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노동자들은 하이닉스 앞으로!"

강제연행 규탄하던 노동자들, 경찰 폭력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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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이정원 기자

지난 5월 23일부터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우의제 사장실에서 농성을 벌이던 38명의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2일 새벽 모두 연행된 것과 관련, 오후 3시부터 민주노총이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금속연맹과 금속노조 각 지역지부를 비롯해 덤프연대, 서비스연맹, KTX승무원 등 노동자들이 참여해 천여 명의 대오를 이뤘다.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앞은 용역 경비들이 전면에, 경찰 병력이 후면에 배치되 이중 삼중으로 철저히 경계 태세를 갖춘 모습이었다.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은 "하루 일당 20만원을 받는 저 용역들과, 자본만을 보호하는 경찰들에 분통이 터진다"며 "사장실을 점거한 38명의 요구는 교섭 한 번 해보자, 잘리지 않고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는 과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결의대회가 예정돼 있는 날 새벽에 저들이 준동한 것은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후 분풀이를 했거나, 한나라당에게 축포를 터뜨려 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순호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이정원 기자

박순호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1년 6개월 동안 너무나 힘들어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당해 온 착취와 탄압을 생각하면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온갖 불법으로 노동자를 탄압하는 자본은 내버려두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사장을 기다리며 주린 배를 참고 밤잠 설쳐 농성한 우리 동지들을 연행하는 공권력 앞에 너무 비참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이상 참을 수도 없고 이대로 앉아서 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본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할 생각이 없다면 우리도 끝장을 보는 새로운 투쟁을 준비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결의를 밝혔다.

결의대회를 마친 후인 4시 30분경 전재환 금속연맹 위원장,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 등이 대표단을 구성해 하이닉스매그나칩 사측을 면담하려 했으나 용역 경비들 뒤에 배치돼 있던 경찰 병력이 전면에 나서 면담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막아 40여 분간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면담을 요구하는 노동자에게 방패를 휘두르고 있는 경찰/이정원 기자

  김성봉 민주노총 충북본부 조직부장이 경찰의 방패에 맞아 큰 부상을 입었다./이정원 기자

참가자들은 한때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앞 전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며 물병을 던지는 등 항의했으나 방패로 내리치는 경찰 앞에 맨 몸으로 저항하다 크고 작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의 김성봉 조직부장은 경찰의 방패에 머리가 크게 찢어져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기도 했다.

면담 요구가 수포로 돌아간 후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악질 기업주를 고발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와 각 지부에서 준비해온 하이닉스매그나칩 규탄 플래카드를 건물 곳곳에 부착하는 상징의식을 갖고 해산했다. 이날 결의대회 사회를 본 최용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제 노동자들의 모든 역량이 하이닉스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의사 등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이정원 기자

  경찰과의 대치 상태가 마무리될 즈음 바닥에는 노동자들이 흘린 피가 흥건히 고였다./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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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금속노조 , 하이닉스 , 매그나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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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제야 제정신으로...
    그누구도 물타지마라...
    죽을뻔 햇다

  • 씨파

    석면방패끝이 날카롭다고 지적해서 평화방패니 이름붙여서 새로만들더니만 그넘의 눈먼 방패가 사람 잡는 건 여전하구만..

  • 지나가다가

    전,의경부모회씨방새들아 함봐봐라, 이것이느그자식들이 하는짓거리다, 이럴때에는 씨팔놈들이안나오고,, 항상 니자식들만우선이라생각하는 그러한생각버려라개씨팔놈들아,,전의경부모회를 해첼해라, 나중에 큰코다치지말고 씨방새들아,경찰들의 뒷딱까리짓언제까지 하는지두고볼일이다,,

  • 강철새잎

    다친 동지 여러 바늘 꼬맸답니다. 뼈까지 보였답니다. 5일후면 실밥 뺀다고 하는데...
    이러고도 우리 안 싸운다면 우린 나쁜 놈들입니다.
    노동자가 할 수 있는것은 투쟁뿐입니다.

  • 지랄들...

    얼마 맞을라고 경찰들에게 약을 올렸을까...
    작전 성공했으니 기분 좋겠다
    이제 혁명적 노동운동가의 반열에 오르겠네... 좋겠다

  • 읍다

    다시 연대의 끈을 잡아주십시오




    [김용직 옥중서신] 다시 연대의 끈을 잡아주십시오

    몇 일 전 하이닉스사내하청 동지 한 명이 이곳에 수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집시법도 공무집행방해도 아닌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자그마한 청주교도소 그것도 제가 있는 방과 같은 관구에 있어 금방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어려운 투쟁 와중에서도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조합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던 동지였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그깟 4000원 벌려고 하다가...'하며 제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볼 면목이 없다"고 울었습니다. 투쟁을
    하다가 체포된 것도 아니고, 먹고살려고 아둥바둥 그깟 "4000원" 한끼 밥값 벌려다 들어왔다고,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울기만 했습니다.

    노동부가 [회사측이 '불법파견'을 했으니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판정을 내렸고, 그것만 믿고 너무나 정당한 투쟁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이 땅은 아무리 정당하다 할지라도 선뜻 우리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주지 않았습니다. 그 지긋지긋한 1년 6개월.
    변변한 푼돈 한번 가져다 주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옹고집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마누라와 자식 보기가 미안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 온 가족의 고통 속에서도 지켜야할 그 무언가가 있었나 봅니다. 아내와 아이들 역시 그 무언가를 존중해주며 어렵지만
    그 고통을 분담해주었고 지친 남편의 등을 두드려 주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동지들이 1년 6개월 동안 투쟁을 버텨올 수 있었던 힘들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낮에는 자신이 지켜야할 그 무언가를 위해 동지들과 함께 도저히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철옹성, 하이닉스-매그나칩 자본에 두 주먹이
    문드러지도록 두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아내와 아이들의 생계를 위해 야간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그깟 "4000원"을 벌어야 했습니다.
    그 긴 투쟁의 세월 동안 하루 세끼 제대로 챙겨먹지도 못하고 회사의 용역깡패 놈들에게 얻어맞고, 민중의 지팡이 경찰에 두드려 맞고,
    서울로, 울산으로, 창원으로 그 놈의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단식에, 노숙에...

    곯을 대로 곯은 몸을 어거지로 이끌고 낮엔 투쟁을 밤엔 대리운전을 해야 했겠지요. 성한 사람도 못 견딜 그런 짓을 하다가, 그깟 4000원
    벌려고 하다가 덜컥 사고가 났답니다. 그리고는 그 사고합의금이 없어 이렇게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1년 반의 세월 속에서 여기 저기
    손 벌려 볼만한 곳은 모두 거쳤을 테지요. 그런데도 아내는 처음 교도소란 곳에 들어간 남편을 빼내기 위해 또다시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손을 벌려보겠지요. 그렇지만 1년 6개월의 세월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짓도 한 두 번일 것입니다. 그 놈의 합의금을 구할 길이 없어 면회실
    철장 안에 갇힌 남편을 보며 아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을 겁니다.

    코리아포커스 "낮엔 복작투쟁... 밤엔 생계투쟁" 관련 기사보기



    아내는 남편이 지키고자 하는 그 무엇이 얼마나 소중하기에 한 가정을 이 지경까지 몰고 왔는지 원망스러울 겁니다. 아니 비정규직을
    강요하고, 있는 놈들 편만 드는 정부보다, 이 끌날 것 같지 않은 힘든 싸움을 이어나가는 민주노총이, 금속노조가 너무나 원망스러울 겁니다.
    자신의 남편이 비정규직 노동자란 사실이 죽도록 원망스러울 겁니다.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어떻게든 살겠지요. 이런저런 걱정과 욕망 조금만 접으면 살만하기도 하니까요. 요즘처럼 언제까지일지도 모르는
    철탑에 올라 노숙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지요. 그렇지만 너무 억울해서, 그 숱한 투쟁의 순간이, 그 동지가, 아니 우리 비정규직 동지들이
    지키고자 했던 그 무엇이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닌지, 너무 아까워서 눈물이 납니다.

    저는 그 동지가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그 동지의 개인의 옹고집일 수도 있고 그동안 하이닉스라는 거대 자본에 속아
    살아온 세월에 대한 억울함 때문일 수도, 제 놈들이 만든 법조차 지키지 않는 정부가, 있는 놈들 편만 드는 정부에 대한 분노 때문일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 더 거창하게 인간답게 살고자하는 몸부림 일수도, 억압과 착취의 썩어빠진 세상을 뒤집어엎기 위한 발악일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이대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비정규직 철폐"의 대의 보다 우리 동지들의, 그 동지들을 믿고 살아온 지옥 같은 1년 반의
    세월을 아둥바둥 살아온 가족들의 절대 꺾일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오기가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면서 한번쯤은 이를 악물고 모든 것을 걸고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청지회 조합원들이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서, 자본의 심장부 대표이사실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조합원 동지여러분!

    우리 모두 소중한 그 무엇을 위해 한번쯤은 가족의 생존까지 걸고 싸워봤습니다. 그 고통, 가족의 불안,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떠올리기도 싫지만 가슴 한 켠에 놓아두었던 그 아픔을 되새겨 봅시다.

    그리고 다시 연대의 끈을 잡아주십시오.
    갈기갈기 찢긴 하청동지들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조합원 동지들을 믿습니다. 동지들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2006년 5월 25일



    청주교도소에서 조직부장 김용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