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세는 것 잊었는데 벌써 500일이래요"

KTX승무원 투쟁 500일 맞아 결의대회와 문화제 열려


2005년 3월 1일 파업에 들어간 이래 100일, 200일, 300일, 1년, 그리고 500일. 점거하고 끌려나오고 연행되고 곡기를 끊으면서 투쟁하다 어느덧 "날짜는 세지 말자"고 약속했지만 벌써 500일이 됐다.

KTX승무원들은 13일 오후 5시 서울역 광장에서 운수노조와 철도노조 조합원들, 투쟁 208일째를 맞는 새마을호 승무원들을 비롯해 각계 연대단체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투쟁 500일 집중결의대회와 문화제를 열었다.

"이랜드와 KTX, 엄마와 딸이 미래를 바꿀 것"

이 자리에는 현재 사회적인 주목을 받으며 매장 점거투쟁 중인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 20여 명도 자리를 함께 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음독 자살을 시도해 안타까움을 불렀던 성신여고 정수운 씨도 회복된 모습으로 참석해 격려를 받았다.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과 승무원들이 함께 자리한 모습을 보며 "엄마와 딸, 여성노동자들이 우리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강한 존재인 것 같다"며 격려했다.

  손을 맞잡은 이랜드 노동자와 KTX승무원

이은진 새마을호 승무원 대표는 "KTX승무원들이 투쟁 300일 문화제를 열 때 참석해서 힘든 투쟁을 생각지 못하고 '축하한다'는 말을 했었다"는 에피소드를 말하며 "아무것도 모르던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투쟁을 시작해 이제 200일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좌절도 많이 했고 지금도 힘이 들지만 많은 분들의 지지에 힘입어 끝까지 투쟁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500일 맞이 집회는 정말 하지 않게 되길 바랬는데"

11일째 단식농성 중인 민세원 서울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도 연단에 올랐다. 민세원 지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정말 500일 맞이 집회는 하지 않게 되길 바랬다"고 운을 뗀 뒤 "튼튼히 밥 잘 먹고 싸워야 할 우리가 단식농성을 한다는 게 너무나 억울하고 분하지만, 이제야말로 끝을 보겠다는 결의로 단식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모든 철도노동자가 직종의 벽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어 함께 투쟁해야만 구조조정을 막고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다"고 말한 민세원 지부장은 마지막으로 "함께 싸우는 승무원 동지들이 늘 가슴 속에 있다, 모두 열차로 돌아갈 때까지 지부장으로써 책임지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민세원 지부장의 발언을 듣는 승무원들도 감정이 북받힌 듯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특별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결의대회를 마친 후에는 "간절히 소망한다"는 제목의 문화제가 이어졌다. 충주에서 철도노조 대의원대회를 마치고 도착한 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의 대회사가 있었다.

엄길용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제도적 구조적 문제이며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면서 "오늘 대의원대회에서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 해결과 관련해 외주위탁 철회와 정규직화의 요구안을 확정한 만큼, 교섭을 진행하는 한편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투쟁을 배치해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선언했다.



철도노조, 대의원대회서 이철 사장 퇴진투쟁 방침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압도적 가결 끌어내 퇴진투쟁 나설 것"


한편 철도노조는 오늘 대의원대회에서 이철 철도공사 사장 퇴진투쟁 방침을 공식 결정했다.

대의원대회에서는 KTX-새마을호 승무원 건이 단체교섭 요구안 중 2번째 요구로 채택됐으며 "KTX-새마을호 승무원을 외면하고 비정규직에 대해 차별과 탄압을 일삼으며, 신자유주의 경영철학으로 철도를 천민적으로 경영하는 이철 사장과 김천환 여객운수사업본부장 퇴진투쟁을 벌인다"고 결정됐다. 이후 집행부 논의에 따라 이 방침의 조합원 찬반투표 기간이 공고되면 '압도적 가결'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철의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이철 사장이 떠나든가 노동조합에 의해 쫓겨나든가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가 이같은 적극적인 투쟁방침을 결정하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가 있는 지금, 각각 투쟁 500일과 208일을 맞이한 승무원들의 문제가 이번에야말로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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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 KTX , 승무원 , 철도공사 , 이철 , 새마을호 , 엄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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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KTX, 새마을 동지들 힘내세요!!
    비정규직의 희망을 함께 꼭 만들어요

  • 힘내요!

    정말 다들 고생하시네요!
    왜 힘없는 사람들만 이렇게 힘든건지... 힘내세요!!
    서울에 가게되면 들러서 응원할게요~
    KTX승무원들, 이땅의 모든 비정규직! 화이팅!

  • 힘내요!

    정말 다들 고생하시네요!
    왜 힘없는 사람들만 이렇게 힘든건지... 힘내세요!!
    서울에 가게되면 들러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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