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자행하며 실명제 시행하는 선관위를 규탄한다

"선관위 불법적 정책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

우리, 인터넷 언론사와 인권시민사회단체, 언론단체들을 정부의 531지방선거 때, 인터넷 실명제 시행 방침을 철회할 것과 선거법을 개정하여 선거실명제를 폐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 규정은 정부가 국민들의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일일이 감시하는 반민주적인 제도이며,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통신비밀의 자유, 그리고 프라이버시 등 정보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악법이다. 따라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의 시행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인터넷 실명제는 결국 잘못된 실명인증방법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중앙선관위는 531지방선거에서 시행되는 실명인증 방법에 대해서 2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행정자치부가 관리하고 있는 주민등록전산망을 이용한 실명인증방법과 둘째, 민간신용정보업자가 제공하는 신용정보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인증방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무분별한 주민번호의 오남용을 부추기고, 대량의 명의도용사건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에서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인터넷 게임 리니지 사태에서 명의도용 건수가 100만 건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으며, 제2의, 제3의 리니지사태가 인터넷 실명제를 통해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명의도용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민번호의 도용을 부추기고 있으니 선관위와 행정자치부의 시대착오적 행태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경악을 금할 수 없는 것은 중앙선관위가 인정하고 있는 실명인증방법이법의 범위를 넘어선 불법적인 방법이란 사실이다. 선거법 상 실명인증방법은 제82조의6제1항에서 “행정자치부장관이 제공하는 실명인증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가 인정한 민간 신용정보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실명인증방법은 “행정자치부 장관이 제공하는 실명인증방법”의 범위를 사실상 넘어서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민간신용정보업자들이 제공하는 신용정보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실명인증은 금융기관에 예금계좌를 개설한 사람들만 실명인증이 된다. 따라서 예금계좌를 갖지 못한 수 많은 유권자들은 선거와 관련하여 게시판에 글을 쓸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보통선거의 이념이 정착된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대판 제한선거이고, 금권선거이다.

더군다나 같은 조의 제5항은 “인터넷언론사는 당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ㆍ대화방 등에서 글을 게시하고자 하는 자에게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할 것을 요구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이 되어 있다. 2005년 8월 선거법 개정당시 이 법안을 제출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각 인터넷 언론사들의 개인정보 수집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운영자는 글을 게시하고자 하는 자에게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할 것을 요구할 수 없도록” 선거법이 개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 531선거에서 선관위가 인정한 인터넷 언론사들의 자체적인 민간실명인증방법은 2005년 당시 법 개정의 취지를 거스르는 조치이다. 더군다나 제5항에 따라서 선관위는 인터넷 언론사들의 자체적인 주민번호의 기재 요구를 금지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민간실명인증 방법을 허용함으로써, 선관위 자신이 인터넷언론사들의 위법적인 주민번호이용을 종용하고 있는 꼴이 되었다. 결국 선관위의 불법적인 정책으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렇듯 이번 시행되는 인터넷 실명제는 선관위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어떤 국가기관보다도 공명정대해야 할 선관위조차 지키지 못하는 이 법을 과연 누가 지켜야 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개인정보 보호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전국민의 인권을 위협하는데 앞장선다면 우리사회를 누가 민주사회라 부를 것인가?

우리는 불법을 자행하고 부당한 방법까지 동원해 실명제를 시행하려는 중앙선관위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06년 5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