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안 mulu@kdlpnews.org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인 집회·결사의 자유가 월드컵을 빌미로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월드컵 개막 직전인 지난달 26일로 예정돼 있던 전교조 주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이를 불허한 데 이어 월드컵 기간 중 경기장, 선수단 숙소 주변 등 전국 67곳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한 대우자동자판매노동조합(대우자판노조)에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월드컵 기간 중에 이주노동자를 위한 세계평화대회를 개최하려던 ‘외국인노동자 차별철폐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역시 집회 금지통고를 받기는 마찬가지. 이 가운데 대우자판노조는 경찰서로부터 집회불허 통보를 받은 후 지방경찰청에 이의제기신청을 냈다가 또다시 기각 당하기도 했다.
지엠(GM)의 경영간섭 중단과 임금체계 개악반대,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현재 총파업 1백90일째를 맞고 있는 대우자판노조는 전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지엠의 부당성을 고발하겠다는 취지로 월드컵 기간에 맞춰 전국 9개 월드컵 경기장과 선수단 숙소 주변뿐 아니라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이태원 등의 재래시장에서도 집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가장 큰 집회는 13일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남문 맞은편 인도에서 개최될 5백여명 규모의 ‘대우자동자판매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
그러나 마포경찰서는 이 집회를 불허했다. 지난 4월 30일 대우자판노조가 힐튼호텔에서 개최 예정이던 대우차매각 본조약식 행사에 무단진입해 폭력을 행사했다는 게 그 근거였다.
그러나 박민 대우자판노조 기획실장은 “노조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단지 기자회견장 안으로 들어갔을 뿐 전혀 몸싸움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폭력을 자행한 것은 경찰들이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현재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간부 10여명은 이 사건으로 인해 긴급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상태다.
마포경찰서는 대우자판노조의 집회를 불허한 또 다른 이유로 ‘월드컵시설 주변 특별 치안구역 설치·운영 지침’을 들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월드컵 경기가 치러질 주요 경기장 1킬로미터, 선수단 숙소 주변과 보조경기장, FIFA 총회장 6백미터 이내에 각각 특별치안구역을 설정, 집회 및 시위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권두섭 법규차장(변호사)은 “경찰은 여러가지 정치적 고려를 통해 집회의 허용여부를 판단한 후 불허의 근거를 찾는다”며 자의적인 법 운용을 비판한 뒤 ‘특별 치안구역’ 설치와 관련해서도 노동자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로막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병덕 대우자판노조 위원장은 이번 집회 불허 통보에 대해 “노동자에 대한 현 정권의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월드컵 안전을 빌미로 노동자들의 집회·결사의 자유가 봉쇄된다면 이는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또 이미 신고한 집회와 관련 “금지통보를 받았다 할지라도 한국의 노동탄압 상황을 알려내기 위해 집회는 치러져야 한다”며 집회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지난 3월 23일 전국공무원노조 창립대의원 대회에 참석한 한스 잉겔베르츠 국제공공노련(PSI) 사무총장도 “한국이 노동자 탄압을 계속해서 자행한다면 월드컵 때 결사의 자유를 위한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 92호] 6.17 ~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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