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흐름 속 공공의료 확대 가능한가<2>

[코로나19 특별기획]

코로나19 보고서: 멀고 낮은 곳부터 파괴했다

차례

① 코로나 재택 치료 72시간, 엄마는 깨어나지 못했다
② 코로나19의 정부, 차별과 배제를 더 넓게 더 깊게
③ 코로나19 이후, 국민은 ‘의료 인력·공공병원 확충’ 원한다
④ 간호사들은 왜 ‘사람 잡을까’ 공포에 떠나
⑤ 의료민영화 흐름 속 공공의료 확대 가능한가<1>
의료민영화 흐름 속 공공의료 확대 가능한가<2>
⑥ 돌봄 노동자에게 감염병이 특히 버거웠던 이유
⑦ 이주민이 많은 도시, 차별은 같았다
⑧ 장애인의 일상이 여전히 재난인 이유
⑨ 코로나19 2년, 안녕하지 못했던 사람들
⑩ 전염병과 봉기, 혐오와 차별의 역사
⑪ 감염병은 ‘혐오’를 먹고 자랐다
⑫ 10명 중 6명 “코로나19 이후 혐오 표현 늘어”...‘사회적 양극화’ 때문
⑬ 질문들 감염병 시대, 처벌이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⑭ 99%의 경제 코로나19 대응, 시장 솔루션의 한계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19년 12월 말 기준 공공의료 기관은 221개 기관으로 전체 의료기관 4,034개소의 5.5%이며, 공공병상 수는 6만 1,779병상으로 전체의 9.6%에 불과했다. 해외와 비교해보면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2016년 기준 5.8%로 OECD 평균인 65.5%에 비해 매우 낮다. 또한, 병상규모를 기준으로 비교해도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병상비율은 10.3%로 OECD 평균인 89.7%를 훨씬 밑돈다. 사회보험방식(SHI, Social Health Insurance)의 재원을 조달하는 국가에서도 한국과 같이 공공의료기관의 공급역량이 낮은 국가는 없다. 사회보험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공공병상 비율이 27.2%, 독일 40.7%, 프랑스는 61.5%.1)사회보험방식은 민간보험자가 보험료로 재원을 마련해 의료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다수 보험자로 구성된 조합방식으로 운영되며, 정부는 2차적 지원과 감독 기능을 수행하지만, 민간기관에 상대적으로 많은 자율성을 부과2)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국가가 ‘국민건강보험’ 같은 단일 보험자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식(NHI: National health insurance)으로 전국민에게 의료보험을 보장하고 있지만, 공공병상 비율 10.3%가 보여주듯 민간 중심 의료공급체계에서 보조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동원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공보건의료자원이 부족한 것이다. 코로나19 범유행 기간 반복된 ‘위중증 환자 입원 병상’ 부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 다음으로 가장 많은 급성기 병상을 보유한 한국보건의료시스템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3)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단체, 일반 시민들까지 공공의료 확대·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서비스가 공적자원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비율은 코로나19 발생 전 22.2% 불과했으나, 발생 후 67.4%로 눈에 띄는 증가폭을 보였다. 같은 조사에서 병원이 영리사업이라는 응답은 코로나19 이전 47.4%에 이르렀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7.3%로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4) 감염병 대응에서 공공의료기관이 총동원되면서 국공립의료기관에 대한 인식 향상(77.6%)은 물론이고 공공의료기관 확충에 대한 필요(82.3%)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향상(87.1%)됐다.5)

최근 <참세상>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감염병 재유행에 대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의사 및 간호 인력 확충(48.9%)’에 ‘공공병상 확충(34.4%)’이 꼽혔다.6)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된 지난 2년 넘는 시간 동안 공공 병원은 코로나19 입원환자 전체의 약 70%를 치료했는데, 공공 병원이 겪은 인력 부족과 민간 병원에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는 문제 등이 그대로 담긴 답변이었다.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코로나 환자의 70%를 담당했던 지방의료원은 코로나 이전부터 지속된 고질적인 인력부족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의 한 간호사는 “병상확보가 우선이 될 것이 아니라 그 배정 병상에서 국민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양질의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인력을 수급하고 배치하는 것”이라며 “충분한 지원과 체계적인 계획 없이 위드코로나를 대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공의료 확충, 2022년에 달렸다

위드코로나, 재유행의 파고에 있는 올해는 반드시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밑그림을 완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2022년은 코로나19로 드러난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공공의료의 확충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근본적인 전략으로 보건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 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한 해가 될 것”7)이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보건 위기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공공의료 확충이 코로나19 대응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자리하자 지난해 정부는 공공의료 관련 예산을 크게 증액하기도 했다. 2022년 보건복지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의 총지출 규모는 97조 4,767억 원으로 2021년 본예산(89조 5,766억 원)보다 7조 9,001억 원(8.8%) 증가했다. 특히 보건의료 예산 4조 9,041억 원은 2021년 3조 300억 원 대비 1조 8,741억 원이 증액된 것으로, 최근 5년간 변화 및 다른 분야와 비교해서도 가장 높은 증가율(61.9%)을 기록했다. 이는 공공의료 관련 예산이 증액된 결과로 ①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지원 등(중앙감염병 병원 및 본원, 중앙외상센터 설계를 위한 착수금 2,858억 원), ②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광주, 울산 등 신규 설치 지방의료원 설계비 지원 및 신축·이전 신축 지방의료원 의료 운영 체계 연구용역비 지원 등 1,703억 원) ③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 관리(보건의료인 적정 수급 관리 연구 및 통합 통계 시스템, 국공립 급성기 의료기관 교육 전담간호사 지원 337억 원) 예산을 포함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21. 12. 3.).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제시한 계획들이 이미 시행됐어야 할 과제들이었다는 점이다.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의 사업 내용은 ‘의료공공성 확보’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내용과 거의 같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전국을 70개의 중진료권으로 구분하고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공공보건의료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 지역에 필수의료 급성기 진료가 가능한 종합병원급 공공병원이나 민간병원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이마저 없으면 공공병원을 신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간 늘어난 공공병원은 없다. 코로나19 상황을 겪던 중에 발표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서는 3개 지역에 공공병원을 신축하겠다는 것 이외에 추가적인 공공의료 양적 확충 방안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윤석열 정부, 의료 부문도 ‘긴축’…의료민영화에 활용

더욱이 윤석열 정부는  ‘재정여력’ 을 이유로 긴축 기조를 방역에도 적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에도 재정효율화를 내세워서 정부부담을 줄이고 의료보장을 축소하려 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역시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요구에는 입을 닫고 재정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말 종료되는 건강보험법 및 건강증진법에 의한 건강보험 정부지원 유효기간 일몰이 다가오지만, 정부와 국회 모두 해당 사안에 손을 놓고 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108조에는 국가는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를 지원, 건강증진기금에서는 6%를 지원하게 돼 있는데 법 개정이 없으면 당장 내년부터 국고지원이 멈춰 건강보험료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 등이 예상된다. 건강보험료가 18% 증가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당장 국고지원을 멈추면 건강보험료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 등의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정현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최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의 치료비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러한 치료비 폭탄의 원인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기 때문이다. OECD 수준으로 맞추려면 획기적으로 보장률을 올려야 하는데 대책이 없다”라며 “이에 반해 환자의 치료비 부담이 커질 공산은 커지고 있다. 지방의료원의 위탁 운영을 위한 채비가 본격화되고 있고, 이미 위탁된 지방의료원은 상급병원으로의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어 환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민간 의료 시장 확대로 귀결되는 지방의료원의 위탁 흐름은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다. 지난 7월 새 임기를 시작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 등에 위탁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성남시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을 주장했다. 성남시의료원은 성남지역 시민사회가 십수 년의 공공병원 설립 운동을 통해 어렵게 설립한 병원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서산의료원을 서울대병원에 위탁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에 나섰다. 과거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킨 홍준표 대구시장도 시장에 취임 직후 대구의료원의 단계적 위탁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포항, 안동, 김천의 3개 의료원을 경북대병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노조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방의료원 상당수가 윤석열 후보시절 공약대로 대형병원에 위탁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을 비롯해 경상대병원이 운영하는 마산의료원, 부산대병원이 운영하는 부산의료원 등이 모범 사례로 제시되지만, 지역의 필수의료체계 구축보다 본원의 수익 문제 등 경영적 방침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방의료원 운영혁신방안 연구’(2007)를 보면 1996년 마산의료원, 1998년 이천의료원, 군산의료원이 위탁된 이후 비위탁 의료원에 비해 주민 진료비 부담이 커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입원 환자 1인당 하루 진료비 변화를 보면 마산의료원은 위탁 이전보다 2.8배, 이천의료원은 2배로 증가했다.

또한 지방의료원이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역량을 갖추려면 시설, 장비 등이 확충돼야 하는데, 본원의 경영 방침이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7월 19일 성명에서 “당장 서울대병원만 하더라도 공공성의 확대보다는 본원의 경영적 필요에 따라 보라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국립교통재활병원 위탁 운영 등 세력 확장을 해오고 있으며, 조만간 시흥배곧병원 분원까지 개원할 예정으로 문어발식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지방의료원이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될 경우 지역 보건의료정책 실행주체인 지방정부, 정책수단인 지방의료원, 지역 내 필수의료정책을 심의하는 민관 거버넌스인 공공보건의료위원회 등 각각의 책임과 역할이 분절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지역 완결적인 필수의료체계를 구축하여 필수의료 공백과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는 실현될 수 없고, 공공의료 훼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이밖에 윤석열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혁신방안 등 의료민영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선도 만들어지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를 포함한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민영화와 노동개악 정책을 규탄하며 윤석열 정권에 대한 하반기 투쟁을 결의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지난 7월 18일 열린 ‘의료민영화 반대! 공공의료 2022년 투쟁선포 간부결의대회’에서 “공공운수노조는 민영화, 노동개악,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진행하고 공공성과 노동권을 쟁취를 위해 하반기 총파업 총력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각종 의료민영화, 영리화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병상확충, 상병수당 확대도입, 영리병원 완전폐기 등 의료공공성을 확대하라”라고 요구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도 의료민영화 반대를 의료공공성 확대 사업으로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책실장은 “의료민영화는 시민 건강권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며, 새정부 시장중심 경제방향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라며 “일부 노조, 의료단체만이 아니라 노동시민사회단체의 공동 대응과 실천활동 강화하고 의료민영화 반대를 넘어 시민 모두의 생명과 건강권을 위한 의료공공성 확대 사업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각주>
1)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과 전략>,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 2020.
2) 복지재원 조달정책에 관한 연구, 한국조세연구원, 2011.
3)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을 통해 살펴본 감염병과 공공보건의료, 윤강재, 보건복지 issue&focus, 2020.3.9.
4) 대한민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COVID-19에 대한 국민 인식 및 경험을 조사한 결과(국립중앙의료원, 2020.6)
5) 대한민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COVID-19에 대한 공공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국립중앙의료원, 2021.9)
6) 대한민국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일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참세상>, 2022.7)
7) <2022년 보건의료 정책 전망과 과제>,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장, 보건복지포럼, 2022.1.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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