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미혼·무자녀·병역이행 조건 충족해야 허용

대법원, 성전환자 성별정정 허가 기준 마련해 시행 중

지난 달 6월 첫 성전환자 호적상 성별정정 허가 결정을 내린 대법원이 구체적인 성전환 성별정정 허가 기준을 마련해 시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마련한 허가 기준은 그간 성소수자 진영에서 요구해온 안보다 크게 후퇴한 것으로 향후 성소수자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법원, 20세 이상·미혼·무자녀·군필·외부성기 수술 조건 충족해야 성전환 가능

대법원은 8일 “성전환자 호적상 성별정정 허가기준 마련 등을 골자로 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마련해 지난 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마련한 기준에 따르면, 성전환자가 호적정정을 하기 위해서는 만 20세 이상의 미혼자여야 하고, 자녀가 없어야 한다.

특히 대법원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하려는 경우, 병역의무를 마치거나 면제되어야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성전환을 이유로 한 병역 기피를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문제를 제기해 온 성소수자단체들이 이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법원은 지난 6월 성별정정 허가 결정에서 밝힌 바와 마찬가지로, 이번 지침에서 성전환자에 대해 성전환증 진단을 받은 후 의학적 기준에 맞추어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음을 증명토록 했다. 이에 대해서도 성전환자단체들은 성전환자가 처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별정정 허가 기준 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별법' 제정에도 영향 미칠 듯

한편, 대법원이 마련한 이번 지침은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호적법 개정과 성전환자 성별정정 특별법 제정 등 성전환자 호적정정 관련 법률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성전환자의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등사무처리지침’이 비록 한시적으로 적용된다고는 하지만, 이번 지침은 현재 성소수자운동 진영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성전환자성별변경및개명에관한특례법(가칭)’ 제정 작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등 51개 인권·사회·성소수자단체들은 지난 5월 ‘성전환자성별변경관련법제정을위한공동연대’(공동연대)를 구성하고, 9월 중 입법발의를 목표로 현재 법률 제정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