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포털, 이랜드 사태 게시물 삭제 논란

정보통신인권단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자본의 검열”

포털, 이랜드 사측 주장만으로 게시물 대거 삭제, 이용자 항의에 복구

이랜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경 주요 포털사이트가 이랜드 파업 관련 게시물 수십 건을 ‘임시조치’(삭제) 했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로 1주일 뒤에 복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유는 (주)이랜드월드가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라고 주장했기 때문.

이에 뉴코아-이랜드노조와 민주노총, 정보통신 관련 사회단체들은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자본에 의한 ‘검열’”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보통신 감시검열제도 폐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연석회의)에 따르면 주요 포털사이트들이 임시조치 한 글은 대개가 개인 블로그나 토론 게시판에 올라온 것으로 ‘이랜드 사태의 원인과 책임’, ‘스머프들을 짓밟지 마십시오’ 등 신문기사나 다른 곳에 있던 글을 옮긴 것이 대부분이었다.

일방적 주장에 게시물 삭제 가능케 하는 정보통신망법

이런 포털사이트의 임시조치는 정보통신망이용및촉진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제 44조 2항(정보의 삭제요청 등)에 근거해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조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정보의 삭제 등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삭제, 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어 삭제를 요청한 측의 주장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글을 우선 삭제하도록 되어 있어 악소조항으로 문제제기가 이어지던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연석회의는 “포털사이트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고자 광범위하게 삭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그 결과 이번 사건처럼 법률, 기업, 포털이 노동자의 정당한 주장을 인터넷에서 마구 삭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임시조치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알려나가는 노동자 서민에게 너무나 가혹한 제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게시물은 제한되어야 하지만, 그 판단이 자의적이어서는 안된다”라며 “이용자들은 마땅히 항변할 기회도 없이 자기 글이 있던 자리에서 삭제되었다는 사후 통보를 발견하게 될 뿐”이라고 현재 정보통신망법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관련 조항의 신속한 폐지를 촉구했다.

“이랜드 자본, 잘못 감추려 비열한 짓”

또한 연석회의는 “이랜드 사건에 대해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토론에 붙이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내용이 어찌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가”라며 “이번 사건은 이랜드 자본이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얼마나 비열한 짓을 하고 있는지 전 국민에게 다시 한 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이랜드 그룹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연석회의는 이메일 신고처(delete@jinbo.net)를 마련해 포털사이트의 임시조치로 인한 노동자와 네티즌의 피해 사례를 수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