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법 개정 2라운드 승자는 누구?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따라 한나라당 지지하는 양상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각각 국민연금법 개정안 국회 제출을 추진키로 해 국민연금법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 재점화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위해 민주당, 통합신당모임 그리고 국민중심당과도 보조를 맞춘다는 계획이다. 김진표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주 내내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하여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국민중심당 의원들과 심도 깊은 논의를 지속해 왔다”며 “의견이 거의 합치되어 오늘 내일 중에는 마무리를 하고 국회에 공동 법안발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전재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국민연금법 재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지난 임시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노동당과의 ‘연금연합’을 유지하고 개정안을 공동발의한다.

우리당 9%-45% vs 한나라당 9%-40%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은 현재 국회를 통과한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은 그대로 두고, 내용을 일부 수정한 법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당초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보험요율을 12.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추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부결된 바 있다.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과 공동으로 제출할 예정인 이번 수정안은 보험요율은 현행 9%로 유지하고, 소득대체율은 45%까지 줄이는 내용이다.

열린우리당이 보험요율을 현행대로 유지키로 함으로써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공동발의안과 차이는 사실상 사라졌다. 차이가 있다면 열린우리당 안이 기초노령연금법과 국민연금법이 각각 분리된 법안이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안은 한 법안에 담겨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안은 열린우리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보험요율은 9%로 하고,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이들은 열린우리당의 기초노령연금법에 상응하는 기초연금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기초연금은 내년부터 65세 이상 인구 하위 80%에게 평균소득액의 10%를 지급하는 안이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기초노령연금법의 경우는 65세 이상 노인 60%에게 5%를 지급하는 안이다.

"기초노령연금법 유지해야" vs "기초노령연금법 폐기해야"

양쪽의 안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국민연금법 4월 처리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회를 통과한 기초노령연금법 처리를 두고 입장이 갈리고 있기 때문.

한나라당은 통과된 기초노령연금법을 폐기하고, 자신들이 제출한 법안 안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담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한나라당의 기초연금 도입 주장을 비판하며 통과된 기초노령연금법을 유지하자고 맞서고 있다.

김진표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초노령연금법안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 찬성해서 통과된 법”이라며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계속 기초노령연금법안을 폐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부결시키고,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정략적으로 제출했던 졸속 수정안을 최선이라는 식으로 똑같은 안을 다시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재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열린우리당의 기초노령연금법에 대해 ‘짝퉁 기초연금제’라며 “기초연금제 체제 자체를 흔들어서 미래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노령연금법은 국민연금법에 기초연금으로 통합하고, 기초노령연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열린우리당이) 계속 기초노령연금법을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 외에 다름아니다”며 “기초연금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소득수준을 어느 정도는 보장해야하는데 재정을 이유로 급여율을 5%로 하고, 특히 2030년이면 노인들의 46.3%만 지급한다면 이것은 아무 역할도 못하고 정부 재정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결 갈 시 열린우리당 안으로 통과 가능성 높아

양측 법안의 내용적 차이가 미미해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지만,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미 지난 11일 원내 5당과 통합신당모임 원내대표는 회담을 갖고 합의 도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다만, 당시 각 당 원내대표들은 오는 25일까지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 합의 처리한다는 추상적 수준에서만 의견일치를 봤다.

양측 간의 공방이 계속 되고, 각각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소관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또 한번의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표 대결로 갈 경우 열린우리당 쪽 안대로 처리가 될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좌초된 데는 통합신당모임 소속 의원들이 대거 기권한 게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열린우리당이 민주당, 통합신당모임과 공조를 하고 있어 큰 변수가 없는 한 이들 안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민노-민노총 vs 구여권-청와대-보수언론

이처럼 정치권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긴장이 팽팽한 가운데 민주노총은 열린우리당,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등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따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기 드문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

16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에 대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문제가 핵심과제라는 지적에는 묵묵부답”이라며 “오히려 생색내기 기초노령연금으로 본질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기초연금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떤 식의 국민연금 급여인하도 개악일 뿐”이라며 “열린우리당,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은 엄중한 정치적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을 거들고 나섰다.

한편,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국민연금법 논란에서 열린우리당과 정부를 지지하는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일 사설을 통해 한나라당에 대해 “골수 좌파정당인 민노당과 복지정책 공조를 펴기로 했다”며 “노무현 정부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더 많은 복지를 나눠주는 선심입법 경쟁에 나섰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국민연금법을 둘러싼 싸움의 양상은 이제 한나라당-민주노동당-민주노총 대 구여권-청와대-보수언론의 모양새를 띄고 전개되는 양상이다. 어찌되었건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두고 혈투를 벌이는 사이, 노무현 대통령은 보수언론을 또 다시 우군으로 챙기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