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했으나: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을 보고

6월 13일 금요일 이스라엘 측의 전격적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이란의 전쟁은 소모전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이스라엘이 전격전을 개시한 직후 미국과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은 잠깐 유포리아에 싸인 듯했다서아시아에서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에 맞서는 저항의 축’ 중심인 이란이 엄청난 타격을 입고 휘청거리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전쟁 발발 5일째가 되는 지금이란은 초기의 타격 충격에서 벗어나 강력한 반격을 벌이며 이스라엘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모양새다이스라엘은 전격전으로 삽시간에 승기를 잡은 것 같더니 이제는 전황이 바뀌어 소모전으로 발전한 것 같다.

출처: Unsplash, Marek Studzinski

이스라엘의 참수 공격은 처음에는 매우 충격적이었다이란군 참모총장 모하마드 바게리혁명수비대 총사령관 호세인 살라미 등 장성 10명 안팎핵 과학자 수 명 등 이란의 안보 관련 주요 인물들을 삽시간에 제거하고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발사대 1/3을 파괴하고주요 파괴 목표인 핵시설도 공격하는 등 이란 측에 엄청난 손상을 입혔기 때문이다.

다음은 13일에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의 일부 내용이다. “나는 이란에 협상할 기회를 주고 또 줬다나는 가장 강력한 말로 그냥 협상해라라고 했으나그들은 아무리 노력하고아무리 가까이 다가갔어도 협상을 이룰 수가 없었다.” 여기서 협상은 미국과 이란이 최근에 벌여온 핵 관련 협상을 가리킬 것이다미국은 이란이 추진하지도 않는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라며 이란의 평화적 핵 사용도 막으려 해 그동안 양국 간 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다트럼프의 트루스소셜 게시문 내용은 13일의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에 엄청난 타격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봐라진즉에 내 말을 들었어야지하고 말한 것과 같다.

같은 날 트럼프는 CNN 기자 데이나 배시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협상하던 사람들은 죽었다강경파들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미국과 이란은 16일에 핵 협상을 속개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그렇다면 미국은 자국의 협상 대상자를 이스라엘이 제거하는 것을 용인한 셈이다한편으로는 협상에 나서고다른 한편으로는 동맹국이 그 협상 당사자를 제거하도록 하는 미국과 앞으로 어떤 나라가 협상에 나설는지 궁금하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방식은 6월 1일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핵 자산 소재 공군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한 것과 판박이다그때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드론 공격을 위해 1년 넘게 준비했다며 자국의 비밀 작전 수행 능력을 자랑한 적이 있다공군기지 공격에 사용한 드론은 우크라이나에서 발사하거나 반입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 내에서 부품을 조립해 만든 것이라 한다이번에 이스라엘 공격 무기로 사용한 드론도 상당 부분 이란 내부에서 조달한 부품으로 만든 것이라고 알려졌다우크라이나 대 러시아이스라엘 대 이란의 대결에서 숨은 공통분모를 꼽자면 미국이 아닐 수 없다미국은 두 국지 갈등에서 모두 숨은 주역이라고 봐야 한다. 1년 넘게 이란 공격을 준비하는 동안 이스라엘이 미국과 협력했을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미국의 도움을 받아 일으킨 이번 전쟁이 꼭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전개될는지는 의문이다시작만 창대했다고 여겨진다. 13일 이스라엘의 불시 공격을 받고 이란은 커다란 타격을 입은 것 같았으나 곧 반격에 나섰다이란은 공습으로 고위 장성을 다수 잃었으나 바로 인사를 단행해 지도부를 재정비했고이어서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며 전세를 뒤집은 양상이다이란이 보유한 미사일 발사대가 1/3가량 제거되었다고 처음 알려진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발사대가 다수 파괴된 것은 맞으나 대부분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유도하려 준비해둔 모조품이었다는 것이다.

14일에 개시된 이란의 대이스라엘 공습은 15, 16, 17일에도 대규모로 이어졌다물론 이스라엘도 공습을 멈추지 않았다지금까지 사상자를 놓고 보면 이란 측은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생겼고이스라엘 측은 수십 명의 사망자를 냈다고 전해지고 있다인명 피해는 이란 측이 훨씬 더 크게 입었다고 봐야 한다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란의 공격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고이스라엘은 1960년대 중동전쟁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겪지 못한 엄청난 타격을 입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스라엘은 그동안의 지역 전쟁에서 자국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매우 적게 입은 편이다주변의 팔레스타인레바논이라크시리아이집트 등을 이스라엘이 침공했을 뿐이지 주변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침공한 적은 거의 없고이스라엘의 탱크나 폭격기가 외국에 들어가서 파괴 행위를 했을 뿐이지 외국군이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침공하거나 외국의 폭격기가 최대도시 텔아비브 등을 공격한 적은 거의 없다최근에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가끔 텔아비브로 미사일을 쏘는 일이 있었으나 그 피해는 약소했던 편이다하지만 이번에 이란이 감행한 미사일 공격은 유례없이 강력해서 14일 이후 지금까지 닷새간은 텔아비브 등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시민에게는 처음 겪는 아비규환이었을 것이다이란 미사일 공격의 위력이 그만큼 대단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개시하며 이란의 군사적 역량을 과소평가한 것이 분명하다다음은 미국의 책임 있는 국가 정책을 위한 퀸시 연구소의 부소장 트리타 파르시의 말이다. “그들[이스라엘인]은 자신들이 아주 성공적으로 이란 군부의 상층 지도부를 타격해서 그 일부를 살해한 뒤 이란이 보여준 재편 능력을 과소평가했다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이란의 지휘통제를 붕괴시켰다고 믿었으나 그런 생각은 바로 수정되어야 했다이제 우리는 이란 미사일이 이스라엘 방공체계 전 층위를 성공적으로 뚫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다.” 이런 사실은 전쟁 개시 며칠이 지난 지금첫날 전격전이 벌어졌을 때와는 전쟁 양상이 상당히 달라졌음을 말해준다처음에는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것으로 보였고이란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당하는 것만 같았으나얼마 지나지 않아 이란이 대오를 갖추고 체계적인 반격에 나서서 전세를 뒤집은 것 같다.

이스라엘 매체는 이란이 전례 없는 심리전을 펼친다고 인정했다최근의 진격에서 그들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공격의 은밀함이었다미사일 발사가 공지되었는데 하늘은 눈에 띄게 조용했다. [...] 미사일 공격의 일부는 이스라엘 방공망을 통과해서 사전에 경고할 틈도 주지 않고 주요 지점을 타격했다텔아비브와 중심 지역들에서 주민 다수는 폭격 전에 어떤 적색경보나 사이렌도 없었다고 말했다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경보체계는 처음으로 근 2분이나 작동이 지연되어 대피소기반 시설주거지역에 대한 명중을 허용했다.”

사태가 바뀌자 트럼프의 태도도 달라졌다다음은 미국시간으로 15일 00:34에 트럼프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올린 내용이다. “미국은 오늘 밤의 대이란 공격과 아무 관계가 없다만약 우리가 어떤 방식모습형태로든 이란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미군의 모든 전력과 힘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당신들을 다그칠 것이다하지만 우리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협상을 쉽게 성사해 이 피비린내 나는 갈등을 끝낼 수 있다!!!”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트럼프의 말의 핵심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공격한 것과 우리는 아무 관계가 없다라는 것이다면피용 발언으로 읽힌다.

G7 회의에 참석했던 트럼프가 회의가 끝나기도 전인 17일 귀국을 결정했다트럼프는주최국인 캐나다의 초빙을 받아 회의에 참석한 한국 대통령 이재명과 사전에 조율된 정상회담도 무산시키고 미국으로 가버렸다트럼프가 중요한 국제회의 도중에 자리를 뜬 가장 큰 이유는 중동전쟁이었을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그는 귀국하기 전에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상황실 설치를 명한 것으로 알려진다국가안전보장회의를 거쳐 미국은 이번 전쟁에 직접 참여할 것인가 여부를 결정할 공산이 크다미국으로서는 자국의 대이슬람권 싸움 개’ 이스라엘이 벌인 불장난 수습에 급히 나서야 할 판이다.

자국이 수행한 전격전이 기대한 대로 풀리지 않자 이스라엘은 여간 조급해진 것 같지 않다미국은 가능하면 이번 전쟁에 대한 자국의 개입이 없거나 적게 만들려는 데 반해서이스라엘은 미국이 깊숙이 개입한 것을 기정사실로 만들고 되도록 또 그 점을 강조하려 든다이스라엘은 지금 미국에 이란의 핵시설 공격에 나서달라고 간청하고 있다이란 핵시설은 지하 100미터 정도 아래에 설치되어 있어서 이스라엘이 보유한 무기로는 파괴하기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스라엘은 미국이 B-2기를 띄워서 지하 60미터까지 파괴한다는 벙커버스터를 사용해서 이란의 핵시설에 공격해주기를 원한다고 한다트럼프가 G7 회의 도중에 급거 귀국한 것은 이란의 핵시설 파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함이었을 공산이 높다.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하고 나서면 서아시아아니 세계는 대규모 전쟁을 다시 목격하게 될 것이다이번 전쟁은 아직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도 다르다우크라이나 전쟁도 나토군 전체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이는 것이니 국제전에 해당한다그래도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미군이나 유럽 나토국의 군대가 직접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적어도 공개적으로는 그렇다반면에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파괴에 직접 나서면 그것은 미국이 이란 영토를 직접 공격하는 것인 만큼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드론 공격은 그것대로 진행하면서이라크와 시리아카타르 등에 있는 미군 기지도 공격할 공산이 있다이란의 공격으로 미군 기지가 피격되어 거기서 사상자가 발생하면 미국은 이란을 응징하려 들 것이다이렇게 되면 사태는 악화해 걷잡을 수 없게 될 수 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은 이스라엘이 바라는 바이겠으나만약 미국이 오판하여 그런 공격에 나서면 중동서아시아는 엄청난 전화에 휩싸인다그뿐만 아니다세계대전의 위험까지도 있다미국은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에 나서서 세계를 제3차 대전으로 몰아넣을 것인가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은 평화 대통령이 될 것임을 약속해서 미국민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그가 자신의 약속을 지킬 것을 정말 바라마지 않는다.

미국의 직접적 전쟁 참여로 인해 이란전쟁이 악화해도 바로 상황이 바뀌지 않을 공산도 크다는 전망이 있다핵시설이 파괴된다고 이란이 항복할 리는 만무하며이란은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는 말이다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에서처럼 전쟁은 지리멸렬하게 이어질 수도 있다다시 말해 소모전이 된다는 것이다소모전으로 되면 불리한 것은 이스라엘과 미국이라고 봐야 한다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와도 달리 소국이고미국은 지금 이스라엘 외에 우크라이나 등 세계 곳곳에서 돌봐줄 데가 너무 많은 상황이다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유한 무기를 대거 소모하기도 했다이스라엘에 비하면 이란은 대국이다이란의 인구는 9,200만 명이고 이스라엘은 1,000만 명이다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인구는 1,700만 명인데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는 인구가 50만 정도다두 나라는 나라의 크기국력자원 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이스라엘이 버티려면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나 미국도 코가 석 자인 형편이다.

전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그러나 그동안의 전황을 보면 이스라엘의 전격전은 처음에는 성공한 것 같으나 시간이 가면서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이고이란의 반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란이 앞으로 열흘 남짓 지금 수준으로 공습을 이어가면 이스라엘의 방공시스템은 한계에 다다른다고 전망한다전쟁은 소모전으로 바뀌고 있다애가 타는 것은 이스라엘이고 미국인 것 같다반면에 이란은 자신만만해 보인다어쩌면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도 있다그러나 왜 걱정이 없겠는가미국이 이란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것이 그것이다그런 일이 일어나면 이란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보유한 미사일을 이스라엘과 중동의 미군기지에 다 쏟아부을 것이다하지만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우리가 아는 세계는 사라지고 만다전쟁 아닌 평화를 우리가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말

강내희는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으로 중앙대학교 교수, '문화/과학' 발행인, '문화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참세상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서울의 생김새⟫, ⟪길의 역사⟫,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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