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공격과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의 증가는 탈레반에 구실을 줄 뿐만 아니라 이 지역과 세계에서도 근본주의 세력의 확대를 야기할 것이다.”

우리가 이 점령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그럴싸한 깃발 아래에서 (사실은) 테러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2002년 북부동맹2)의 약탈이 시작되고 살인자들이 다시 집권한 첫날부터 도하에서의 이른바 평화회담과 거래, 합의 그리고 2020년과 2021년 5천 명의 테러리스트들을 출옥시킬 때까지, 철수조차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미 국방부는 침략이나 간섭이라는 이론이 결국 안전한 상태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모든 제국주의 세력은 자신들의 전략적, 정치적, 재정적 이익을 위해 나라들을 침략하지만 거짓과 강력한 상업언론을 통해 그들의 진짜 동기와 의제를 숨기려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의 권리’, ‘민주주의’, ‘국가 건설’ 등과 같은 가치가 미국과 나토의 목표의 일부였다고 말하는 것은 우스갯소리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경쟁 세력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고 전쟁을 통해 그들의 경제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이 지역을 불안과 테러로 몰아넣었다. 물론 미국 정부는 외교관과 직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48시간 만에 다시 군대를 보내 공항을 통제할 수밖에 없던 그런 소동을 남긴 비참하고 수치스럽고 당혹스러운 탈출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자신의 피조물(탈레반)에 패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약점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고 믿는다. 이번 철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주된 이유는 다발적인 미국 내부의 위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대중의 대규모 시위와 의사당 공격,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미약한 대응 속에서 미국 체제는 쇠퇴의 징후를 보였다. 정책 입안자들은 내부적으로 긴급한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군대를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아프간 전쟁으로 수조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야 했다.

전쟁광적인 이 정책들은 그들의 목표가 아프가니스탄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지금 철군 중에도 말이다. 더구나 미국은 철군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서도 계속 집행했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 집권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지난 20년 동안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됐다. 매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고 우리나라가 파괴됐다는 사실은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출처: http://www.rawa.org/]

AWM : 탈레반 지도부는 이슬람 법을 준수하는 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부 서구 매체는 이것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탈레반이 20년 전에도 똑같은 말을 하지 않았나? 인권과 여성의 권리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RAWA: 상업언론은 파괴된 우리 민중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려고만 한다. 그들은 잔혹한 탈레반에 사탕발림을 하려는 그들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탈레반 대변인은 1996년 그들의 이념과 현재의 이념에는 차이가 없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들이 여성의 권리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전의 암흑 통치 기간 동안 사용된 바로 그 문구, 즉 샤리아 법 집행이다.

요즘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에서 사면을 선포했으며 그들의 슬로건은 “사면의 기쁨이 올 것이고 복수는 할 수 없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은 매일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바로 어제(8월 20일) 한 소년이 난가르하르에서 탈레반의 백기 대신 아프간 국기를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총에 맞아 숨졌다. 그들은 칸다하르에서 4명의 전직 군 간부들을 처형하고, 헤라트 지방의 젊은 아프간 시인 메흐란 포팔을 페이스북에 반탈레반 글을 쓴 혐의로 체포했으며, 그의 행방은 가족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대변인의 ‘선’하고 세련된 말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주장이 탈레반이 연출하고 있는 드라마 중 하나일 수 있으며 그들은 단지 스스로를 조직할 수 있을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믿는다. 사태는 너무 빨리 전개됐고 그래서 그들은 정부의 구조를 구축하고, 그들의 정보기관을 만들고, 권선징악부를 만들어 수염의 길이나 복장 규정, 여성에 대한 마흐람(남성 동반을 의미, 아버지나 남자형제 또는 남편만 해당) 등 사람들 일상의 사소한 부분까지 통제하려 하고 있다. 탈레반은 우리가 여성의 권리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샤리아 법의 틀 안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슬람/샤리아 법은 모호하고 이슬람 정권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의제와 규칙을 위해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다. 게다가 탈레반은 서방세계가 그들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라며, 이 모든 주장들은 자신들을 위한 이미지 메이킹의 일부분이다. 아마도 몇 달 후에 그들은 자신들이 정의와 민주주의를 믿기 때문에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러한 가식은 결코 그들의 본질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여전히 이슬람 원리주의자 즉 여성 혐오에 비인간적이며 야만적이고 반동적이며, 반민주적, 반진보적인 세력으로 지속할 것이다. 한마디로 탈레반의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AWM : 아프간군과 미국이 지원한 아프간 정부는 왜 그렇게 빨리 무너졌는가?

RAWA: 많은 이유 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것은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에 넘겨주기 위한 합의에 따라 이루어졌다. 미국 정부는 파키스탄 및 다른 지역 국가들과 협상하며 주로는 탈레반으로 이뤄진 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결국 비밀리에 탈레반을 집권시키기로 했기 때문에 아프간 민중의 이익이 없다는 것을 알았던 군인들은 전쟁에 나가 살해당할 용의가 없었다. 잘메이 칼릴자드(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의 외교관이자 2018년 9월 이래 미국 국무부에서 아프가니스탄 조정을 위한 특별 대표를 지냈다)는 탈레반을 다시 집권시키는 데 기만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아프간 민중들에게 큰 미움을 받고 있다.

2) 아프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외세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벌이는 전쟁이며 아프간인들은 전쟁의 연료일 뿐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아프간인들은 잘 알고 있다. 대다수의 젊은 이들이 극심한 빈곤과 실업 때문에 군대에 입대하고 있어 싸울 의지나 의욕이 없다. 미국과 서구가 아프가니스탄을 소비국으로 유지하기 위해 20년 동안 노력했고 산업의 성장을 방해해 왔다는 것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실업과 빈곤의 물결을 일으켜 괴뢰정부와 탈레반으로의 입대 그리고 아편 생산의 성장을 위한 길을 열었다.

3) 아프간군은 1주일 동안 패배할 정도로 약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궁으로부터 탈레반에 맞서 싸우지 말라는 명령을 받고 항복해야 했다. 대부분의 지방은 평화적으로 탈레반에 넘겨졌다.

4) 하미드 카르자이(2001년부터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수반을 지냄)와 아슈라프 가니(2014년부터 아프간 대통령직 수행) 괴뢰정권은 수년 동안 탈레반을 ‘불만이 가득한 형제들’이라고 불렀으며, 가장 무자비한 지휘관과 지도자들을 감옥에서 석방했다. 아프간 군인들에게 ‘적’이 아닌 ‘형제’라고 불리는 세력과 싸울 것을 요청하면서 탈레반은 대담해지고 아프간 군대의 사기를 꺾었다.

5) 육군은 전례 없는 부패에 시달렸다. 카불에 주둔하고 있는 많은 장군들은 수백만 달러를 손에 넣었으며, 심지어 최전방에서 싸우는 병사들의 식량과 봉급도 가로챘다. ‘유령 병사’는 미 정부 기관인 아프간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이 폭로한 현상이다. 고위 관료들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에 바빴고,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수만 명의 병사들의 급여와 배급을 자신들의 은행 계좌로 연결했다.

6) 군이 힘겨운 전투에서 탈레반에게 포위될 때마다, 카불은 그들의 지원 요청을 무시했다. 수십 명의 군인들이 몇 주 동안 탄약과 식량 없이 버려진 뒤 탈레반에 학살당한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에 군대의 사상자 비율이 매우 높았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 2019)에서 아슈라프 가니는 2014년 이후 4만5000명이 넘는 아프간 보안요원이 사망했으며 같은 기간 미국과 나토에선 72명만이 사망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7) 사회 전반에서 부패, 부정, 실업, 불안, 불확실성, 사기, 막대한 빈곤, 마약, 밀수 등이 증가하고 있는 탈레반의 재등장을 위한 토대가 됐다.

[출처: http://www.rawa.org/]

AWM : 지금 당장 RAWA와 아프간 사람들과 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RAWA: 우리는 이 기간 자유를 사랑하는 미국의 민중이 우리와 함께 해 매우 행운스럽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우리는 미국인들이 그들 정부의 전쟁 정책에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고, 이 야만인들에 반대하는 아프간 민중의 투쟁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지하길 원한다.

저항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며 역사는 이를 증명한다. 우리는 미국의 투쟁 ‘오큐파이 월스트리트(OWS, 월가점령운동, OWS)’와 ‘블랙 라이브즈 매터(BLM,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의 영광스러운 사례들을 알고 있다. 우리는 아무리 많은 억압과 폭정과 폭력이 저항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보아왔다. 여성들은 더 이상 족쇄에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탈레반이 수도에 진입한 다음날 아침, 우리의 젊고 용감한 여성 일행은 카불의 담벼락에 다음과 같은 구호를 내걸고 낙서를 썼다. “탈레반을 쓰러뜨려라!” 우리 여성들은 이제 정치적으로 의식하고 있으며, 20년 전의 부르카 아래에서 더 이상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는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으면서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비인간적인 미군 제국이 아프간 민중의 적일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와 불안정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이 체제가 쇠퇴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백악관, 국방부, 국회의사당에서 잔혹한 전쟁광들과 싸우는 것을 강화시키는 것은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진보적인 사람들, 그리고 정의를 사랑하는 모든 개인들과 단체의 의무이다. 부패한 체제를 정의롭고 인간적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수백만 명의 가난하고 억압된 미국 민중을 해방시킬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구석구석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가 90년대 후반 탈레반의 피비린내 나는 통치 아래서처럼 아프간 여성들을 잊을까 두렵다. 미국의 진보적인 민중과 단체들은 아프간 여성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 저항을 계속하고 세속적인 민주주의와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

<각주>
1) http://www.rawa.org/
2) 구 무자헤딘 세력으로 탈레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아프가니스탄의 정치·군사 조직.

[원문] http://www.rawa.org/rawa/2021/08/21/rawa-responds-to-the-taliban-takeover.html
[게재일] 2021년 8월 21일
[번역] 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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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평촌놈

    예전 1964년도 아프카리스탄 그때는 여성등한데 자유가 있서던것 같습니다. 그당시 미니스카트을 입고찍은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지요. 우리나라도 절대로주한 미군이 철수 해서는 안될것 같습니다. 탈레반은 여성들한데 평동한 기회을 주어야 하지요. 여성은 어머니 입니다. 자기들을 낳은 어머니 그분들이 여성 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