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것은 판결뿐. 민중이 결정할 것"

민중법정 3차 재판, 차분한 분위기 속 전범 단죄 의지 되새겨
오무전기 피해자 가족, 베트남전 참가자 등 증인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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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빌을 방문한 노무현의 눈물이 온갖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전범민중재판은 3차 재판을 열고 부시, 블레어, 노무현의 범죄사실을 심리하는데 열중하였다. 이날 재판에는 많은 증인이 참석해 이 전쟁이 얼마나 추악한 범죄인가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출처 - 전범민중재판 홈페이지

변연식 판사가 주심을 맡은 5차 심리에서, 기소인단은 아부그래이브 수용소에서 벌어진 고문, 가혹행위, 성폭력에 대한 검토로 기소요지 진술을 시작하였다. 기소인측 김칠준 변호사는 이 같은 일이 미군 수뇌부가 "포로들의 심문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 상태를 만들도록" 직접 지시한 데서 비롯된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포문을 열었다. 김칠준 변호사는 팔루자 학살에 대해서도 "미군이 주장하듯 정밀폭격이 아니라 의료시설, 앰뷸런스를 포함한 민간시설에 대한 의도적 폭격"이 이루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칠준 변호사는 "미군은 '8시간 내에 팔루자를 떠나지 않으면 무자헤딘으로 간주한다'며 20만이 넘는 팔루자 시민을 강제 이주시키도 하였다"고 피고인들의 범죄를 고발하였다.

호성희 기소인,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제거할 것"

기소인 진술에 나선 호성희 씨는 이라크 전쟁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폭력을 고발하였다. 호성희 기소인은 미-영 연합군의 여성폭력과 더불어, "이라크 저항세력 중 이슬람 근본주의를 원리로 삼는 세력들은 이라크 여성들을 지켜야할 자신들의 소유물로 인식하며, 여성을 통제하고 나아가 폭력을 행사한다. 이라크 소녀들이 미군에 의해 강간당하기 전에 무자헤딘 전사들이 먼저 강간해야한다는 율령이 발표되었고, 남성들과 함께 다니거나 베일을 쓰지 않고 밖을 다니는 여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며 이라크 무장세력 일부의 범죄를 고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호성희 씨는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할 것이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의 원인인 전쟁을 제거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많은 격려를 받았다.

변론에 나선 장경욱 변호인은 노근리 학살을 언급하며 "전쟁에서는 많은 민간인 피해가 일어난다. 하지만, 미국은 학살이 알려지면 은폐하지 않고 조사와 관련범법자에 대한 처벌을 하고 있다. 이라크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민간인피해는 일부 일탈한 병사에 의한 것이고, 피고인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5차 심리의 첫 번째 증인은 미국인 킴 조사리오 씨가 맡았다. 그녀는 이라크에 주둔중인 19세의 아들을 둔 어머니로, 국제행동 센터라는 반전운동 단체의 자원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영상증언을 통해 킴 로사리오 증인은 "아들 조쉬는 이라크에 갈 것을 모르고, 돈과 대학입학 약속을 믿어 군에 입대했다"며 파병미군이 대다수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그동안 갖지 못했던 다양한 기회에 대한 약속 때문에 입대하게 된 것이라고 증언했다. 킴 로사리오 증인은 한국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파병 군인의 어머니, 누이 당신들이 흘리고 있는 눈물을 알고 있다. 당신들의 목소리가 저들(파병을 결정한 자들)에게 들리게 해야 한다"며 전쟁에 반대하는 작은 외침들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살람, "상상해 보라. 당신을 강간하려 서 있는 17명의 모습을..."

두 번째로 나선 증인은 이라크인 살람 씨였다. 살람 증인은 팔루자와 사마라 등지에서 일어난 미군의 만행을 낱낱이 증언하기 시작하였다. 살람 증인은 이 추운 겨울에 모포 한장 없이 떨고 있는 25만 팔루자 난민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증인은 사마라 출신 한 여성이 아부그래이브 수용소에서 17명의 미군으로부터 강간당한 일을 소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증인은 "상상해 보라. 당신 앞에 당신을 강간하려는 17명의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이것은 이라크 관습, 풍습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일이 있은 후 사마라 주민은 미군에 대한 저항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며 저항의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또한 아부그래이브 수용소에서의 사건이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이라크 인들은 면회를 통해 건네진 쪽지에서 강간 등의 범죄를 알고 있었지만 가문의 명예, 부족의 명예 때문에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범죄행위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음을 짐작케 했다.

변호인 반대 심문에 나선 장경욱 변호사는 "팔루자가 테러범의 근거지인 것은 맞지 않나"라는 등의 질문으로 전날에 이어 테러문제를 끈질기게 언급하였다. "결론적으로 본인은 저항세력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이덕우 수석판사는 "증인에게 대답하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살람 증인은 "대답하겠다. 물론 나는 이라크 점령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무기를 들고 저항하는 사람이 아니다. 무기로 저항하는 것과 말과 행동으로 저항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답변을 내 놓아 장경욱 변호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변호인이 계속적으로 공격적 질문을 내 놓자 이덕우 판사는 "우리는 피고들이 재판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할지 모를 불이익을 방지하고자 변호인으로 하여금 피고를 대리케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변호인의 질문은 유도심문의 범위를 넘어 왜곡으로 변론권을 남용하는 지경에 이르러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다. 이런 식을 변론을 않도록 경고한다"며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중재에 나서기도 하였다.

6, 7차 심리 다소 긴장이 풀어진 상태로

이어진 6차 심리(파병으로 인한 대한민국 거주민의 권리 침해)와 7차 심리(이라크 파병과 국민의 생명권 위협)는 다소 건조한 진행이 되었다. 1,2차 재판이 모두 예정시간을 넘겨 마감되고, 이날 5차심리 역시 긴장 속에 이어진 탓에 기소인단, 변호인단, 방청객 모두 피로를 느껴가기 시작하였고, 재판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듯 이후의 심리는 시종 차분한 풍경이었다.

증인으로 나선 김영진(오무전기 피해자 고 김만수씨 딸) 씨는 아버지의 사망 원인이 "민간인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는 데도 파병을 강행한 노무현정권"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아버지와 같은 희생자가, 민간인 피해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반전운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많은 격려를 받았다.

이날 재판에는 오무전기 피해자의 가족 김영진, 임석순 씨가 증인으로 나선 데 이어, 베트남전에 참전하였다 전투중 중상으로 귀국한 후 시민운동, 평화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김영만씨가 증인으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영만 증인은 "연인원 32만명의 베트남 파병 국군 중 실제 전투에 참여한 사람은 절반이 안될 것이다. 최근에 이라크참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전투경험이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직접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은 결코 그럴 수 없다. 평생 괴로운 마음이 가슴에 남아있다. 린다 일병이 기소되었을 때 우리가 베트남에서 포로수용소에도 보내지 않고 즉결처분했던 일을 생각하며 많이 울었다"며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여 방청객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최진, "교사의 양심을 걸고 이 나라의 군대에 갈 수는 없다"

마지막 7차 심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권 위협에 대해 이루어졌다.
테러방지법 제정 시도를 규탄한 인권운동가 강곤 씨의 기소인 발언 이후, 박영희 장애인인권운동가의 기소인 발언이 이어졌다. 박영희 기소인은 "전쟁에서 장애를 안고 귀국하는 파병군은 국내에서 다시 한번 전쟁을 겪게 될 것"이라며,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이동을 위한 전쟁을 소개하고, "저상버스 한 대보다 미사일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노무현을 기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의 마지막 증인은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전직 교사 최진 씨가 맡았다. 최진 증인은 이라크전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태도를 아이들의 가슴속에 심고 있다"며 이러한 범죄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 가를 강변하였다. 최진 증인은 군에 입대해 UN평화유지활동을 할 의향은 없는가 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과거 방위가 양철도시락으로 전파를 교란해 북한이 못 쳐들어온다고 한 것과 같이 웃기는 말"이라며 침략전쟁에 참가하느니 감옥에 가는 것이 낫다는 소신을 강력히 피력했다.

사실심리 마감, 배심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심리를 모두 마치고 이덕우 수석 판사는 "우리가 역사를 기록하는 것, 이것은 잊어버리지 말자는 것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뼈아픈 각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관심, 무지, 외면하는 것을 넘어서 이겨내는 것이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다. 거기에 우리 모두 함께 하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들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 질 것이다"라는 발언으로 이날 재판을 마무리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기소인단 최종 논고, 변호인단 최후 변론, 배심원단 의견발표, 판결뿐이다. 전범 민중운동재판이 재기한 무수한 문제가 어떤 가닥으로 풀릴 것인지는 거기 한 가운데 서 있었던 여러분, 민중이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