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설립신고는 하나의 전술일 뿐”

[인터뷰]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이 설립신고를 한다. 공무원노조는 오는 13일 열릴 대의원대회에서 설립신고와 관련 일정을 최종 결정하고 오는 15일 설립신고를 한다는 계획이다.

공무원노조는 작년 9월 행정자치부의 노조사무실 폐쇄라는 유례없는 탄압을 겪은 이후 공무원노조특별법을 두고 이를 수용하고 설립신고를 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를 두고 큰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이는 결국 공무원노조가 분열되는 사태까지 발생시켰다. 지난 3기 지도부 당시 권승복 前위원장은 공무원노조 5주년 기념식에서 “법 형식의 구애된 없이 공무원노조법 독소조항 개정과 해고자 복직문제 해결을 선결조건으로 설립신고를 하겠다”라고 밝혔지만 내홍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에 이른다.

이에 바통을 이어받은 4기 지도부는 설립신고라는 공무원노조 역사상 큰 전환점과 통합이라는 큰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손영태, “3기 지도부 결단과 소통이 부족했다”

손영태 공무원노조 신임 위원장을 만났다. 손영태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현장에서 열심히 한 것을 인정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3기 지도부가 원칙을 정의롭게 잘 지켜왔지만 조직이 분열되는 상황까지 오다보니까 새로운 사람이 하면 어떨까하는 기대심리도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이정원 기자

3기 지도부에 대해 손영태 위원장은 “원칙을 지켜온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조직적으로, 정책적으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기점을 놓쳐왔으며, 현장과의 소통이 부재했다”는 아픈 평가도 내놓았다. 손영태 위원장은 “소통이 안되면 노동조합이 아니다”라며 공무원노조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원리로 ‘소통’을 강조했다.

“설립 필증을 반납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함께 해야”

손영태 위원장은 앞으로 진행될 설립신고에 대해서 “설립신고는 조직이 위축되었기 때문에 선택한 하나의 전술이며,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임을 명확히 했다. 또한 “원칙은 이전과 변한 게 하나도 없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가 설립신고 한다고 해서 당장 정부가 교섭에 나서는 것도 아닐 것이며 설립신고를 한 것을 전면에 내세워 자랑스럽게 얘기할 것도 아니다”이라며 “만약 설립신고 이후에라도 설립 필증을 반납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정부와의 큰 싸움을 만드는데 조합원들이 함께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얼마나 건강하게 싸우는가가 공무원노조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역점 사업으로 손영태 위원장은 ‘교육’을 강조했다. 조직의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손영태 위원장은 공무원노조 투쟁과정에서 해고된 조합원들로 구성되어 있는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회복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손영태 위원장은 “회복투 동지들이 일상 사업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해고자 복직투쟁을 위해 전면에 나서서 조합원을 조직하고,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공노, 비판받아 마땅한 행동을 한 것”

손영태 위원장은 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를 구성한 것에 대해 “공무원노조 뿐 아니라 어느 노동조합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비판받아 마땅한 행동을 한 것이며 조합원들 가슴에 못질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후 통합과정에서도 “조직의 이탈에 중심이 되었던 사람들은 조직통합 논의에서 빠져야 할 것”이라며 “처음에 공무원노조를 만들었을 때의 그 절절했던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다시 나서서 통합을 말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손영태 위원장은 “노조 안에도 좌우파가 있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좌파”라고 말했다. 공무원 사회에 몰아치고 있는 구조조정과 생존권의 위협, 정부의 탄압과 조직의 분열이라는 어려운 조건에 놓인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선택이 “공무원도 노동자”라는 당연한 명제를 완성해 나가는데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손영태 공무원노조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당선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늦었지만 조합원들이 왜 자신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가.

  이정원 기자

현장에서 열심히 투쟁한 것들을 조합원들이 좋게 봐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있던 현장에서 관건선거 고발사태가 큰 쟁점이었는데 사실상 승리로 만든 바 있고, 고용직을 기능직으로 전환하는 싸움에서 승리하는 등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어왔던 싸움에 대한 나의 발언을 조합원들이 진지하게 잘 들어준 것 같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람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었던 것 같다. 3기 지도부가 원칙을 정의롭게 지켜왔지만 조직이 분열되는 현상이 오다보니까 더욱더 그랬던 것 같다.

신임 지도부를 구성하는데 있어 이전 지도부에 대한 평가는 중요한 지점일 텐데, 권승복 집행부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3기 지도부는 원칙을 잘 지켜왔다. 폄하하거나 나쁘게 보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기점을 많이 놓쳐왔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야할 것이다. 정책적으로, 조직적으로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기점에 제대로 결단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사퇴시기부터 시작해서 조직의 이탈을 막는 부분까지.

또 하나 평가되어야 하는 점은 소통의 부재이다. 법외 원칙이 맞다면 그것을 고수하면서 조합들과 계속 소통해 나가면서 상태를 파악해 나갔어야 하는데 잘 되지 않았다.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원칙을 정확하게 현장에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당시 본부나 중앙에서 결정했던 것들이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물론 노조에서 이탈한 세력들이 방해한 것도 있다. 그러나 지킬 필요가 있다면 지부장 순회투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했어야 하는데 사실 주도권 싸움하느라 현장과의 교감에는 소홀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3기 지도부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4기 지도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조직의 전열을 빠르게 가다듬어야 한다. 조직이 다양한 소통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이 강화되어야 한다. 소통이 안 되면 노동조합이 아니다. 다양한 소통과 동시에 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현장까지 진행해야 한다. 15일로 예정되어 있는 설립신고를 한 이후에 설립신고의 문제점에 대해 빠르게 간부수련회를 진행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하반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10월 중순 경 설립신고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간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조특별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원칙으로 가져온 바 있다. 그렇다면 설립신고 자체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설립신고는 조직이 위축되었기 때문에 선택한 하나의 전술이다. 위축되어 있는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조직들이 어용화 되거나 이탈하는 세력까지 생기면서 조직 내부가 흔들렸다. 그러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과정이었다. 조직 밑바닥 정서들부터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원칙은 변한 것이 없다. 우리가 설립신고를 한다고 정부가 바로 교섭에 나설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정부가 직장협의회법 만도 못한 공무원노조특별법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것에 기반해 설립신고를 한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워 자랑스럽게 얘기하지도 않을 것이고. 조합원들이 설립신고하는 것을 괴로워했으면 괴로워했지 환영하지는 않고 있다. 민주공무원노조는 마치 설립신고 하는 것이 뭐 대단한 것인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동지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이정원 기자

설립신고 문제는 3기 지도부 내내 핵심쟁점으로 부각되면서 공무원노조가 분열되는 사태까지 발생시켰는데, 이전의 논쟁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내가 보기에는 김영길 前위원장 측 사람들이 3기 지도부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나쁜 행동들이다. 조직이 어렵고 힘들다고 했을 때 오히려 함께 해야 하는데, 교모하게 법내라는 좋은 탈을 쓰고 3기 지도부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법내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중요한 문제로 민공노와의 관계설정이 있을 것이다. 민공노에 대한 입장은 어떠하며, 이후 통합이 가능하다면 방향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공무원노조 뿐 아니라 어느 노동조합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다. 법내냐 법외냐를 떠나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당연한 듯이 대의원대회를 따로 열어서 지도부를 만들 수가 있는가. 이는 원칙을 지켜나가려는 수많은 조합원들에게 못질을 한 것이다. 조직 통합 논의가 나온다면 3기 지도부를 포함 민공노를 구성했던 핵심인자들은 논의에서 빠져야 할 것이다. 그 사람들이 있어서 될 일이 없다. 새로운 사람들이 나와야 하고, 처음 공무원노조를 만들 때 절절했던 그 가슴을 느끼는 사람들이 새롭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민공노를 만나서 확인해 보니 공무원노조를 중심으로 하나로 가자는 것에 다들 동의하더라.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일단 중요한 것은 그들과의 소통이다. 전제조건이 있다면 양쪽 다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도 잘한 것이 없다. 쉬우면 아주 쉬운 과정일 것이다. 앞으로 조직을 내 것 인양, 나 아니면 안 되는 양 하면서 조직의 분란을 일으키는 행태는 하지 말자라고 결의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도 빠져야 한다. 이석행 위원장 만나서 얘기해보니까 그 사람도 기점을 놓쳤다고 하더라. 내가 공무원노조 하나로 합치는 것 우리가 할 테니까 총연맹은 빠지라고 얘기했다. 민주노총은 공무원노조가 산별노조로 속해 있는데 그것만 정확히 인정하면 된다.

내부적으로는 통합에 대한 실패하지 않는 로드맵을 짜야 한다.

설립신고 이후가 더 중요할 것이다.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어떻게 잡고 있는가.

공무원노조는 노조 활동에 대해 아직 제대로 많이 배우지 못했다. 교섭을 어떻게 할지, 어떤 정치적 결단을 가지고 투쟁을 해야 할지 좀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 집중적으로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조합원을 찾아가서 교육하고, 그 교육에서 회복투 동지들의 활동이 중요하다. 현장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복직투쟁에 목숨을 걸고 나서서 전열을 가다듬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하반기 교육을 통해 조직을 빨리 재편성 해내고,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갈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공공연히 말하는데 중앙위원회를 확대, 강화할 수 있는 방안, 예를 들어 지부장들이 모두 참여하는 것 등을 규약을 개정해서라도 만들어 낼 것이다. 지부장들이 직접 결정하고 결의할 수 있어야 조합원들까지 함께 할 수 있다.

  이정원 기자

끝으로 조합원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피부로 느끼는 후생복지들은 조합원들이 직접 나서면 해결할 수 있다. 자신감 있게 현장 지부들과 함께 요구하고 대안도 제시했으면 한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공무원노조의 정책으로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작은 것들부터 변해야 한다. 자신의 현장에 힘든 노동자들이 1인 시위를 하면 같이 아파해 줄 수 있는 것, 함께 투쟁할 수 있는 것부터 만들어야 한다. 모르면 노조에 찾아가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작은 것들부터 바꿔낼 수 있는 조합원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공무원노조특별법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만약 특별법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면 설립필증을 반납해서라도 정부와의 큰 싸움을 벌여갈 것이다. 조합원들은 반드시 지도부와 함께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무원노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싸우지 않는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