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구로에서 찍다

[인터뷰]기륭 집중교섭 합의, 30일간 단식 끝나고 천막농성장 철거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며 왜 기륭전자 단식농성노동자가 생각이 났는지 모른다. 영화에서 유정은 말한다. “나 열다섯 살 때 강간당했다.” 그 대사를 들으며, 공장에서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해고당한 비정규직을 떠올리는 것은 왜 일까. 열다섯 유정은 어머니를 찾아간다. 어머니는 유정이 몸 간수를 잘못했다고 나무란다. 그 때 나는 비정규노동자에게 노동부는, 법원은, 이 겨레는 혹 유정의 어머니가 아닌지 불온한 상상을 한다.

불온한 상상

  강화숙 부분회장
단식 27일째. 강화숙은 쓰러졌다. 9월 18일 회사와 교섭에 기대를 가졌다. “(교섭이) 나가리가 되니 힘이 빠지더라. 내심으론 실마리가 풀릴 거라고 기대를 가졌는데. 어지럽고 힘이 쪽 빠지고….”

영화에서 유정은 세 번의 자살을 시도한다. 죽지 못했다. 깨어난 유정은 링거 주사바늘을 제 몸에서 우악스럽게 빼버린다. 팔에서 피가 흐른다. 죽지 못하고 살아있는 것을 저주한다.

9월 19일 함께 단식을 시작한 강화숙 부분회장이 쓰러지자, 김소연 분회장은 배고픔의 고통보다는 책임감이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을 것이다. 동조 단식에 들어간 조합원들을 그냥 죽게 두지는 못했을 것이다.

9월 20일 회사는 집중교섭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되풀이 한다. 교섭결과를 들은 단식 28일 김소연 분회장은 공장정문 앞에 드러누워 버린다. 삶과 죽음의 경계, 그리고 공장 안과 밖의 경계에 몸을 누인 김 분회장과 조합원들을 용역경비들은 캠코더로 촬영하기 바쁘다. 회사는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한 증거자료를 얻기 위해 광분하고 있다.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던 김소연 분회장도 실신을 한다.

죽더라도 공장 앞에서

조합원들은 병원으로 가자고 애원을 했고, 김소연 분회장은 죽더라도 공장 앞에 있겠노라고 결의를 밝힌다. 조합원들은 경계에 쓰러진 분회장을 병원으로 옮기지 못했다.

사형수 윤수의 형 집행이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은 유정은 증오했던 어머니를 찾아간다. 9월 21일 노동부 관악지청을 기습적으로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찾아가서 시위를 벌인다. ‘무성의한 중재로 교섭을 무산시킨 관악노동청 항의면담’에 들어갔다. 노동부 관리는 ‘배고프면 밥 먹어라 이 X아’라고 했다고 한다. 다시 유정의 어머니가 떠오른다. 유정의 어머니는 유정을 나무라다 때리기까지 한다. 어디 가서 강간당한 일을 말하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노동부 직원은 단식 29일의 김소연 분회장을 폭언과 함께 밀어 넘어뜨렸다. 김소연 분회장은 넘어져 일어나지 못했다. 병원으로 옮겨갔다.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강화숙은 말한다. “힘들지만은 않았어요.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쓰며 물대포를 맞으며 닫힌 공장 문을 열기 위해 싸우는 연대 나온 노동자들을 보며….” 희망을 보았고, 외로운 싸움은 아니다라는 행복을 얻었다고 한다. “포항건설노동자, 하이닉스 노동자 모두 투쟁사업장이잖아요.” 영화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유정은 죽음을 앞둔 사형수에게 위로를 받는다.

행복의 시간

1년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기륭전자 공장문은 9월 6일과 12일 집회 때 연대온 노동자들의 손으로 열렸다. 죽음을 각오한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죽게 놔둘 수 없다는 절박함이 교도소 담장만큼 높이 솟은 공장문을 열게 한 것이다.

“분회장을 보며 힘을 많이 얻었어요. 단식을 하면서도 지지방문을 오면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해요. 저보다 몸도 약한데. 그 정신력은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어요.”

강화숙은 분회장이 없으면 한 달에 가까운 단식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분회장을 보며 힘을 얻었고, 배고픔 가운데 행복을 느꼈다. “함께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죠.”

영화에서 유정과 윤수가 일주일에 한 번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까지 행복한 시간을 나눴다면 화숙과 소연은 하루 24시간 씩 한 달 동안 행복한 시간을 가진 것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단식 30일은 끝이 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기륭공장 앞에 1년 가까이 지키고 있던 단식농성 천막은 조합원들의 손에 의해 철거되고 있을지 모른다.

합의안에 도장 찍다

올 6월 16일 이후 고소고발을 취하한다, 집중교섭을 실시한다 등의 합의안을 25일 도장을 찍었고, 26일 조합원 회의에서 승인이 나면 단식농성천막을 철거하고 교섭에 집중할 것이다. 30일의 단식에서 이제 겨우 첫 실마리를 푼 것이다. 단절되었던 교섭 자리로 회사를 불러낸 것이다. 단순하고, 당연한 결정을 위해 목숨을 버리고 싸운 것이다.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주체들이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단식기간 동안 깨우쳤다. 주체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강화숙 부분회장과 인터뷰는 정말 힘겨웠다. 절대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던 강화숙 부분회장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천막에 앉아 포스터를 접어야 했다. 재정마련을 위해 돈을 받고 4천장의 포스터와 편지를 봉투에 넣는 작업을 하는 날이었다. 엄지손가락에 물집이 잡히자 말문이 열렸지만 말은 끊기기 일쑤였다.

하지만 안다. 강화숙 부분회장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을 ‘행복한 시간’이라는 걸. 기륭의 마지막 단식이리라 굳게 믿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흥에 겹다. “내게도 행복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