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국민연금법과 사학법 맞바꾸나?

국민연금-사학법 연계, '사각지대 해소'. '개혁' 무늬도 안 남아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재개정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국민연금법과 사립학교법을 맞바꿨다는 이른바 ‘빅딜’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나라, “개방형 이사 추천위, 5:5 동수로 구성키로 합의”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3일 구체적 합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지루하게 끌어왔던 사학법 재개정 문제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며 “(열린우리당과의) 협상 추진을 통해서 거의 합의단계까지 이르렀다”고 에둘러 열린우리당과의 잠정 합의 사실을 밝혔다.

한편, <한겨레>는 24일 “개방형 이사 추천위원회를 (종교재단과 학교운영위원회가) 50 대 50으로 구성하는 것에 합의했다”는 김충환 한나라당 원내부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구체적 합의 내용을 보도했다. 종교재단과 학교운영위원회에 개방형 이사의 추천권을 동수로 주겠다는 것. 양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주말 비공개 회동을 갖고, 이 같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방형 이사 추천위원회에서 종교재단과 학교운영위원회가 동수로 이사를 추천할 경우, 이사회가 최종적으로는 종단 추천 인사만을 수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 개방형 이사제는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현재 사립학교법은 이미 개방형 이사의 비중을 전체 이사의 4분의 1로 제한하고 있고, 75%의 이사가 재단 측의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같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과의 잠정 합의 내용이 알려지자 전교조 등 교육단체들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열린우리, “합리적으로 수용할 예정.. 완전 합의된 것 없다”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자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24일 “종단문제와 개방형이사제 문제는 수용하더라도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수용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이 부분에 대해 완전 합의된 것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장영달 원내대표는 한나라당과의 ‘야합’, ‘빅딜’ 비판을 의식한 듯 “한나라당이 4월 국회 막바지에 들어 이것저것들이 마치 합의된 것처럼 멋대로 발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단히 부도덕한 행위”라고 한나라당과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23일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사립학교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이 성의 있게 임해주고 진지한 협상태도를 보여주었다”며 “양당 원내대표ㆍ정책위의장 최종 합의를 통해서 사학법 문제뿐만 아니고, 모든 현안들이 일괄 타결되어야 한다”고 열린우리당과의 ‘빅딜’을 사실상 시인한 바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가 언급한 ‘현안’에는 사립학교법을 비롯해 열린우리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초노령연금, 월 9만원... 용돈인지? 연금인지?

한편, 이미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최종 합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연금의 보험요율을 9% 급여율을 40%로 맞추는 한나라당 안을 수용한 상황이다. 또 양당은 지난 20일 기초노령연금과 관련해서는 65세 이상 노인 중 하위 소득계층 60%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평균소득액의 5%를 지급해 2028년에 10%까지 인상하는 절충안에 잠정 합의했다.

다만, 양당은 국회를 통과한 기초노령연금법 처리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듯 했으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중재에 나서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국회를 통과한 기초노령연금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검토한 바 있다.

한덕수 총리는 최근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비공식 회동을 갖고, 기초노령연금법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대신 한나라당이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해 4월 국회 회기 중에 처리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기초노령연금법 공포안을 처리했다.

현재 수준에서 국민연금법과 기초노령연금법이 통과될 경우 국민연금은 현재대로 돈을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또 새로 도입되는 기초노령연금법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인 60%가 9만원(월 180만 원 소득자 기준) 내외의 노령연금을 지급받는다. 그러나 9만원이라는 돈이 기본적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연금’이라고 불릴만한지는 의문이다.

‘야합’이 되었든, ‘합의’가 되었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그리고 정부의 ‘연대’ 속에 이미 무늬만 남은 ‘사립학교개혁’ 그리고 ‘연금사각지대해소’라는 제도 도입의 취지는 형체도 없이 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