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아니 오만한 인터넷 언론사들

[기고] '정보상품을 팔아먹는 기업', 인터넷 언론사들에 고함

오병일(진보네트워크센터)  / 2006년05월17일 17시06분

내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도 본격 시행된다. 인터넷 실명 시스템을 설치해야 하는 인터넷 언론사는 800여개에 달한다. 대부분의 인터넷 언론사들이 인터넷 실명제를 수용하거나, 혹은 아예 게시판이나 덧글을 폐쇄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실명제라는 저질 정책의 생산한 것은 물론 선거법에 실명제를 포함시킨 국회의원들과 (민주노동당 정도를 제외한) 보수 정당들, 이것을 요구한 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자치부이며, 국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분명히 광범위하게 발생할) 명의도용 사태에 대한 1차적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수용한 인터넷 언론사들에게도 쓴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언론사들이 비판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비겁했기' 때문이 아니다. 만일 실명인증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으면 그들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또한 실명인증을 받지 않은 글에 대한 선관위의 삭제 명령에 대해서 불응할 경우, '건 당'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즉 인터넷 실명제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각오해야 하는 셈이다. 영세한 대부분의 인터넷 언론사들에게 이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때문에 그들이 당당하게 실명제 거부를 선언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것 같다.

그들이 비판을 받아야 하는 진짜 이유는 그들 대부분이 이용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말로는 독자들과 '함께' 만드는 언론이라고 떠들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터넷 실명제의 입법화 논의가 시작된 지난 2004년 초에, 이들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불복종을 선언했었다. 당시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대표적인 인터넷 언론사를 포함하고 있는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성명서에서 "위헌적이며 반인권적인 인터넷 실명인증제를 법제화와는 무관하게 전면 거부할 것임을 선언"하였다. 그 당시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2004년 법제화 당시와는 달리, 현재는 선관위가 '신용평가기관을 통한 실명인증 시스템'도 인정함으로써, 행정자치부가 제공하는 실명인증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별도의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뿐이다. 결국 이들은 인터넷 실명시스템 설치로 인한 비용만이 부담스러웠을 뿐, 사실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이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인터넷 언론사들의 무관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번 인터넷에서 선거 실명제로 검색을 해보라. 정작 자신들과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실명제의 문제점에 대해 다룬 언론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사실 선거시기 실명제와 무관하게, 일부 인터넷 언론사의 경우 (특히 주류 인터넷 언론사들의 대부분은) 회원가입을 할 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인증을 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덧글을 쓸 때에는 실명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쨌든 실명인증 시스템 자체가 이들에게는 더 이상 부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내심 선거시기 실명제를 반기고 있지 않을까? 선거 시기에는 민감한 댓글 역시 폭주하게 될텐데, 실명제에 의해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들을 '언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자신들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 없다면, 그저 '정보상품을 팔아먹는 기업'에 불과할 뿐이다.

내일,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당당히 불복종을 선언하는 '진정한 언론사'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이용자들에게 실명인증을 강요하지 말고, 차라리 게시판과 덧글을 폐쇄하는 소극적 저항이라도 펼치는 인터넷 언론사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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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실명제를 반대하는 것인지????? 정말 알수가 없네.
인신공격하고, 비방하고, 유언비어 날조 하려는건 아닐텐데...
최영현
2006.05.18 10:37
왜 실명제를 반대하는 것인지????? 정말 알수가 없네.
인신공격하고, 비방하고, 유언비어 날조 하려는건 아닐텐데...
최영현
2006.05.18 10:37
실명 인증을 하지 않는다고 인신공격하고 비방하고 유언비어 날조하는 것이 아닌데, 나에게 왜 실명인증을 강요하는지를 물어야죠. 현재 실명제가 그런 것들을 막을 수도 없지만...
오병일
2006.05.18 11:25
실명 인증을 하지 않는다고 인신공격하고 비방하고 유언비어 날조하는 것이 아닌데, 나에게 왜 실명인증을 강요하는지를 물어야죠. 현재 실명제가 그런 것들을 막을 수도 없지만...
오병일
2006.05.18 11:25
뭔 정치랑 아무 상관없는 댓글하나 달려도 주민번호 요구하고 회원가입하라네요. 지방선거기간 동안 실명제한다지만 앞으로 전면 실시할거 같은데 표현의 자유를 심하게 억압하구 있군요. 누가 만든 법인지 모르겠지만 짚구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악법은...
지나다
2006.05.18 18:03
뭔 정치랑 아무 상관없는 댓글하나 달려도 주민번호 요구하고 회원가입하라네요. 지방선거기간 동안 실명제한다지만 앞으로 전면 실시할거 같은데 표현의 자유를 심하게 억압하구 있군요. 누가 만든 법인지 모르겠지만 짚구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악법은...
지나다
2006.05.18 18:03
영 불편하던데요.. 말 한마디 남기려고, 주민등록번호를 넣고, 회원가입을 하라니. 참 웃기는 발상이더군요..
나두
2006.05.19 00:20
영 불편하던데요.. 말 한마디 남기려고, 주민등록번호를 넣고, 회원가입을 하라니. 참 웃기는 발상이더군요..
나두
2006.05.19 00:20

덧붙임

오병일 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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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실명제 전면 거부를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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