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을 품고 출근하는 비정규유통노동자

유통노동자의 인간선언... 공동투쟁거점 만들다

유통노동자가 인간선언을 하였다. 이랜드노동조합 파업 8일째를 맞이하여 공동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까르푸, 뉴코아, 이랜드 공동투쟁본부(공동투쟁본부)’는 9월 12일 까르푸 중계점 앞에서 집회를 갖고, ‘유통노동자 인간선언’ 가두행진을 하였다.

  공동투쟁본부 3사 노조위원장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유통업계에서 정규직 직원을 찾아보기는 갈수록 힘들어진다. 9월 개장을 앞둔 이랜드그룹의 매장인 2001아울렛 부평점은 정규직 직원이 35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정도 규모의 매장이라면 6-700명의 노동자가 고용이 되어야 한다. 5%에 불과한 35명을 제외하면, 비정규직 노동자와 협력업체 노동자로 채워진다.

'3.6.9'게임 비정규 죽이다

이랜드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직장에서 1년을 근무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3.6.9계약’제도 때문이다. 3개월에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하고, 3번 계약을 갱신하는 9개월째가 되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러 거리를 떠돌아야한다.

2001아울렛 중계점의 계약직 노동자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제가 하던 일에 계속 사람이 필요해도 9개월이 되면 어차피 나가야할 처지다. 급여를 떠나 고용만 보장이 된다면 바랄게 없다”고 한다.

까르푸 중계점의 비정규직 조합원은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 ‘알바’나 ‘파트타임’이라 불리며, 노동조합 조끼를 입으면 매니저가 ‘알바 주제에’라고 한다. 언제 계약해지를 당할지 모르니 그저 가슴에 꾹 누르고 산다. 노동자는커녕 사람대우라도 받고 싶다”고 한다.

  공동투쟁 승리의 V, 박수도 배경도 VICTORY

  단결만이 살 길이다. 뭉치면 승리한다

  3사 노조 하나로 단결하였다

이랜드노동조합의 파업을 계기로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는 3사는 이 날 ‘유통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거점’ 천막을 까르푸 중계점 앞에 쳤다. 이곳은 까르푸, 2001 아울렛을 비롯하여 롯데, 미도파를 비롯한 유통업체가 밀집한 지역이다.

모든 유통노동자를 품겠다

홍윤경 공동투쟁본부장은 “이랜드그룹의 3사 노동조합이 유통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발판을 만들자는 고민을 하였다. 유통업에는 비정규직이 만연되어 있는데, 거의 모든 노동조합은 정규직 노동자로 이루어져있다.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까지 껴안을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유통노동자 인간선언’ 가두행진을 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김형근 전국민간산업서비스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서비스 노동자의 웃음 뒤에는 설움과 눈물이 배여 있다.”며, “이제는 서비스 노동자가 고객에게 선사하는 웃음이 올바른 노동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객에게 당하는 수모는 참고 웃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직원에게 마저 ‘알바’나 ‘파트타임’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수치는 참을 수 없다. 매장에서 아들 같은 매니저에게 막말을 들을 때면 하루에도 몇 번씩 때려 치고 싶다. 하지만 비정규뿐만 아니라 모든 유통노동자가 이걸 참지 못하면 서비스 노동자로 살 수가 없다”고 까르푸 목동점의 조합원은 말한다.

웃음 뒤에는 눈물

“속이 썩어가도 고객에게 웃으며 일을 하며 한 달에 받아가는 급여는 상여금도 한 푼 없는 76만원 남짓이다. 여기에 늘 계약해지의 고용불안을 시한폭탄처럼 가슴에 안고 출근해야 한다”고 한다.

  숱하게 불러보건만 아직도 가사를 보지 않으면 안돼요. 팔뚝질하랴, 가사를 보랴. 하지만 노동가요를 부르며 노동자를 찾고, 인간임을 확인했다는 비정규유통노동자.

  희망의 박은 터졌다

  투쟁조끼를 벗고 매장에서 입는 근무복을 입고 유통노동자 인간선언 거리행진에 나서다.

이 날 행사에는 이랜드, 까르푸, 뉴코아의 노동조합 깃발은 보이지 않았다. 각 노조위원장의 이름 뒤에는 노조의 이름이 아닌 공동투쟁본부의 호칭만이 불려진다. 공동투쟁본부 깃발만이 서 있다. 행사의 제목도 ‘유통노동자 인간선언 가두행진’, ‘유통노동자 투쟁 승리와 지역사회 환원을 위한 촛불문화제’다.

공동투쟁본부는 3사의 공동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체 유통노동자의 단결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비인간적인 ‘3.6.9계약’으로, 유통노동자의 삶을 짓밟는데 가장 앞장 서있는 이랜드자본에 맞서는 것은 전체 유통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며, 유통노동자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다. 연이은 유통업계의 인수합병으로 유통업의 괴물이 되려는 이랜드자본에 맞서 유통노동자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겠다”고 홍윤경 공동투쟁본부장은 결의를 밝힌다.

비조합원의 소리없는 지지

공동투쟁본부의 집회를 감시하는 게 주업무가 된 까르푸의 보안팀, 안전팀의 직원들은 현재까지는 정규직원이다. 안전팀의 한 직원은 “우리도 노조의 행동을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고 있어요. 이랜드의 고용정책을 들으면, 까르푸도 머지않아 같은 처지에 빠질 것 같거든요”라며 “솔직히 이랜드 인수가 발표되고 나서 고용의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고용안정협약. 맘 편히 일하고 싶은 까르푸 노동자의 소원입니다.

  2001아울렛 매장 앞에 멈춘 행진단. 유통노동자에게 추석은 고통의 시간이다.

  촛불도 모으고 유통노동자의 마음도 모은다

비조합원들이 공동투쟁본부 천막을 찾아와 투쟁기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노동조합 활동에 열심이지 않았던 조합원들도 퇴근을 하면 농성천막을 찾아온다고 한다. “현재 조합원이 늘어가지는 않지만 내부 조직력이 강화되고, 비조합원의 지지가 늘어가는 것은 확연히 보인다”고 홍 본부장은 말한다.

“까르푸는 비정규직도 조합에 가입할 수 있어요. 알바가 근무하면 얼마나 할 거라고 라며 조합에 가입하는 것도 주저했죠.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알바고 파트타임이지만 노동자가 되었고, 내 일터를 가진 것 같아요. 노동가를 부를 때는 내가 일터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아 기분이 째지게 좋고요”라고 말하는 까르푸 비정규 조합원은 “유통노동자도 인간이다는 말이 너무 가슴에 와 닿는다”며 활짝 웃는다.

  까르르 웃는 까르푸 노동자. 노동조합이 있어 기쁘다.

  이랜드노조 파업으로 유통노동자 총단결의 불을 지폈다.

  지역 사회에 이윤환원을 위해 촛불을 밝힌다

  농성 천막이 일터 앞에 있어 기쁘다는 까르푸 중계점 조합원들. 이제 농성장은 유통노동자의 사랑방이 되었다. 고된 근무 잠시 쉴 참, 문화제에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