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둘러싼 편견, 사실, 진실

[특별기획 : 2005년 한국의 노동자](4) - 세상을 바꾸는 이수호 집행부①

민주노총이 예고한 세상을 바꾸는 투쟁 D-day 244일.

민주노총은 올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노동운동 통제분쇄,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실현 등 사회공공성 쟁취’라는 3대 의제를 들고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할 것을 결정했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은 이미 4기 민주노총 집행부 출범 당시 공약이었던 ‘준비된 투쟁’의 구체화였다.

  2005년 5월 1일. 민주노총은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대중을 향해 공표했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대한 현장의 체감은 너무 멀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해나가야 할 2005년과 2006년. 올해는 새로운 출발을 대중적으로 합의하고 과감한 혁신과 전진을 이루는 해로. 무상의료, 무상교육 실현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점점 더 심해지는 빈곤과 양극화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투쟁의 포문을 열어나가고자 한다”는 지난 노동절 민주노총의 당찬 D-day 선언 이후 민주노총은 얼마나 대중적 합의와 전진을 마련했을까, 조합원들은 얼마나 그 의제들을 자신의 투쟁과제로 받아 안고 있을까.

지난 18일 민주노총 정책담당자 수련회 자리는 그런 의문들에 대한 일정 해답을 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 날 전국 산별과 지역본부에서 참석한 정책담당자들은 갑작스레 제안된 ‘하반기 입법쟁취를 중심으로 한 공세적 투쟁계획’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며,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대한 의견들도 제시했다. 주된 의견은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모르겠다, 조합원은 고사하고 현장 간부들조차 이에 대한 체감이 현저히 낮다”였다. 그러나 그보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대한 의견개진 자체가 소극적인 모습은 역으로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대한 고민이 진척되지 못한 것의 반증으로 보이기도 했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과 관련 인터뷰에 응했던 임성규 평등세상을 향해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전진)의장이나, 원영수 노동자의 힘 편집위원장 역시 각자의 강조점은 다르나 “현재의 무상의료, 무상 교육의 의제들이 현장조합원의 투쟁 동력을 모으는 기제가 되기는 역부족이며 투쟁의 경로가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관련 기사 인터뷰 참조-세상을 바꾸는 투쟁과 관련 전진, 노동자의 힘, 사회적 합의주의-노사정담합분쇄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전노투)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중 전노투는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대해 각각 연대단위들의 입장이 공동으로 정리된 바가 없는 이유로 인터뷰를 고사했다]

이수호 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수긍하며 “지금부터 적극적 교육 선전을 통해 내년 5월 응축된 힘만큼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답하고 ”그 투쟁은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라는 사회적 의제를 통해 민중운동과 시민사회단체가 진영이 함께하는 투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공공성, 사회적 의제화는 어디서 나와야 하나

“과거의 안티적 투쟁의 임무는 끝났다. 노조주의 즉, 임금, 근로조건 중심의 자기들만의 문제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사회의 일주체로서 사회개혁 사회공공성 투쟁을 하는 노동운동, 그런 투쟁을 감당하는 노동운동조직, 그런 책임 있는 투쟁을 하는 민주노총으로 가야한다. 그 속에서 미조직 노동자들까지 포괄하는 계급대표성과 사회연대성도 강화될 것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은 신자유주의를 대안을 통해 극복하는 전체 민중의 삶과 직결되는 요구다”

이수호 위원장이 밝힌 세상을 바꾸는 투쟁의 함의다. 공세적 의미 말고도, 수세적인 투쟁의 반복과 안팍으로 제기되는 대기업 이기주의 노조이기주의 공격을 그렇게라도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충분한 근거가 됐을 터.

임성규 전진 의장은 이 부분에서 민주노총 집행부의 고민을 긍정한다. 그러나 임성규 의장은 “현 집행부가 사회 공공성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이해가 과거 민주노총 초창기에 주장된 사회개혁투쟁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다. “사회공공성 투쟁은 사회분배구조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꾼다는 사고에서 출발해야 하며, 그 모습들은 사회임금 쟁취, 노동자연대기금 마련 등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는 것이 임성규 의장의 주장이다.

“사회공공성 투쟁의 총론에 대한 그림과 구체적 경로를 통해 쟁취될 성과가 무엇인지 설명해 가는 과정에서 투쟁의 힘이 모이고 이런 속에서 계급대표성과 사회연대성도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 임성규 의장이 그리고 있는 세상을 바꾸는 투쟁의 모습이었다.

이에 반해 원영수 노동자의 힘 편집위원장의 비판은 세상을 바꾸는 투쟁의 제기자체에 대한 것에서 시작한다. 원영수 편집위원장은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 1기 민주노총 집행부의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의 재판으로 노동운동의 방향선회 시도”라고 비판한다. 원영수 편집위원장은 “현재의 방향선회시도는 위기논쟁을 통해 노동운동의 전투성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며 반대자들을 소수로 몰아가고 있으며, 노동운동 주변부에서 사회적 교섭으로의 민주노총 방향선회 엄호하는 논쟁으로 의도적으로 촉발된 논쟁이라는 점, 합의에 우선한 노동운동의 전통을 파기했다는 점에서 수위와 게임의 룰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책임론에 입각한 사회공공성 투쟁에 대해서도 원영수 편집위원장은 “자기 대중의 1차적 요구 즉 고용의 문제를 해결하는 투쟁이 기본이며 사회공공성을 말하면 사회적 의제고 양극화의 원인인 비정규직 문제를 말하면 노조의 문제라는 발상을 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 집행부의 집요한 오른쪽으로의 방향선회에 대해 분절적 대응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1차 핵심고리는 활동가들의 전국적 연대전선 구축이 될 것”이라고 다른 그림의 투쟁을 제안했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둘러싼 편견, 사실, 진실

이상의 비판 외에도 현재 내년 5월로 맞추어진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 지자체에서 민주노동당에 힘을 싣기 위한 역순배치라는 비판, 참여연대 등 다양한 시민단체 참여를 통해 노동의 양보를 전제할 것이라는 비판 등 여러 비판들이 존재했다. 그에 대한 민주노총의 답변도 준비돼 있다.

민주노총이 세상을 바꾸는 투쟁과 사회적 교섭을 통해 제도내 자기 지분과 발언권을 확보하고 노동운동에 대한 관리자를 자처하는 한편 제 민중운동 질서도 재편하려 한다는 것은 편견일지도 모른다. 좌파가 현 집행부를 흔들기 위해 종파적으로 대안없는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는 말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러나 아직 기자의 눈에 유력한 현실은 지난 사회적 교섭 논란 과정에서 “얼마나 더 고용을 내줄 것이냐, 우리를 다 죽일 거냐”고 울부짖던 한 활동가의 모습이다. 적어도 그만큼의 위기가 현장에서 일상화돼있다는 현실 말이다.

그리고 우매한 기자에게 여전히 유효한 진실은 “이 땅의 삼분지 일을 차지하는 노동자에게 자신의 1차적 존재기반인 현장에서 그에 걸 맞는 노동의 안정과 노동자로서의 자기 존재를 인정받는 것이 가장 선차의 문제이며, 마땅한 그들의 자리를 인정하는 것에서 사회적 책무라는 요구도 가능하다는 것. 시민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이름 이전에 그들에게는 노동자라는 명확한 자기 이름이 있다는 것. 사회 구성원 1/3이 공통으로 바라는 최우선 요구라면 그것은 사회적 요구라는 이름을 걸기에 마땅하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변혁의 주체라는 거창한 말까지 거슬러 가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올 하반기, 내년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부족한 기자의 진실도 녹아나길 바란다는 바램을 보태며 글을 마친다.

[기획취재지원] - 한국언론재단

특별기획 '2005년 한국의 노동자' 순서

1회차(8월 22일) 시장화! 유연화!
2회차(8월 23일) 양극화와 사회통합
3회차(8월 25일) 고령화의 진실
4회차(8월 30일) 세상을 바꾸는 이수호 집행부
5회차(9월 1일) 노사대립과 노사정위원회
6회차(9월 6일) 노동운동 위기 논쟁의 촉발
7회차(9월 8일) 위기, 그후
8회차(9월13일) 대공장 노동운동의 현주소
9회차(9월15일) 산별은 정말 대안인가
10회차(9월20일) 정규-비정규직 차별, 해답은 없나
11회차(9월22일) 해외 공장 이전(1)
12회차(9월27일) 해외 공장 이전(2)
13회차(9월29일) 노동운동을 움직이는 사람들
14회차(10월4일) 절망의 현장, 일어서는 노동자(1)
15회차(10월4일) 절망의 현장, 일어서는 노동자(2)

특별기획취재팀
- 유영주 편집국장
- 최하은 기자
- 문형구 기자
- 최인희 기자
- 라은영 기자
- 윤태곤 기자
- 이꽃맘 기자
- 허경 영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