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협상까지..이쯤하면 美 협상단도 미안하겠다

[기자의 눈] 변하지 않은 이유, 한미FTA 저지 싸움은 '미래'를 위한 선택

차수를 더해갈수록 미국 협상단이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단계적으로 상품(공산품) 협상을 유도해감과 동시에, 섬유는 챙기고, 개성은 버리면서도 금번 협상에서는 전기, 가스 등 공공서비스 영역에 대한 욕심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자본들의 생리상, 한미FTA 협상을 통해 ‘상생’을 기대할 수 없고, 첫 단추부터 엇갈렸다는 경고는 지금도 유효하다. 한미FTA 협상은 지금이라도 중단돼야 한다.

무역구제의 조급증, 2007년 3월에 재반복될 터

한미FTA 5차 협상이 마무리 됐다. 각계의 반대 여론 속에서도 한미FTA 협상 개시 선언 당시의 ‘연내 타결’의 목표는 물거품이 됐다. 차라리 잘됐다. 그리고 6차 협상이 2007년 1월 15일 주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서울’이 다시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 됐다. 지역으로 갈수록 한미FTA 협상에 대한 반감이 더 높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기동대와 전의경들을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서울’이 차라리 그들에게는 더 안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협상장 주변의 길을 모두 통제해, 준 계엄상태로 만들어 놓고, 경찰과 전의경을 방패 삼아 호텔 안에 꽁꽁 숨어 협상을 진행하면 될 테니.

유난히 짧은 2월에는 한국의 대명절인 설날이 끼여 있다. 큰 행사를 피해 협상을 잡아 왔던 전례를 고려할 때, 미국에서 개최될 7차 협상은 3월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3월은 한미FTA 협상이 ‘타결’이냐 ‘표류’냐의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여전히 변수는 있다.

5차 협상 말미에 김종훈 수석대표는 “양측이 내년 적절한 시기에 타결이 가능하도록 노력하자는데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도 ‘연내 타결’에서 ‘연초’로 타결 시한을 넘겼다. 이 모두 7차 협상을 염두한 발언이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선전으로 6월에 종료되는 TPA(무역촉진권한법) 연장 여부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는 국내의 대선 정국과 맞물려 미국의 TPA상 의회보고기간의 최종 시한인 3월은 한미FTA 협상의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TPA가 만료된다 하더라도 한미FTA 협상 추진에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시한 논쟁’이 일 것이다. 이번 5차 협상에서 한국 협상단이 ‘연내’ 라는 시한에 발이 묶여 '무역구제' 분과에서 최후통첩을 날린 것 보다 더 심각한 최후통첩들이 난무할 것은 분명하다.

한미FTA 협상의 존재 이유기도 했던 무역구제 분과에서 의약품과 자동차 작업반을 연계하고, 최종안을 수백보 후퇴하면서도 협상을 시도했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것처럼. 내용은 줄어들고, 궁색하게 명분을 챙기려는 방식으로, 패키지 딜(deal)이라 하지만, 몸집과 규모 그리고 내용이 비교가 되지 않는 협상의 내용들이 ‘타결’이라는 단일 목표 아래 줄줄이 사탕으로 엮어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는 협상 개시 선언 부터가 비극의 시작이었다.

한미FTA 찬성 진영에서는 바짝 협상해보자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적절한 시기’를 말한다. 그 경계는 2007년 3월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바짝’할 협상 내용이 없다. 국내 정치용의 성과물 카드 몇 개만 있으면 된다. 쟁점들은 윗선, 고위급 회담에서 정리될 터.

일반적 선언을 담을 최종 합의문은 공개되더라도, 협상 중 생산된 문서들은 대외 비공개로 발효 후 3년까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들을 그간 마늘협상, 쌀 협상, 비밀협상의 결과인 '선진7개국 평균약가'제도 도입 등 수많은 통상 협상에서 ‘이면합의’의 카드를 써왔다. 과연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는 어떤 카드들을 건네주고 국민들의 뒤통수를 칠 것인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압력. 한미FTA의 본질을 보여준다

한미 관계와 한미FTA 협상의 본질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공방을 보면 더욱 분명해 진다.

영국에서 광우병 소가 등장하자 영국 정부는 ‘인간에게 안전하다’고 선전해왔으나, 이후 인간광우병 환자들이 유령처럼 출몰했다. 세계적으로 200여명 규모의 인간광우병 사망자 중 160여 명이 넘는 인간광우병 환자들이 영국에서 사망했다. 광우병으로 도축된 쇠고기를 다시 사료로 수출했던 무책임한 영국의 대처로 광우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한국은 영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다. 여전히 안전성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올 3월에도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미국은 광우병 소를 유발했던 영국에서 실패한 사료 정책을 여전히 쓰고 있다. 심지어 검사도 0.1%만 하고, 농장주가 자비를 들여 광우병 위험도가 높은 소들을 검사하려 하면 정부가 나서 막는다. 사람 덩치 만한 전기톱을 이용해 시간당 400마리를 도축하는 시스템에서는 광우병 위험물질이 분리될 수 없다. 미국의 쇠고기 생산 시스템은 ‘광우병 소’를 양산할 수밖에 없고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런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 정부가 수입하겠다고 한다.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하는 숫자보다 교통사고 사망률이 더 높다고 한다. 소비자가 선택해서 안 먹으면 된다는 말을 하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분노해야 한다. 심지어 정부의 방치 속에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수입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들이, 광우병 위험물질들을 포함해 급식업체들을 통해 유통됐음이 폭로됐다. 심지어 호주산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이미 아이들은, 그리고 ‘나’는 어디선가 이 위험물질을 먹었을지도, 잠복기를 겪고 있는지도 모를 상황이다.

한미FTA 개시 선언의 4대 선결 조건중 하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였다. 지난 1월에 채결한 한미 간 수입위생조건은 ‘뼈’조각 및 주요 위험물질을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만 포함된 엉성하고 미흡한 합의문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시장 개척용’ 대표 선수 수입물량에서 3차례나 뼈조각이 발견돼 반송 조치 됐다. 수입위생 조건 합의 위반이었다. 이로써 미국의 생산시스템은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체계임이 더욱 분명해 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쟁은 한미FTA 협상의 축소판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 편안한 삶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돈’이 되는가에만 '공략'이 집중된 그들의 ‘거래’다. 그렇기에 의약품 가격이 폭등하고 약값이 없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제약자본은 약을 철수시킨다. 마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처럼. 폐기물 매립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면서도 당당하게 소송을 제기해 돈을 챙겨간 메탈클래드 처럼.

협상을 중단시키고..고위급 협상을 막아야

이쯤되면 미국 협상단도 미안해 질 거 같다. 도대체 미국이 한국에게 줄 것이 ‘전문가 상호자격증 인정’ 뿐인가. '비자쿼터' 뿐인가. 그렇게 목을 메는데 ‘무역구제’에서 몇 개는 챙겨줘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있을 수도 있겠다. 금융허브를 주창하는 한국에게 ‘자본유치’와 ‘금융 선진화’를 함께 만들자고 하면서, ‘론스타’ 와 같은 친구들 몇몇을 소개해 줄 수도 있겠다.

서비스/투자 협상은 네거티브 리스트로, 일일이 유보안으로 열거해 놓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개방된다. 투자에 대한 규정이 포괄적이어서 사채도 투자가 되는 상황에서,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도박은 오히려 '게임'으로 분류된다. 5개 공기업 입찰을 비롯해, 공공서비스 영역에 대한 사실상의 사유화(민영화)를 압박하고 있다. 한번 체결되면 내용을 후퇴시킬 수 없다는 톱니바퀴 조항(레쳇 조항)도 시퍼렇게 살아있다. 최근 급성장 하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등 평행선 속에서 미국 협상단의 주장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곳곳에 덫이 수두룩하다.

이 와중에도 미국 협상단은 국내 입법 내용까지 챙겨가며 협상의 묘를 발휘하고 있다. 금융서비스 분과에서는 자본시장 통합법으로 100% 효과를 낼 수 있는 신금융서비스 보다는 보험, 국경간 거래, 국책은행 등에 대한 논의들로 무게를 옮겼다. 비정규 개악법, 로드맵, 지적재산권, 공공서비스 요금의 현실화 정책 등 미국 협상단은 한국의 상황을 관통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성과', '진전'이라고 꼽는 내용을 따져 보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 수준에 못 미치는 것도 상당하다. 합의 내용이 일반적이거나, 미국 협상단이 줄기차게 요구한 사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 내용은 그 누구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쟁점으로 남겨져 있거나, 사회적 충격을 고려해 공개를 미루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번 몬타나 주에서 열린 공식 5차 협상 외에도 워싱턴에서 별도의 협상이 진행됐다. 한미FTA 협상의 선봉장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에서의 비공식 고위급 협상을 진행한 것이다. 물론 방문 목적, 누구를 만나고, 무슨 내용이 오고갔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추정할 뿐이다.

그리고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미국 상무장관도 조만간 서울을 방문한다. 섬유 분과는 차관보급으로 격상된 대표협상을 진행했다. 농업, 금융분과에서 고위급 회담 들이 거론됐다. 6차 협상까지 다양한 형태의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양측 수석대표의 언질이 있었다. 실무 협상이 아닌 정부 고위 관료들의 접촉이 증가하고 있는 이 추세는, 현재의 한미FTA 협상 국면이 핵심 쟁점과 현안 타결을 위한 수순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6일 3차 범국민대회를 이후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개점 휴업 상태다. 1년 내내 한미FTA반대를 주창해온 범국본의 피로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공안탄압 국면에, 전국적으로 50여명에 이르는 체포영장 발부로 다수의 활동가들이 발목이 잡혀 있을 상황도 이해된다. 그렇지만 서둘러 정비하지 않으면 정식협상이 아닌 비공식 고위급 회담들을 통해서 한미FTA 협상이 종결될 수 있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버텨왔던 힘, 다소 부치더라도 보듬어 세워야 할 시기 또한 바로 지금이다.

한미FTA가 실제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난무하고, 인간 광우병 의심 환자들이 등장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와중에 사교육비와 공공서비스가 급증한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한미FTA 협상에 동조할 수가 없다.

경찰의 의도적인 탄압과 여론의 뭇매 속에서도 거리에서 개악 통과된 법안 반대, 한미FTA 협상 중단을 외치며 11월을 보냈고 12월을 보내고 있다. 다시 거리에 나서야 할 이유는 변하지 않았다. 연말 한미FTA 협상 중단을 외치며 달려 온 1년을 되돌아 보며 서로를 응원 해보자. 2007년 서막을 열 싸움을 계획하면서 올해를 마무리 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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