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파견 가능 업종이 아니더라도 업무 계약을 통해 사실상 파견처럼 인력계약을 하는 방식이 도급이다. 도급은 A(원청)기업에 필요한 일의 일부를 B(하청)기업에 도급계약을 통해 맡기는 방식이다. 문제는 B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일터가 A기업 안에 있을 때 도급과 파견의 경계가 애매해진다. 심지어 이런 곳은 원청기업 관리자가 하청기업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노무관리를 한다. 명백한 불법파견임에도 도급계약으로 위장했기 때문에 위장도급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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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근로자 파견법은 파견 대상업무를 32개로 제한하고 있어 그 외의 업무에서 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를 사용하지 않고 타 회사의 인력을 사용하면 불법이다. 이 업무에 간접 고용을 사용하려면 도급이나 용역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노동자를 상품처럼 사고파는 것을 그나마 제한하는 장치인 파견대상 업종을 노동부가 확대하려하고 있어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현재도 파견허용 업무가 너무 많다고 주장해왔다.
노동인권사회단체가 모인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는 26일 명동 향린교회에서 ‘파견노동 확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첫 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박주영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은 최근 노동부가 ‘파견대상업무 및 파견근로자 활용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현행 파견대상업무 32개를 49개로 확대하려는 이유를 비판했다. 노동부는 이 보고서에서 파견업종 범위 제한으로 인해 불법파견 위험이 큰 용역도급이 만연하게 되었고, 이런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도급부문을 합법 파견으로 양성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주영 법률위원장은 “이미 파견업무 대상인데도 사용자는 더 이상 파견의 외관을 취하지 않는다”면서 “사용자들은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수 있어 오히려 도급을 선호한다. 파견대상 업종을 확대한다고 위장도급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주영 위원장은 “콜센터 상담업무는 98년부터 이미 파견이 가능했지만 전부 도급방식으로 가고 있다”며 “공공부문도 콜센터를 특정업무로 해서 외주 도급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2006년 추가 확대된 파견대상 업무의 현주소를 들었다.
합법파견 확대로 도급관계의 근로조건 개선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놓고도 “파견 자체가 합법, 불법에 상관없이 법위반이 나타나는 것은 파견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로 원청에서 파견의 단가, 근로조건을 다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는 파견고용 통해 직접고용 가능성 증가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도 이미 현실에서 불법파견투쟁이 불가능함을 확인해 줬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수년간 위장도급을 통해 불법파견을 해왔던 분야에 파견을 허용하는 것은 그로부터 2년 뒤 파견계약 해지를 통해 수년간의 지속적인 고용관계를 무가치한 것으로 단절시키는 효과를 갖게 된다”며 “그 동안 2년 넘게 위장도급을 해온 경우, 불법파견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책임을 귀속시키고 간접고용 노동자가 단결하여 직접고용을 주장 할 수 있었던 가능성마저도 박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견 확대하다보면 파견과 도급 구분 무의미해 질 것
이런 문제점이 있는데도 정부가 굳이 파견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주영 위원장은 “파견과 도급을 반복으로 사용하고 파견과 도급의 경계마저 흐려지게 하면 간접고용자체가 혼탁화 된다”고 지적했다. 박주영 위원장은 “은평시립병원 간병노동자는 인력관리업체가 계속 바뀌면서 한해는 도급, 한해는 파견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처음부터 간병은 파견 허용대상 업무였는데도 노동자가 자신의 고용관계와 사용자가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이렇게 복잡하게 되면 사용자들이 임의적으로 노동관계를 바꾸면서 노동유연화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데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장은 또 “합법 파견의 주변업무들이 외주와 도급화 되고 이게 다시 파견대상 확대업무로 확장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업무와 관련업무가 파견대상으로 계속 확장 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파견과 도급의 경계가 더 모호해지고 파견과 도급의 구분이 무의미 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최근 정부가 일자리 정책으로 밀고 있는 산업분야가 주로 도급화가 진행 되는 분야”라며 “이 분야의 중장기 인력수급전망 속에서 파견대상 확대로 나타나는 것은 향후 신규 일자리를 간접고용으로 하겠다는 것을 예고 한 것”이라고 봤다.
민주노총, 전 시민사회에 파견법 철폐 대책회의 제안
이어 두 번째 발제에 나선 박유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 국장은 민주노총 내부에서 파견업종 시행령 확대와 관련한 대응기획회의를 통해 논의된 투쟁계획을 설명했다. 박유순 국장은 “미래의 노동을 담당할 청년학생들과 고령화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동만의 의제가 아닌 사회적 의제로 발전 강화해야 한다”며 “파견법 대책회의를 전 시민사회를 포함해 전 노동계가 하나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파견법 철폐 대책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노동자 파견은 사실상 인신매매기 때문에 청년, 학생, 고령노동자와 시민사회나 인권운동 차원에서도 끊임없이 사회양극화 주범으로 제기해 나가자는 것이다.
박유순 국장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파견 확대 주요 해당 단위인 건설, 금속, 운수, 서비스 등 산별조직들 조합원에게 구체적이고 주요한 내용으로 선전 홍보사업을 강화하면서 법 개정 국면으로 들어가면 산별연맹과 총연맹이 주요 투쟁의제로 만들어 싸워간다는 계획이다.
박유순 국장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알리고 그 근거로 투쟁을 조직하고 그 안에서 시민들과 함께해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노동권 팀 기선 활동가는 “파견노동이 인간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보여줘야 하는데, 정작 파견확대가 되면 생존이 힘든 여성이나 노년층은 파견 노동을 선택할 것”이라며 “그들에게 이건 나쁜 노동이니 하지 말라고만 할 수 없다”며 대응의 어려움을 토로냈다. 기선 활동가는 “청소년과 청년,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대상화가 됐고 우리 스스로도 찾고 있지 않다”면서 “생존에 절박한 사람들의 주체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엔 택시노동자와 현대자동차 하청 해고 노동자가 나와 각 현장의 위장도급실태를 증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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