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다양성, 아직 미완의 프로젝트

3/18 국제법 발효 예정..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질타

2005년 10월 3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찬성 148표, 반대 2표라는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된 ‘문화다양성협약’.

비준국가의 수가 효력발생 최소 기준인 30개국을 넘어 현재 50개국이 비준을 완료해 오는 3월 18(일) 국제법으로 발효된다. 그러나 스크린쿼터로 ‘문화다양성협약’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한국의 경우는 아직 정부 부처간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문광부 소속 의원들과 세계문화기구를위한연대회의 주최로 정부에 ‘문화다양성 협약’ 입법 발의를 촉구하는 ‘유네스코문화다양성협약발효 기념 토론회'가 개최됐다.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토론회

주 발제를 한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의 WTO 체계는 미완결성 때문에 문화분야에 대한 국제적인 규범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며, 이 때문에 WTO 회원국들이 모두 비상업적 요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면서도 WTO 분쟁해결구조나 다자간 협상에서 비상적 요소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국이 상호 조율없이 일방적으로 자국문화보호조치를 취하고 있고(양허자제, 최혜국대우에 대한 면제 선언, 스크린쿼터 예외조항 이용 등) 이에 대한 아무런 국제법적 통제나 국제법적 정당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이며 “문화다양성 협정으로 이 공백을 메우게 됐다”고 협정 발효의 현재적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차원의 입법발의도 안 됐을 뿐만 아니라, 현재 종결의 절차를 밟고 있는 한미FTA 협상의 내용과 상충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부, 문화다양성 협약 입법의 의지 있나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한미FTA를 체결할 경우, 스크린쿼터를 한미FTA가 고려해야 하는 '의무'와 다른 한편으로 미국이 한국에 요구할 조약상의 '의무'인 예컨대 비관세장벽의 철폐, 투자에 따른 이행의무부과금지 등과 충돌하는 스크린쿼터를 철폐하라는 요구로부터 발생하는 의무사이에 상호지지와 보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이 우선하는가와 관련된 문제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정책의지”이지만, “한국정부가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심과 이해가 있는지 사실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정부의 역할 부재를 비판했다.

또한 “(문화다양성 협약은) 영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초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문화상품, 문화산업, 문화서비스 나아가 관련된 매체 일반에 과계된 매우 상식적인 협약”이라고 강조하며 “문화다양성협약이 ‘시장의 독재’에 맞서 문화영역에서 의미있는 무언가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인식 제고와 실천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세력의 언론, 문화, 여론 장악이 현실이 될 것

토론자로 나선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한미FTA 체결과 문화다양성의 관계를 중앙일보의 예를 들어 족벌에 의한 여론 장악의 재앙을 경고했다.

신학림 전 위원장은 “국내의 다공영방송과 1민영방송 체제의 강점 그리고 통신사업자의 지상파 통제 등 한국 방송시장의 장점들이 한미FTA협상에 위협받고 있다”고 전제했다.

설명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76개의 계열사를 가진, 상호출자 제한의 적용을 받는 기업 집단이다. 심지어 케이블에서는 5개의 채널권을 가지고 있어 언론 진영 내에서는 수직 수평의 모든 계열사가 있지만 오직 지상파만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신학림 전 위원장은 "한미FTA 협상에서 이런 규제들이 풀린다면 특정 족벌의 문화, 여론이 장악하는 재앙이 다가올 것" 이라고 경고했다.

질의 응답과정에서는 토론자로 참석한 조준혁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 문화홍보심의관에게 '외교부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한 토론회 참가자가 "2005년 10월에 선포된 문화다양성 협약의 경우는 지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거론 된 한미FTA 협상은 도대체 얼마나 준비하고 종결하려 하는것이냐"고 질의하자, 조준혁 심의관은 난색을 표하며 “통상교섭본부 소속이 아니라 말하기 어렵고, 부서가 완전히 다르고 정책적인 연계는 없다”고 옹색하게 답했다.

또한 문화다양성 협약 비준에 대한 정부 계획에 대한 질문이 재차 계속되자 "지난 달 말 의견 수렴이 일정정도 완결 됐고, 이달 말 합의를 완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내 비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불분명한 답을 내놓아 참가자들의 답답함을 자아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