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당대회, 지도부의 참여당 행보 견제

참여당 거론된 원안 거부, 진보신당 합의 존중 수정안 만장일치 통과

민주노동당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상당수 대의원들이 지난 2개월여간 지도부가 주도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논란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민노당 지도부는 정당법상 실무적으로 필요해 넣었던 국민참여당 관련 수임기관 권한 안건을 대폭 수정하고,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중심에 둔 수임기관의 권한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민노당은 이에 앞서 진보신당과 이날 12시 30분께 합의한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잠정)합의문’을 논란 없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패권극복, 민주적 당 운영,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강령·당헌도 합의

민노당은 28일 오후 2시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방침 이행의 건’을 심의했다.

민노당은 우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5.31 최종합의문에 의거하여 9월 안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며, 국민참여당 참여 문제에 대하여 합의하기 위해 진지한 논의를 하되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새통추에 참가한 개인과 세력을 중심으로 9월 25일 창당대회를 개최한다”는 진보신당과의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 합의문에는 통합정당 운영의 구체적 방안을 담은 ‘부속합의서2’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강령과 당헌에 대한 합의안도 담겨 있다.

민노당이 합의안을 의결함에 따라 진보신당이 오는 9월 4일 당대회에서 ‘조직 진로에 대한 최종 승인의 건’을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양당의 통합은 실질적인 절차를 밟게 된다.

진보신당도 28일 오후 대방동 여성프라자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조직 진로에 대한 최종 승인의 건’을 9월 4일 임시 당 대회 안건으로 확정했다. ‘조직 진로에 대한 최종 승인의 건’은 5.31합의문과 패권주의 극복과 민주적 당 운영에 관한 부속합의서2, 당명·강령·당헌 등 2차 협상결과를 포함한 최종합의문을 승인하는 것을 골자로 한 안이다.

민노당 대의원들, 국참당 문제에 강하게 반발

이날 민노당 대의원대회의 가장 크게 논란이 된 것은 ‘국민참여당을 포함해 통합진보정당 건설과 관련 일체의 권한 수임기관 위임’ 안건이다. 이 안건은 민노당 수임기관 전체회의에서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국민참여당의 통합정당 참여 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이다 어느 정도 문구를 조정해 제출한 안건이지만 대의원들은 질의 과정에서 민노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이런 문구에 합의한 것은 신설 합당과 관련해 명확한 당명을 밝히지 않을 경우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선관위의 유권 해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이 문구를 두고 “진보신당과 최종합의문에 서명까지 한 상황에서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원섭 사무총장이 이 문구를 두고 “주문사항은 방법과 절차 등의 권한을 수임기관에 위임해달라는 것”이라며 “(국민참여당 관련) 당원 총투표든 진보신당 협상이든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권한을 수임기관에 위임해 달라는 주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논란은 더 확산됐다.

김인식 대의원은 “지난 정책당대회에서 통합 대상에 국민참여당이 포함되느냐는 대의원 질의에 당의 공식 논의 기구에서 의결한 바 없다고 해서 다들 진보신당과의 신설합당으로 생각했다”며 “대의원들에게 정직하게 말하지 않은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어떤 대의원은 “참여당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정치적 내용 그 자체였지만 당 지도부들은 참여당 태도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답변은 정치적 논의를 수임기관에 위임해 달라는 것”이라며 “당원들은 결국 통합 대상에 대한 토론과 논의의 기회조차 잃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의원들의 질의와 우려가 쏟아지자 조준호 당대회 의장은 정회를 선언하고 원안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다시 회의가 속개 되자 장원섭 총장은 “이 주문 사항은 당론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참여당을 포함한 논의를 진보신당과 진지하게 하기로 합의를 했고, 만장일치로 통과한 합의안 논의를 하기위해서도 2/3로 의결하는 것이 옳다”며 “당론 결정방식은 직접민주주의 원리를 구현하되 다양한 여러 방식 등이 있다면 수임기관에서 판단해 추진하겠다. 이런 권한을 위임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대의원이 “참여당을 포함하는 이 부분은 기존 합의문과 다른 부분이 있어 ‘참여당을 포함하는’을 삭제하는 수정동의안을 제출하겠다”며 “참여당과의 통합 문제는 너무 서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후 진보신당과의 논의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제기했다.

김인식 대의원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합의안에는 이미 국참당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다고 명기했다. 진보신당과 참여당 통합을 진지하게 논의하기로 했는데 다시 참여당을 특정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굳이 진보신당이 반대하는 안을 다시 적시해서 통과시키려고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는 진보신당에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정안 채택여부를 물어 달라”고 촉구했다.

“원안대로 의결하면 진보신당에 다른 정치적 메시지 줄 수 있다”
대의원들, 진보신당 자극 강하게 우려


논란이 계속 되자 이정희 대표가 직접 나서 해명했다. 이정희 대표는 “진보신당과 참여당 문제가 합의되더라도 별도로 이런 조항을 두어야 합법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혹시 다시 대의원대회를 할 수도 있다. 일정상 9월말까지 통합진보정당을 창당하고 바로 재보궐 선거로 가도록 하기 위해 일체의 논란이 없도록 가능성 열어두자는 것”이라며 “그때 대의원대회를 열기는 어렵다”고 원안 통과를 호소했다.

그러나 박인숙 대의원은 “어제 이정희 대표의 결단 이후 기쁜 마음으로 당대회에 왔는데 이 안건이 그 문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 있다”며 “만약 극적으로 진보신당이 참여당 문제를 합의하면 진보신당도 대의원대회를 열어서 통과해야한다. 그러면 우리도 다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통합하는 과정이다. 굳이 오늘 결정하자는 것은 오히려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 지도부가 이후에 당원총투표도 할 생각이면 굳이 오늘 저 조항을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양당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데 그것과 충돌되는 안을 지도부가 다시 제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다시 먹구름 만들지 말자. 오로지 어떻게 진보의 단결을 할지만 두고 판단하자”고 촉구했다.

이어 다른 대의원도 “수임기관이 참여당 관련 권한을 가지고 있느냐는 논란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까지 민노당 지도부는 권한을 가지고 논의해 왔고, 참여당 통합 지지입장을 협상에서 피력해왔다”며 “그것 때문에 협상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안대로 의결하면 진보신당은 참여당과 통합을 결정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오늘 아침까지 이어진 합의정신은 참여당을 잠깐 제치고 양당 통합에 먼저 매진하자는 것이다. 그 정신을 지키기 위해 의장이 수정안을 받아들여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이렇게 논란이 이어지자 김성진 최고위원과 정성희 최고위원이 “정치적인 판단이 아니라 선관위 유권해석에 따른 실무적인 문제다”, “중요한 것은 진보신당과 합의 없이 참여당과 통합은 안한다는 것을 믿어 달라”고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 대의원은 “이게 표결 됐을 때 다른 정치적 여파 클 것이다. 원안을 지도부가 철회할 생각은 없느냐”고 재차 묻기도 했다.

현역의원으로 수임기관회의에서 원안에 합의했던 곽정숙 대의원도 안건을 철회해야 한다고 나섰다. 곽정숙 의원은 “수임기구 위원으로 실수를 했다. 안건은 철회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지난 당대회에서 수임기구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참여당 문제는 진보신당과 통합이 일단락 된 후에 논의하기로 의결이 되어 있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도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안건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자 조준호 의장은 저녁 7시께 정회를 선언하고 수임기관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결국 민노당 수임기관은 “합의문 2항의 이행과 관련한 논의의 권한과 진보신당과 합의가 이뤄질 경우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통합진보정당 건설과 관련한 권한을 수임기관에 위임한다”는 수정동의안을 제시했고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진보신당, “진보신당 동의 없이는 국민참여당 참여 불가능”

수정동의안이 통과되자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즉각 환영논평을 냈다. 강상구 대변인은 “오늘 민주노동당의 결정은 국민참여당의 참여 문제는 양당의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민주노총의 결정, 27일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합의한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잠정합의문’의 정신 등에 비춰 볼 때 적절하다”며 “이 결정으로 국민참여당 참여 문제는 진보신당의 동의 없이는 국민참여당의 참여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임기관 권한 관련 안건은 민노당 지도부의 국참당 관련 행보에 대한 대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드러내 이후 지도부의 행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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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

    노동자 대중이 만든 정당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기존의 이념정당, 결사로 만든 정당들은 결국 재정적, 정치적 탄압 등으로 무너져갔습니다.
    노동자들이 만든정당을 잘갈려서 가는것은 민중운도에서도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좌파 활동가들, 사회주의 지향 활동가들의 참여가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