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보호자도, 간병노동자도 설 자리 없는 간병서비스제도

[노무현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정책'의 허와 실](4)

간병노동자와 환자-보호자들의 요구, "간병제도를 사회화하라!”

지금부터 4년 전, 서울대병원은 2003년 9월 1일 15년간 무료로 운영해오던 간병인소개소를 폐쇄하고 대신 사설 유료 간병업체를 선정하였다. 그 이전까지 서울대병원 당국은 무료소개소 소속 간병인들에게 “여러분들은 사실상 서울대병원 직원이므로 자부심을 가지고 환자들에게 열성을 다하여 간병을 해야 한다”고 교육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간병노동자들을 사실상 ‘해고’했고 무료소개소를 폐지한 진짜 이유를 노골적으로 말했다. “병원이 간병의무를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서울대병원 간병노동자들은 이러한 병원의 무책임한 조치와 폭력적인 노조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웠고 간병노동자의 노동권 확보와 간병공공성을 위한 연대활동을 지금도 계속해오고 있다.

2003년 서울대병원 간병인투쟁이 승리할 수 있었던 건 크게 3가지 요인 덕분이었다. 중고령층이자 여성비정규직노동자였던 간병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노동에 대한 투쟁을 제기하고 노동조합으로 모여 싸웠다는 점, 그리고 정규직노조인 서울대병원노조가 헌신적으로 이들의 투쟁을 지지-지원했다는 점, 그리고 간병인투쟁에 연대하는 노동사회단체와 학생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투쟁을 임했고 또 끝까지 책임져왔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간병노동자-정규직 서울대병원노조-학생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되었던 당시 ‘서울대병원 간병인문제해결과 서울대병원제자리찾기 공대위’라는 투쟁의 3주체가 맞물리면서 투쟁의 성과를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투쟁에 함께 했던 이들은 간병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정부차원에서 공공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간병노동자와 보건의료단체, 환자단체, 학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간병문제가 환자 개인이나 민간유료업체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공공적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제기했던 것이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며 의미심장하다.

간병노동자의 권리와 환자의 권리는 연결되어 있다

당시 투쟁에서 2004년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실태조사는 ‘환자 간병에 대한 사회적 지원대책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요구를 뒷받침해주었다. 가족간병을 포함한 간병의 전체 사회적 비용이 최소 1조 원에 이르며, 암으로 입원한 경우 환자 1명당 가족 및 친지 3명이 간병에 참여하고 있던 것이다.

최근 자료 또한 마찬가지다. 보건사회연구원 자료(2006)에 따르면 간병인 고용에 따른 가족의 지출비용은 1주당 평균 38만1천875원이며, 암환자가 1주당 45만원, 사지마비환자 42만원, 척수 및 관절손상 등 근골격계 질환 40만5천 원, 뇌혈관질환 35만5천 원이다. 여기에 환자 가족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간병에 대한 사회적 비용(직장인 휴가(직)시 인건비, 식사비, 교통비, 간병 필요물품 구입비 등)까지 포함한다면 그 비용은 더 높아질 것이다. 게다가 간병비용에 대해 환자가족의 약 65%는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부담을 갖지 않는다는 경우는 10.2%에 불과하다. 간병이 요구되는 환자이지만 비용부담 등으로 가족에 의해 간병이 이루어지거나 간병할 가족이 없어 방치되고 있는 환자의 비율은 전체 입원환자 중 35%-72%(종합요양기관 38%, 종합병원 46%, 병원 35%, 요양병원 72%)이다.

간병은 환자를 심리적, 육체적으로 지지, 지원하고 치료하는 단계에 엄연히 포괄되어 있어, 사실상 병원에서 필요한 필수서비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들은 간병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서, 간병서비스에 대한 질 관리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희생당하는 것은 명백히 간병노동자들과 환자-보호자다.

이제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병원이 원칙적으로 간병노동자를 직접고용한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리고 정부가 간병노동자들의 간병서비스 제공 자체를 보험적용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환자의 부담은 사회적으로 해결가능해지고 동시에 간병서비스의 질 또한 정부와 병원의 책임 하에 관리될 수 있다. 간병노동자는 병원 내에서 자신의 노동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며 환자-보호자 또한 자신의 생명을 믿고 맡길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 또한 병원과 정부가 지고 있다는 신뢰가 생겨나게 된다. 간병의 공공성이란 바로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다.

간병제도의 사회화, 노무현 정부가 오히려 왜곡시키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에서 시도하고 있는 간병제도를 보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붕어 없는 붕어빵 마냥, 본인부담비용은 여전히 부담스럽게 남아있고 간병노동자의 구체적 고용규정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보호자없는병동’ 사업은 어떤가? 간호인력 확충과 간병노동자 등 인력투입이 명확하게 전제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간병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열악하게 제도화시킬 우려가 있다.

노인돌보미바우처 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바우처제도’ 자체가 갖는 기만성은 둘째치고, 실제 노인돌보미를 하고 있는 이들의 월평균임금은 56만원에 불과하다.('돌봄서비스 정책, 좋은 일자리 공공성 강화로 갈 것인가/ 토론회, 한국여성노동자회/전국여성노동조합 주최, 2007. 9. 20) 노인들이 계시는 집을 돌아다니면서 하다보니 많은 집을 돌아다니면 되지 않겠는가 싶지만, 임금책정을 위한 노동시간에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이동시간은 포함되지 않고 별도의 교통비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

결국 최계생계비도 보장하지 못하는 저임금일자리는 개선될 여지가 없다. 노인들과 환자들은 그들대로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간병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대로 지치고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만 거듭된다.

환자-보호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공공적’인 간병제도, 말 그대로 간병제도를 ‘사회화’시키는 것이다. 즉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아래 공공적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 국민들이 아프고 늙었을 때 편하게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 자신의 노후와 미래를 보장받는 것이다. 간병노동을 하는 이들은 안정적인 노동조건에서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환자-국민, 그리고 간병노동자들이 요구해왔던 간병서비스였다.

그러나 정부가 시도하는 간병제도들은 모두 ‘간병 시장화’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환자와 국민, 노인과 간병노동자들의 요구에 역행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부담은 부담대로 늘리고 간병노동자의 조건은 저열한 수준으로 고착화시키며,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과 시설을 100% 민간위탁하고 영리법인까지 확대시켜 버리겠다는 정부의 시도는 명백히 노동자민중의 요구와는 반대의 것이다. 그러면서도 온갖 감언이설로 정부의 간병제도화를 선전하며 ‘당신의 노후를 책임’지고 ‘정부가 효도하겠다’는 것. 노무현 정부는 노동자민중의 미래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적’ 간병서비스,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자

"노인수발보험법을 만들려면 반드시 당사자인 간병노동자들의 노동의 대가가 정당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겁니다. 국민건강보험료로 간병료가 지급되고, 노인과 환자는 무료로 간병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간병노동자들이 특수고용에서 벗어나고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어야지요. 그래서 환자가 정말 마음 편하게 간병을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간병인도 불안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겁니다. 정부가 정말로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고자 한다면, 모두가 안정된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노인들이 정말 편하게 하늘나라로 가시게끔 모실 수 있게 하는, 노인들이 기쁨으로 하늘나라로 갈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이 땅에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2006년 3월, 98주년 여성의 날 맞이 토론회에서 공공서비스노조 정금자 서울지역간병인분회장의 발언 중)

결국 문제는 다시 공공성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우선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의 설립 요건 및 인력 기준이 강화되어야 하고, 서비스 질 관리와 서비스 공급에 대한 공공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요양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요양기관 설립을 위한 최소 인력에 대한 기준이 강화하는 등의 방식을 고민할 수 있다. 인력 기준에 정규직 고용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 안정적인 서비스제공을 위해 노력하며, 이를 주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는 공공 서비스 기관 설립을 강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또한 정기적으로 전체 기관의 서비스 질을 평가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질 관리 방안이 고민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간병노동자들의 경험을 인정하고 사회적 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간병노동자에 대한 신규교육과 재교육은 모두 비영리기관과 같은 공공성을 담보한 기관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할 때, 간병서비스의 사회적 역할과 성격이 더욱 분명해질 수 있으며 기존 간병노동자들의 생존권 또한 보장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들은 간병서비스제공을 위한 모든 과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져, 환자-보호자, 간병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노무현 정부의 간병제도화 시도에는 위와 같이 환자와 국민, 간병노동자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길이 없다. 모두가 희생될 수밖에 없는 정부의 간병‘시장화’를 택할 것인가, 모두가 생명과 미래를 보장받을 간병‘공공성’을 택할 것인가. 다시 우리의 투쟁은 모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손으로 우리의 미래를 쟁취해내자.
덧붙이는 말

박주영 님은 병원노동자희망터 사무처장으로,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를위한공대위(준)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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