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매그나칩, 공장 살린 하청노동자 배신

고통분담의 대가는 공장 폐쇄...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동자들의 철탑농성 8일, 서울사무소 대표이사 면담요구 3일째를 맞이하였다. 대표이사실에서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중인 노동자들은 23일 밤11시에 전달된 식사를 마지막으로 음식물 반입이 가로막혀있다.

24일 오후 하이닉스매그나칩 서울사무소 앞은 용역경비들로 가로막혀있다. 농성에 들어간 이후로 용역경비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 용역경비들이 쇠파이프를 준비해두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용역경비를 동원하여 농성자를 강제진압 하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대화하자...굶어라

박순호 직무대행의 얼굴은 지칠 대로 지쳐있고, 얼굴은 핼쑥하다. 노동자들의 눈에는 핏발이 서있다. “대화하자는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하기는커녕 굶겨죽이려고 하다니 말이 되냐”며 목소리가 높아진다.

  박순호 직무대행

왜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동자들은 1년 6개월이 되도록 거리를 헤매야하는가? 목이 쉴 때로 쉰 조합원은 얼마나 어이없는지 들어보라고 한다.

“한 달 월급 5만원만 올려줬어도, 노조를 만들 생각도, 싸울 생각도 안 했을 겁니다.”

이야기는 아이엠에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이닉스가 부도위기에 몰리고 빅딜이 되면서 아이엠에프 때 상당히 어려웠어요. 정규직은 물론 저희 하청노동자들도 공장을 살리기 위해 고통분담을 했어요.”

하청노동자들은 상여금을 반납하고, 임금을 삭감하여 공장 살리기에 나섰다. 공장은 정상화 되고, 2004년에는 2조원에 달하는 흑자를 남긴다. 하지만 정규직의 처우는 회복되었지만, 하청노동자의 삶은 해가 지나도 추락을 한다.

“정말 먹고 살기 힘들었어요.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 정도에요. 급여가 늘 최저임금에 맴돌았지요.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밑돌면 기존에 있는 수당을 기본급으로 돌려서 법정최저임금에 걸리지 않도록 보충해서 주었어요. 실제 급여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죠.”

최저임금에 맴도는 삶

2004년 박순호 직무대행의 기본급은 63만원이었다. 그 해 법정최저임금은 67만 원에 결정되었다고 한다. 장기근속자의 급여는 묶어두고, 신규사원의 급여는 최저임금에 맞추었다. 결국 1년차 직원과 7년차 직원의 급여가 같아진다.


“하청노동자들은 주야 2교대를 했어요. 잔업은 있는 대로 하지요. 몸이 부서져도 먹고 살아야하니 별 수 있나요. 하지만 무지막지한 잔업도 200시간을 넘기지 못하게 통제했죠.”

지옥 같은 잔업시간을 한 시간이라도 더 하려고 바동거렸다고 한다. 최저임금에 묶인 그들의 월급봉투는 몸을 혹사하며 채워야 했다.

몸을 죽여 먹고살다

“상여금이 삭감되고, 내려간 월급은 그 자리에 맴도니, 2004년에 받은 제 월급이 1996년에 받은 급여보다 적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굶어죽지 않으려는 몸부림의 선택은 노동조합이었다. “공장에서 쫓겨나 1년 반이 넘도록 거리에서 싸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아이엠에프 이후 급여가 오르기는커녕 내려갔잖아요. 노조를 만들기 전 우리의 요구가 급여 5% 인상해 달라였을 거에요. 돈으로 따지면 5만원도 안 되죠. 그 요구를 무시했어요.”

2004년 10월 금속노조 하청지회를 만들고 대화를 요구했다. 그 답은 무시무시한 배신이었다고 한다. “교섭은커녕 2004년 12월 25일 성탄절 아침, 회사에 출근하니 정문이 닫혀있어요. 그 옆에 대자보가 하나 붙어있는데 하청업체 3곳을 폐업을 한다는 거예요. 대단한 성탄 선물을 받고 거리에 쫓겨났죠.”

무시무시한 배신

그 날 이후로 하청노동자는 공장에 단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다. 공장이 어려울 때 상여금을 반납하고, 급여를 삭감하며 고통을 함께 나눈 하청노동자를 회사는 차갑게 배신한 거다. 삼보일배도 하고, 밥도 굶고, 철교 위에도 올라가고, 상경투쟁도 하고, 철탑에도 올랐다. 이들의 마지막 선택은 사장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다. 그 답으로 회사는 식사마저 공급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언제 끝날지, 얼마나 구속이 되고, 얼마나 많이 쓰러져야 해결될 지는 아직 안개 속이다. 24일 강남 대치동, 구름 낀 서울 하늘이 어두운 것처럼, 거리에 쫓겨나 울부짖는 하청노동자의 마음은 “아직 흐림”이다.

"배신에 억울해서 그냥 물러설 수 없습니다. 굶어죽어도 싸울겁니다.” 돌아서는 발걸음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