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제로 얼룩진 여수참사추모대회

서울역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추모 및 규탄대회 현장

  경찰이 행진하던 참가자들을 토끼몰이식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한 참가자가 경찰에 밟혀 병원으로 실려가고 있다./ 이정원 기자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추모 및 규탄대회’에서 경찰의 지나친 통제로 인해 부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수참사추모대회 행진대열, 가두행진 통제하는 경찰과 충돌
공대위, “규탄운동 대중화 막으려는 비열함 꼼수” 비판,


이날 추모대회 500여명의 참석자들은 대회이후 서울역에서 청계천 열린광장까지 평화적인 가두행진을 벌일 참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전날 여수참사공동대책위에 ‘행진불허’ 방침을 통보했다며 대회 당일 서울역 광장을 전경버스로 에워쌌다. 이에 대회 참석자들은 지하도로를 이용해 서울역 광장을 빠져나가 다시 행진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한 남대문 부근에서는 경찰이 횡단보도를 지나려는 집회참석자들을 중간에 막아서는 바람에 참석자 3명이 경찰병력에 깔려 부상을 입었으며 이 과정에서 전국철거민연합 판교대책위 위원장이 부상을 입고 급히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결국 이날 집회참석자들은 인도를 이용해 청계천광장까지 행진한 후 정리집회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공동대책위원회(여수참사공동대책위)’은 성명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억압정책을 숨기고 여수참사 규탄운동이 대중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비열함 꼼수”라고 비판했다.

유가족 불참, 공대위 “유가족에 대한 정부의 기만적인 작업 있었다”

  경찰이 서울역을 출발해 숭례문을 지나는 집회참가자들을 막아섰다. 일부 흥분한 전경들이 집회 참가자에게 방패를 휘두르는 바람에 부상자들이 생겼다./이정원 기자

특히 이날 대회에서는 여수에서 상경하기로 한 여수참사 회생자 유가족들이 갑자기 불참해 참석자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이광민 여수참사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중국대사관과 한국정부측이 유가족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받으려면 상경해서 시위에 참석하는 것은 도움이 않는다고 회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벌어진 추모규탄대회는 1, 2부로 나눠 정상적으로 개최됐다. 규탄대회는 이주노동자를 명확한 증거없이 여수참사화재 방화범으로 몰고가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날 대회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를 상대로 △화재참사 진상규명과 법무부 장관 퇴진 △화재참사 피해자 즉각 보호해제 △반인권적 보호시설 폐쇄와 재발방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촉구했다.

1부 추모제에서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에서 회생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헌화와 추모시 낭독이 펼쳐졌다. 이어 2부 규탄집회에서는 이광민 집행위원장의 현지상황보고와 까지만 이주노조 위원장의 규탄발언 등이 이어졌다.

규탄대회에서는 이광민 여수참사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이 현지상황보고를 통해 “유가족에 대한 정부의 기만적인 작업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광민 집행위원장은 “오늘 유가족들이 한분도 오시지 못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계실 것이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가족들이 대표들과 함께 15분이 상경하시기로 되어 있다”며 “아침 식사를 하러 온 분들이 ‘우리는 한 사람도 못 가겠다’라고 말씀했을 때 막막했다. 그 이유를 알아본 결과 중국대사관과 한국정부가 앞으로 정부에서 제대로 보상해줄려면 상경해서 시위하고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났다.

그는 또 서울지역 활동가들에 “여수 상황실에서는 15일동안 밤잠을 못자고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병원을 돌아다니며 유가족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를 상대로 하는 근본적인 해결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기다리고 있다”며 “여기 계신 분들은 이주노동자 인권문제에 대해 내일처럼 받아들이는 분들이라 생각한다. 동지 여러분들이 여수에 오셔서 가족들을 설득하고 문제의 본질 알려주고 정부가 모든 책임있다고 알려주고 가셨으면 한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투쟁발언에 나선 까지만 서울경기이주노조 위원장은 “먹고 살기위해서 노동하고 있는 20만여 명의 노동자에게 법무부와 정부가 불법체류 딱지 붙이고 우리를 시키는대로 안하는대로 해서 나쁜 놈이라 규정해 용역깡패 붙여 단속하고있다”며 “이번의 사고는 억울한 사건이다.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일어서서 보호소 철폐투쟁을 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관계자도 “독재정권시절에서도 이런 일 없었다. 노무현 정권은 이 9명이 죽은것에 대해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더 이상 이런일 없도록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제 올바른 법을 세워서 이주노동자가 이 땅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여수참사 생존자 증언, “병원에서 수갑찬 채 치료받아”

  집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가 구호를 외치며 청계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이정원 기자

  청계광장에 도착한 집회 참가자들이 마무리 집회를 하고있다./이정원 기자

특히 이날 여수참사 생존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여수참사 생존 이주노동자의 직접적인 증언이 나와 관심을 모았다.

화재에서 간신히 목숨을 구했던 중국인 이주노동자 우모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숙사에서 연기가 나자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갈려고 하는데 문을 잠겨 있었다”며 “연기에 정신을 잃고서 병원에서 깨어났는데 병원에서는 수갑에 찬 채 치료를 받았다. 또 방을 나갈 수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현재 그는 병원에서 퇴원한 상태다.

이날 연대발언에 나선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무슨 일이 있던 이번 문제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당장 여수에 내려가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가서 확인하겠다. 정부가 가족들을 이 집회에 올라오지 못하겠다고 했으면 그 부분부터 추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은 “초기단계 민주노총 차원에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사실 지금 여수참사대책위가 꾸려져있지만, 일부 단체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며 “저는 부위원장을 떠나서 그 단체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그 단체가 이익을 챙기기위해서 하는 거라면 이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시킬 것”고 경고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참사현장에서 살아남은 이주노동자들을 법무부가 충분한 치료는 커녕 외상치료가 끝난 2명의 이주노동자들을 보호소에 재수감하고 외상이 없다는 이유로 청주 외국인보호소로 이송했던 28명 중 17명을 23일 오전 출국시켰다”며 지적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출국시킨 17명에 대해 배상과 함께 부상당한 18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즉각 보호해제하여 충분한 치료를 제공하고 반인권적인 보호소 폐쇄와 인간사냥식 단속을 중단하고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전면 합법화하는 것이 진정한 재발방지대책”이라고 결의했다.

한편 이날 대회는 오후 2시에 서울역 추모대회를 시작으로 오후 6시 30분 청계천 정리집회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