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 시설 타격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행위입니다. ... 이것은 침략 행위이고, 미국이 일으킨 전쟁입니다. 우리 정부는 결코 이같은 침략 행위에 동조해선 안 됩니다. 우리는 생명의 편에 서야 합니다. 평화의 편에 서야 합니다. 연대의 편에 서야 합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을 규탄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에 참여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표의 이야기다.
미국이 현지 시각 기준 지난 21일, 포르도(Fordo), 나탄즈(Natanz), 이스파한(Isfahan) 등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을 대규모로 공습했다. 참여연대와 전쟁없는세상 등 212개 한국 시민사회단체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사실상 대 이란 전쟁을 개시한 것"이라며 이는 "국제법과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침략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제법 위반한 전쟁범죄자 트럼프"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유엔헌장 2조 4항은 주권 국가 간 무력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며 "예외적으로 자국에 직접적인 무력 공격을 받아 자위권이 인정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는 무력 사용이 인정될 수"도 있으나 이번 미국의 이란 폭격은 이들 중 어떤 기준도 충족하지 못해 "명백한 유엔헌장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윤 회장은 또한 "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 정보기관조차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근거 없이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가까운 단계'라고 주장하면서 무력 공격을 개시했다"면서 "이는 국제법상 명백히 금지되어 있는 선제적 공격"이라고도 짚었다.
오미정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원도 “트럼프의 무모한 이란 핵시설 공격이 중동 지역의 확전을 불러올 것은 너무나 자명하고,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전망마저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트럼프와 그의 지시를 이행한 군사 지도자들, 관료들을 네타냐후와 함께 전쟁범죄자로 단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 규탄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 현장. 참세상
"불법 핵보유국 이스라엘과 학살공범, 미국의 적반하장"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중동의 핵 위협 제거’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명분은 "적반하장"이라며 "중동 지역에서 제거해야 할 현존하는 핵 위협은 이스라엘이 보유한 핵무기"라 짚고, 이를 묵인하고 이스라엘과 "학살을 공모하는" 미국의 '이중기준'을 비판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처럼 대량살상무기라는 거짓 명분을 반복하고 있으나,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불과 이틀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라크전 당시 민간인 6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어린이 8명 중 1명은 다섯 살 생일을 맞기도 전에 사망했으며, (이스라엘은) 21년간 가자에서 5만 5천 명을 죽였고, 220만 명을 심각한 굶주림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평화를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패권을 위해 인류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상임대표는 "트럼프는 이란을 ‘깡패 국가’라 불렀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는 미국"이라며 "미국이 바로 전 인류의 깡패"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고 이란을 선제폭격한 이스라엘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면서 "이스라엘에 무기와 재정을 지원하는 미국이 전쟁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 불법이다! 전쟁을 멈춰라!". 참세상
"군사행동 아닌, 대화와 협상이 유일한 길"
이날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국의 공격으로 "중동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전 세계 평화와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법만이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강조했다.
이영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우리가 "인류가 어렵게 확립해 온 국제질서는 무너지고, 외교적이고 평화적 해법이 아닌 군사적 해법이 득실거리는 세계와 마주하고 있다"면서 "이 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오로지 대화와 협상뿐"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이야기했다.
신미연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장도 "굴복을 강요하는 트럼프식 협상 방법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모든 군사 개입을 중단하고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고, 대한민국도 미국의 강압에 굴복하지 않고, 평화와 주권을 수호하는 국제적·전 사회적 연대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것은 침략 행위이고, 미국이 일으킨 전쟁으로, 우리 정부는 결코 이 같은 침략 행위에 동조해선 안 된다"면서 "우리는 생명의 편에 서야 한다, 평화의 편에 서야 한다, 연대의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