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는 좋은 '새뜸'을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참세상 선정 노동계 7대 뉴스

어느 해보다도 굵직한 사건이 많았던 2006년의 노동계.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동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보다는 우울하고 절망적인 일들이 더 많았다. 물론 여러 지역과 현장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투쟁의 성과를 내기도 했고, 마음 훈훈해지는 소식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해가 갈수록 안팎으로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가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했다.

참세상에서 올 한 해 취재한 노동계 소식들 중에 노동담당 기자들이 굵직한 뉴스 일곱 가지를 추려봤다. 순위는 별도로 매기지 않았다.



노사관계로드맵 국회 본회의 통과

오랜 시간 끌어온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노사관계로드맵을 골자로 한 관련 노동법 개정안도 허무하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국회의 비정규법안 처리 시도시 여러 차례 보여줬던 '단상 점거' 전술을 생략하고 열린우리당의 수정안에 대해 민주노총에게 수용 여부를 묻는 등 논란거리를 낳았다. 민주노총은 비정규법과 로드맵 반대를 걸고 겨울 내내 총파업 투쟁을 벌였지만 로드맵 통과 이후 제대로 된 규탄 투쟁을 조직하진 못했다. 이제 노동자들은 노사관계로드맵 '이후'의 현장에서 살게 됐다.


비정규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

파견법 개정안과 기간제법 제정안이 제출된 이래 수 년간 여의도에서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뒤로 한 채 결국 처리되고 만 비정규법안.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11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강행 처리된 후 '패배'를 시인했다. 비정규법안의 '폐기'가 아닌 '수정'과 '진정한 보호법안'을 주장했던 이들은 "언제까지 국회 일정에 따라가는 투쟁만 할거냐"는 원성을 들어야 했다.


배신과 야합, 한국노총의 만행들

올 한 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활약(?)은 눈부셨다. 작년 말 열린우리당 안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정안'을 내고, 기자회견을 참관하는 전비연 대표자들에게 막말을 할 때부터 '조짐'이 보였는데, 올 9월 11일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로드맵 노사정합의를 이루면서는 노동자들의 극한 분노를 삼과 동시에 민주노총과의 공조도 깨졌다.

이밖에도 한국노총은 이용득 위원장의 외국자본투자유치 활동, 노사발전재단 설립, 산재보험법 야합 등을 '잘했다'는 내부 평가와 함께 '공적'으로 삼았다. "한국노총이 언제는 안그랬냐"는 자조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좀 심하다. 야합에 항의하며 한국노총을 점거했던 노동자들은 지금도 옥중에 있다.


고 하중근 조합원의 사망과 포항건설노조 투쟁

하중근 포항건설노조 조합원이 부상을 입었던 7월 16일 당시의 정황과 목격자, 부검 결과 소화기로 추정되는 둔탁한 물체에 구타당한 것으로 보이는 두부 손상과 전신 구타의 흔적,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사망'이라는 인정. 모든 '진상'이 여기 있는데도 하중근 조합원의 죽음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올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포스코 점거투쟁과 동지를 보낸 포항건설노조 노동자들의 울분.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가슴 한 켠에 분노 반 죄책감 반으로 남아있을 고 하중근 조합원이 아직 잊혀질 때는 아니지 않나.


점점 길어지고 점점 많아지는 '장기투쟁' 노조들

파업에 들어간 지 며칠 안 된 3월의 어느 날, "투쟁한 지 200일 넘었어요"라던 기륭전자분회 조합원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며 탄성 반 한숨 반을 내쉬던 KTX승무원들은 올해 성탄절에 '파업 300일'을 맞이했다. "요즘은 100일 갖고는 '장기투쟁'이라는 명함도 못 내밀어요"라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멋적은 웃음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투쟁 1년을 넘긴 오리온전기지회, 2년 전 성탄절에 해고된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기륭전자분회, 코오롱노조, 세종병원지부, 만영아름드리지부, 우진산업지회, 르네상스노조... 그리고 또 '장기투쟁사업장'에 명함 내밀 때가 된 투쟁하는 노동자들, 내년에는 꼭 공장으로 돌아가길.


아쉬움과 기대 속에 출발한 산별노조

민주노총이 선정한 2006년 10대뉴스 중 4위로 선정된 '산별노조시대 활짝'. 과연 올 한 해 민주노총의 거의 모든 산하 연맹이 산별노조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토론을 벌여온 끝에 수 년간의 숙원인 산별노조, 그것도 가장 큰 금속과 공공에서 연말께 산별노조 건설이 가시화됐다. 총파업 투쟁 와중에 몇 번이나 속회를 연기해가며 총 38시간 동안 높은 참석률로 격론을 빚은 금속산별완성대의원대회는 열띤 토론현장이 생중계되며 산별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높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완성'된 금속산별노조 시대가 과연 내년부터 '활짝' 열리나? 앞으로 3년간 더 인정될 '기업지부' 수와 규모가 '지역지부'보다 훨씬 많다는 대목에 이르면 석연찮은 기분이 드는 사람이 많을지도. 기대를 모았던 운수조직들과 공공연맹의 '대통합'은 대의원 성원미달로 일단은 유회됐다. '활짝' 열리는 건 좋은데 이래저래 소외되는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기반도 '활짝' 열려야 할 텐데.


기로에 선 공무원 노동자들

공무원 노동자들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올해 4월 정식으로 민주노총에 가입하고 공무원 노동자 노동3권 보장 투쟁을 선언했지만 정부의 탄압도 극심해졌다. 사상 초유의 '행정대집행'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공무원노조 사무실을 강제 폐쇄하고 공무원노조특별법, 자진탈퇴 추진지침, 공무원 연금제도 개악, 총액인건비제 등 탄압 정책을 총동원했다.

공무원 노동자들의 단결에 다급했던 행정자치부는 강제적인 '노사관계 실무교육' 자리에서 "노조는 빨갱이다", "노조 내에 첩자가 필요하다", "노조는 퇴출대상 1호", "노조 담당자는 술로 해결해야"라는 등 막말을 쏟아내 '망언'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11월 25일 대의원대회에서 '법외노조'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조직 내 고비를 한 차례 넘은 공무원노조의 2007년 투쟁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