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조각가 구본주의 싸움은 계속된다

2심 재판 조정 결과 삼성화재 측 사실상 소송 취하

  구본주 2주기 퍼포먼스

조각가 구본주의 작은 승리

예술가의 노동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가져왔었던 故구본주 씨와 삼성화재 간의 법적 싸움이 법원의 조정을 통해 종결이 되었다. 27일 , 조정을 통해 삼성화재 측은 항소를 중단하고 1심 법원에서 냈던 판결에 준해 故구본주 씨 유족에게 보상하게 되었다. 사실상 삼성화재 측이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별이 된 조각가 구본주가 작은 승리를 거둔 것이다.

故구본주 씨는 지난 2003년 9월 29일 새벽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이에 유가족은 가해자 측 보험회사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유가족 교통사고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올해 2월 서울지법에서 진행된 1심 재판은 △피해자 과실 25% △예술가 경력 5~6년 △가동연한(정년) 65세 등의 원고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삼성화재 측은 이에 불복하고 △피해자 과실 70% △가동연한(정년) 60세 △예술경력, 수입 불인정 등을 요구하며 항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화재는 “구본주 시의 작품이 육체적 노동을 요구하는 대형상징물이기 때문에 육체적 노동을 주된 업무로 하는 직종의 정년 적용해야 하며, 구본주 씨의 경력을 인정할 수 없음으로 무직자의 임금 기준인 도시일용노임을 기준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예술가의 노동가치를 전면 무시하는 주장을 해 논란이 되었다.

이에 예술가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울 삼성화재 본관 앞을 비롯해서 서울, 부산, 수원, 인천, 광주, 울산, 충북, 여수, 목포, 전북 등에서 일인시위를 진행했다. “예술은 사회적 노동이다”를 외치며 진행된 일인시위는 170여 명의 예술가들이 함께 했다.


“거대 자본과 싸우는 우리 모두는 구본주였다”

법원의 조정에 따른 재판 종결에 대해 조각가故구본주소송(삼성화재)해결을위한예술인대책위원회는 31일, 삼성화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서 임인자 변방연극제 사무국장은 “거대한 자본이 어떻게 예술가를 예술의 이름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없게 하는지 이번 사건을 통해 잘 알수 있었다”며 “이 번 사건은 구본주 씨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다. 모든 인간이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한 싸움이었다. 예술가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욱 힘차게 싸우자”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양윤모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은 “그동안 예술 안에서도 자신의 영역을 제외한 다른 영역에 관심을 두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예술가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예술가들의 공동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꼭꼭 숨어라/2000/구본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소송 종결은 원심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항소 취하’라고 할 수 있으며, 삼성화재 스스로 자신들의 주장이 터무니 없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고 이번 과정을 평가하고, “2005년 7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구본주 대책위는 그동안 삼성화재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예술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대항해 싸워왔다. 또한 삼상화재가 최선두에 서 있는 자본의 폭력성과도 정면으로 맞서왔다. 그 싸움의 기간 동안, 예술가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이름으로 우리 모두가 구본주였다”며 그간 싸움의 과정을 정리했다.

이어 “우리는 삼상화재가 또다시 황당한 주장과 논리로 개인을 억압하고 예술의 가치를 백안시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우리는 예술가의 죽음을 어느 무직자의 자살로 둔갑시키는 몰상식한 사회적 인식을 넘어, 예술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 이윤보다 인간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이후 투쟁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