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고위급 회담'으로 타결 모색하나

섬유 분과에 이어 농업, 금융 서비스 분과 고위급 회담 거론

5차 협상 시작과 동시에 여러 협상 분과에서 ‘고위급 회담’을 예정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농업과 섬유 등 양국이 민감한 분과에서 ‘고위급 회담’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현재의 협상국면이 '쟁점 타결' 국면에 돌입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측의 민감품목으로, 4차 협상에서 협상이 중단됐던 섬유 분과의 경우 5차 협상에서는 8일 워싱턴 DC에서 별도의 협상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섬유분과의 별도 협상에 대해 “이번 협상은 그동안 실무협상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협상의 모멘텀 회복을 위해 양국이 고위급 회담의 필요성을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산자부 이재훈 산업정책본부장이, 미국에서는 미국무역대표부(USTR) 쿠젠베리(Scott Quesenberry) 수석섬유협상관이 5차 섬유협상을 주도하게 된다. 미국 협상단의 수정안 제출 등 실무선에서 오고갈 수 있는 내용은 이미 끝났다는 판단이 작용, 실무 협상 과정에서 잔가지를 처냈으나 고위급 회담을 통해 쟁점의 의제를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한미FTA 5차 협상 첫날인 4일(현지시각) 배종하 농업 분과장은 오전 분과회의를 마친 뒤 ‘실무선에서 해결하기 힘든 부분은 고위급에 가서 논의하고 마지막에는 더 높은 수준으로 갈 것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금융 서비스 분과장을 맡고 있는 신제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도 같은 맥락의 얘기를 했다. 국책금융기관 허용 범위와 관련해 ‘미측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 특별히 관심이 있다’고 설명하며, '실무급 논의도 지속하지만 고위급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5차 협상에서는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의 경우 협상 시작 직후부터 고위급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개성'문제가 남의 경제 문제가 아니라 북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실무 협상에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었다. 특히 북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의제는 실무협상에서 거의 '포기'된 의제이다.

이번 5차 협상에 이르러 분과장들의 ‘고위급 협상’ 언급은 한미FTA 협상이 '타결 국면'에 돌입했다는,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실무 협상으로 협의할 수 없는 ‘쟁점’들만 남아 있다는 것의 반증인 셈이다.

섬유 분과 처럼 정부간 고위급 협상이 계획되기 시작한다면, 각 분과별 고위급 협상을 통한 전격 협상 타결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섬유 분과와 같이 차관급의 고위급이 1단계라면 남은 핵심 쟁점들을 양국 정상간에 해결해야 하기 위한 정상 회담에 이르는 단계를 밟는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전히 한미FTA 협상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과반을 넘고,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압력을 다방면으로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FTA 협상이 '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비극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