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파업 정당한가?

홍윤경 위원장이 밝힌 파업의 이유

이랜드노동조합은 9월 5일 파업 출정식을 갖고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발전노조가 파업을 선포한지 하루도 되지 못해 철회를 선언한 다음날, 포항건설노동자들의 파업이 타결을 보지도 못하고 하종근 건설노동자의 장례를 치러야 하는 하루 전날이다.

파업에 들어가면 100일은 기본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고난의 길이 예정된 파업, 왜 이랜드노동조합은 선택한 것일까? 파업에 나서는 이유를 들여다본다. 이랜드 파업, 정당한 선택인가?

  파업출정식이 열린 까르푸 중계점

까르푸, 뉴코아, 이랜드노조 공동투쟁본부장인 홍윤경 이랜드노조 위원장은 “13년간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한 노조를 없애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파업의 이유를 밝힌다.

단협 해지통보...노조 죽이기

이랜드노동조합은 57일의 파업으로 노조를 만들었고, 2000년 265일 파업을 전개하며 노조를 지켜왔다. “(파업을 거치며 힘들게 약속한)노사 간의 기본적인 약속인 단체협약을 사측은 휴지조각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통보를 하고, 교섭은 개악된 단협안을 내놓고 시간 끌기로 단협 시기 만료만을 기다립니다.”

이랜드 사측은 노조의 전임자 축소, 노조의 활동 및 교육시간 축소, 조합원 인사이동시 조합과 합의 사항을 협의로 변경 등을 담은 기존의 단협보다 후퇴한 단협안을 노조에 수용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사측의 단협안은 “노조를 없애려는 선전포고”라고 주장한다.

9월 중순경 오픈예정인 ‘부평 2001 아울렛’은 정규직이 약 35명이라고 한다. 정규직의 비율이 파격적으로 줄었다. 파업의 또 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다. “265일의 파업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약속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또 다른 편법으로 비정규직을 늘려가고 있어요.”

비인간적인 비정규직

이랜드는 ‘3.6.9계약’과 ‘뷰티풀휴먼’이 비정규직을 양산시킨다고 한다. ‘3.6.9계약’이란 3개월 단위로 3번 계약연장을 하고 9개월이 되면 계약해지를 하는 제도다. '뷰티풀휴먼’은 인력파견업체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이랜드식 인력관리방식이다.

홍윤경 위원장은 “필요할 때에는 실컷 부려먹고, 쓸모없으면 즉시 내다버리는 것이 이랜드의 노동자에 대한 생각이다. 특히 ‘3.6.9계약’은 비인간적인 인력관리”라고 비판한다.

  홍윤경 위원장

이랜드의 파업은 까르푸, 뉴코아, 이랜드 3사 노조의 공동투쟁이다. 먼저 타결된 뉴코아와 파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까르푸의 실정상 이랜드노조만 파업을 하지만, 투쟁은 공동의 힘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한다.

이랜드 파업의 주요 과제 중의 하나가 까르푸 노동자의 고용안정이다. 이랜드는 까르푸를 인수하고, 까르푸의 이랜드식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까르푸를 ‘패션을 강화한 프리미엄할인점’이다.

까르푸의 고용안정

까르푸에 자사 브랜드를 대거 입점 시키기 위해 까르푸의 기존 부서를 축소 또는 폐지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신선식품부의 샐러드 바는 없어지고, 베이커리는 이랜드 자체브랜드인 ‘뺑드프랑스’가 수수료 방식으로 입점을 한다.

“까르푸 기존 직원의 인원축소가 예견되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실로 다가 올 것입니다. 까르푸 노동자의 고용불안은 이랜드 그룹 전체의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저하로 이어질 것이고요.”

실제로 까르푸 인수 뒤 이랜드는 올해 안에 12개 점포를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12개 점포 매각 자금으로 까르푸 인수 융자금 상환에 사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매각자금으로 일부 융자금을 상환해도 매년 600억의 이자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함으로 2사의 노동자의 운명은 한배에 타고 있다고 본다. 이랜드 파업을 통하여 이랜드, 까르푸 노조의 일괄타결을 목표로 공동투쟁을 전개한다고 한다.

공동투쟁 일괄타결

이 밖에도 복직 판결이 난 조합원의 복직마저 거부하고 있는 사측에 ‘부당해고철회’를 요구하고, ‘보육시설 설치’ 등 권익 향상을 위한 요구를 걸고 파업에 들어갔다.

다시 묻는다. 이랜드의 파업은 정당한가? 하지만 이보다 앞서 누가 파업을 선택하게 했는가가 중요하다. 이랜드 사측은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였다. 9월 6일은 단체협약 만료일이다. 9월 5일 이랜드노조의 파업은 사측이 이끌어낸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마저 든다.

“뉴코아에 이어 까르푸까지 인수하여 유통업 최대 그룹으로 떠오른 이랜드 아닙니까. 이제 그 지위에 어울리는 노사관계를 보여야죠. 노사가 어렵게 합의한 기본적 약속인 단체협약마저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지금 이랜드가 어디 20년 전 이대 앞에서 자본금 5백만 원으로 시작한 보세가게 입니까?”

홍윤경 위원장은 이랜드 파업과 3사 공동투쟁에 아낌없이 자신의 몸을 던지겠다고 출정식에서 결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