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는 “편협한 인종주의에서 비롯”

고용허가제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들

고용허가제 3년을 바라보는 사회운동의 시선은 차갑다.

정부에서 고용허가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반면 민주노동당과 사회운동 단체들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으로 비난을 받아왔던 '사업장 이동의 자유 제한'에 대해서는 철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이주노동자 정책의 전면적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교협, “고용허가제는 편협한 인종주의가 낳은 결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동조합(민교협)'은 교수-학술연구자 154명의 연서명을 받아 성명을 냈다. 민교협은 성명을 통해 “이주노동자에게 직장이동의 자유를 불허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에게 ‘강제노동’을 강요하고, 당연히 누려야 할 노동3권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장치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민교협은“소수자들의 권리, 특히 이주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의 수준은 여전히 야만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현대판 강제노동제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의 직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노동허가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영주권 등을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한계 내에서만 데려와 사용하다가 이후에는 용도 폐기해 버리는 편협한 인종주의가 낳은 반인권적인 제도”라며, 고용허가가제가 인종주의적 편견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허가제의 기본적 정책 방향이 '단기 로테이션'정책에 기초해 있는 만큼, 이주노동자의 가족 초청은 금지되어 있으며, 3년 이상 체류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고용허가제 아래서 이주노동자들은 일만하고 떠나는 '손님'이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민교협은 이주노동자에게 영주권과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권리를 나아가 이들이 한국사회의 성원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또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주노동자 정책 방향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제도 정빌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인권운동사랑방, "고용허가제 아래 실질임금 하락"

인권운동사랑방은 정부가 ‘국민일자리 잠식이라는 방식으로 노동시장을 왜곡, 외국인 밀집지역 슬럼화, 각종 외국인 범죄 증가 등의 예방’ 등을 이유로 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이는 이주노동자와 한국인노동자를 이간질하여 단속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차단하고 지지를 받으려는 얕은 수작일 뿐”이라며 정부의 의도를 비난했다.

더불어 고용허가제 아래에서 “이주노동자의 실질임금은 10% 하락했고, 노동시간도 273시간에서 280.4시간으로 늘어났다. 노동3권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고용허가제에 대해 비판했다. 정부가 고용허가제의 도입 취지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보장과 인권 보호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실질임금 하락과 노동시간의 증가는 고용허가제가 실제로는 이주노동자들의 저임금 노동을 고착화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고용허가제 아래 “계약해지는 이주노동자를 불법신분으로 만들고 있어 ‘고용허가제’는 ‘노예허가제’라고 비판받고 있다”며 “불법체류를 낳는 현행법을 개선하기보다는 단속만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노골적으로 자본의 편에만 서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고용허가제 “낙제 점수는 예견된 것”

민주노동당도 성명을 내고 사업장 이동 제한 철폐를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낙제 점수는 시행 당시부터 예견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년 고용허가제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평가를 겸허히 수용하고, 그에 대한 대안 모색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실질적인 노동3권을 제약하고 노사자율주의 원칙을 위배하는 사업장 이동 제한은 완전히 철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동당은 ‘외국인력 단기순환’ 정책의 실효성과 도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2011년이면 노동력 부족 국가가 되는 상황을 고려하여 이주노동자의 정주화, 나아가 영주권 부여와 이민 등에 대해서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전국 25개 단체로 구성된 '이주노동자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실현을 위한 공동행동'과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은 19일(일) 오후 2시 서울역에서 '고용허가제 시행 3년 규탄, 단속추방 중단,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쟁취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