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가 된 정부의 ‘중재’

이랜드 노사 자율교섭 막은 이상수 장관의 말, 말, 말

정부의 공권력 투입으로 이랜드 노사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뉴코아 강남점과 홈에버 상암점을 점거하고 있던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공동투쟁본부와 민주노총은 이제 전국에 있는 모든 매장을 점거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태도는 그간 이랜드 노사의 자율교섭에 계속 걸림돌로 작용했다. 특히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잇따른 ‘말’은 이랜드 노사의 교섭 때 마다 사용자 편을 일방적으로 들면서 노조의 분노를 샀다.

거짓말로 드러난 이상수 장관의 “상당히 정확한 소스”

이상수 장관의 말은 이랜드일반노조가 홈에버 상암점을 점거한 지 11일 만인 지난 10일 성사된 노사 대표 교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상수 장관은 교섭 전 날인 9일,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 “오늘 중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상당히 정확한 소스”가 있다며 확신에 차 말했다. 교섭이 열렸던 10일 오전에는 기자들과 만나 “내일부터 노조가 점거농성을 풀 것 같다”라는 말을 흘렸다. 이어 이상수 장관은 “이랜드 노사가 서로 평화기간을 정하고 진지하게 대화키로 했다”라며 마치 노사가 다 합의한 것처럼 말했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교섭 타결’이라는 오보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수 장관의 말은 사측의 말과 같았다. 이상수 장관은 9일, 안성일 홈에버 노사협력실장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회사는 교섭에서 한 달 동안 평화기간을 갖고 집중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한 말을 앵무새처럼 옮긴 것이다.

노조의 요구를 왜곡하기도 했다. 9일 이상수 장관은 “노조는 3개월 이상 된 사람을 다 정규직으로 하라고 한다”라며 “노조도 단계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데 너무 한꺼번에 얻으려 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의 요구는 ‘3개월 이상 노동자의 고용보장’이다. 비정규직으로 살더라도 지금 하던 일을 그대로 하게 해달라는 절박한 요구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상수 장관은 사실까지 왜곡하며 마치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에 노조는 “제발 사실부터 확인하고 말해라”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결국 10일 열렸던 교섭은 성과 없이 마무리 되었다. 이상수 장관의 “상당히 정확한 소스”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상수 장관, 혹시 사측 교섭위원?

이상수 장관의 말은 16일 재개된 교섭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사측이 “농성해제 없이 추가교섭은 없다”라며 교섭장을 빠져나간 지 6일 만에 어렵게 성사된 노사의 자율교섭이었다.

이상수 장관은 교섭이 열리던 날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측은 매장 점거농성을 푼다는 전제 하에 상당한 양보를 할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라며 교섭에 들어가기도 전에 사측의 ‘외주화 중단 1년 유예’안을 공개했다. 이 때 부터 정부는 “사측은 양보하는데 노조가 점거를 풀지 않아서 교섭이 잘 안 된다”라는 논리를 제시하며 “단호한 조치” 즉 공권력 투입으로 노조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불공정한 교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랜드일반노조는 “장관이 언론 플레이만 하지 않아도 교섭은 원만히 진행될 것”이라며 “계속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며 공권력 투입 운운하려거든 차라리 이랜드 그룹의 위임장을 받아 노동부 장관이 직접 교섭 테이블에 앉아라”고 비난한 바 있다.

결국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중재’는 노사의 자율교섭을 가로 막는 ‘악재’로 작용했으며, 공권력 투입이라는 악수로 정부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역할 만 했다.

이랜드 사태 비난 여론, 정부를 향할 듯

이상수 장관의 이러한 ‘말’들은 비정규법 시행 이후 드러난 문제점을 무마시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정부의 행태에 대해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 보호법이 아닌 확산법을 만든 근본적 책임이 있음에도 오히려 비정규 노동자의 생존권 요구를 공권력으로 봉쇄하는 만행을 자행해 자신들의 무능성을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노동계의 투쟁은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문제의 근원인 비정규법을 만든, 중재를 하겠다며 노사 교섭을 망가뜨린 정부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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