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7번째 옥중단식

귀휴 불허조치에 항의, '비인간적 분류심사제도 철폐' 주장

엠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가 양심수라고 판단하고 있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교도소 측의 '분류심사제도' 철폐를 요구하며 지난 6일부터 옥중 단식에 들어갔다.

분류심사제란 수용자들을 1급에서 4급으로 분류해 면회, 전화통화 등에 차별을 두는 제도로, 김성환 위원장은 분류심사 조사 때의 질문이 반인권적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거부해 왔으며, 지난 1일 김성환 위원장이 제출한 귀휴(휴가) 신청이 기각됐다. 김성환 위원장은 수감중이던 2005년 4월과 8월에 부모님 상을 당하기도 했었다.

김성환 위원장은 지인을 통해 언론에 배포한 개인 성명서에서 "억울한 징역살이 때문에 부모님의 임종도 장례도 제사도 모시지 못한 자식이 잠시 귀휴하여 2년만에 처음으로 제사를 모시겠다고 청원하는데 왜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제사면위원회로부터 양심수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확인받은 이상 나를 감옥에 가두어 둘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김성환 위원장의 이번 옥중단식은 지난 삼성에스원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13일간의 단식을 종료한 지 일주일만이며 수감된 후 7번째의 단식이다. 김성환 위원장은 현재 고혈압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엠네스티 한국지부는 "국제엠네스티가 양심수를 선정했다는 것의 의미는 자신의 신념을 비폭력적으로 표현한 활동들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수감된 사람에 대해, 그 사안을 조사하고 양심수 여부를 판단한 후 석방을 위한 활동을 계획하고, 구명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며 "국제엠네스티는 김성환 위원장을 양심수로 판단하고 이후 활동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중이며 구명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밝혀 왔다.

김성환 위원장 성명서 전문

2006년 2월 6일은 2005년 폭로 된 안기부 도청사건, 즉 삼성재벌의 X-파일사건 등으로 궁지에 몰린 삼성재벌이 지난 시절 잘못된 관행을 국민에게 사과 반성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뭘 반성했는지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난 5일은 삼성재벌이 구속시켜 3년째 감옥에 복역 중인 나를 국제 엠네스티에서 양심수로 선정된 사실이 공개된 날이다. 그 다음 날 저녁부터 나는 지난 1월 29일 단식 13일 중단에 이어 다시 2월 6일에 단식에 돌입한 날이기도 하다.

지난 2월 1일 나는 교도소 측에 귀휴(휴가)신청을 하였다. 형기의 반 이상을 복역하였으므로 내가 수감중이던 2005년 4월, 8월 돌아가신 어머님, 아버님의 영전에 제사라도 한번 모실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더구나 올해 졸업식을 하는 둘째, 막내의 졸업식에 얼굴이라도 내밀어 부모의 최소한의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에서 귀휴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2월 6일 오후에 교무과장이 나를 면담신청을 하였다. 그것은 귀휴신청이 기각되어 안건상정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3급수가 아니어서 자격이 미달되어 기각되었다는 교무과장의 말에 나는 당일 끼니부터 단식으로 대응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나는 2005년 10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이후, 교도소 측의 분류심사 설문조사를 거부하고, 그 철폐를 지금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설문 내용의 졸렬함에도 있지만 분류심사를 통해 수용자들을 1급 2급 3급 4급으로 나누어 면회와 전화통화권을 차별하고, 제한하여 수용자들의 기본적인 '권리' 를 통제 관리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악용하여 수용자를 통제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러한 분류제도 철폐 요구는 지난 13일 단식 기간에도 교도소에 요구하였고, 당장 법 개정이 안 된다 하더라도 교도소에서는 면회 회수와 관계없이 추가 면회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내 방송을 통해 1월 29일 약속을 하였다.

더구나 설문내용의 졸렬함을 지적하는 것은 수용자들이 다양한 죄를 지었음에도 하나의 설문내용에 온갖 종류의 질문을 하여 - 이를테면 자위행위를 몇회 하는지, 하는 식의 반인권적인 질문을 모든 수감자에게 던진다 - 이런 설문을 왜 받아야 하는지 양심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설문내용을 보면 내가 강간범인지 마약사범인지, 잡범인지 조폭 등의 죄로 잡혀 왔는지 판단이 서지 않으며, 결국 분류심사가 올바른 교도행정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반인권적인 모멸감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분류심사를 거부하여 왔고, 분류계장은 거부해도 불이익이 없다고 몇 번을 강조하고 매달 분류심사 거부 사인을 받아 갔다. 그런데 이번 귀휴 신청에서 분류심사를 받지 않아서 3급수로 승진(?)하지 않았다고 귀휴신청 자격이 없어 안건 상정조차 못한다는 교무과장의 이야기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교도소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지난 2월 5일 노회찬 국회의원에 의해 국제사면위원회로부터 양심수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확인받았다. 더 이상 삼성재벌, 아니 삼성족벌 할아버지라도 더 이상 나를 감옥에 가두어 둘 명분이 없다. 억울한 징역살이 때문에 부모님의 임종도, 장례도, 제사도 제대로 모시지 못한 자식이 잠시 귀휴하여 2년만에 처음으로 제사를 모시겠다고 청원하는데 왜 막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계속 규정 운운하면서 귀휴신청을 가로막는다면 폐쇄되고 격리된 감옥에서 온몸으로 저항 할 것이다. 규정이란 올바른 교정질서와 수용자들의 생활의 안정을 위한 것이지 규정을 위한 규정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언제부터 교도행정이 규정으로만 시행되고 있었는지 되짚어볼 일이다.

지난 1월 29일 13일 간의 단식을 정리하고 일주일 만에 재 단식을 해야하는 분노도 있지만 본의 아니게 주위 분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그러나 억울한 감옥살이에서 겪은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한을 헤아려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그러나, 누가 나에게 계속 쇠창살의 짐승이 되라고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구속 노동자들의 자존심을 갖고, 국제 사면위원회에서 양심수로 선정된 긍지와 명예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도소의 비인간적인 처우에 맞서 옥담을 허물고 나가는 그 순간까지 저항하고 싸워 나갈 것이다.

2007. 2. 8 물날, 영등포 교도소에서 단식 3일차, 김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