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이용석 그리고 정해진

[기자의눈] 노조 인정해 달라며 몸에 불을 붙여야 하는 나라

‘일하기 좋은 사회’에서 사는 바보 같은 노동자

4년 전 이용석 열사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치며 몸에 불을 붙였던 10월 26일, 4년 후 10월 27일 故정해진 조합원은 “파업 투쟁 정당하다”를 외치며 다시 몸에 불을 붙였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를 외치며 몸에 불을 붙인 지 37년, 세상이 좋아졌다는 지금 여전히 노동자들은 몸에 불을 붙이고 있다.

바보처럼 일만 했던 노동자. 하루의 반을 넘긴 13시간, 14시간을 노동하면서도 일이 있다는 것을 감사하며 살아야 했던 노동자. 그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일주일에 44시간 만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전태일 열사가 그렇게 외쳤던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노동자로 살기 위해, 힘없는 노동자의 유일한 힘인 노동조합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그와 함께 싸웠던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심히도 지나가는 130일이라는 시간의 파업이었으며, 같은 노동자라 외치는 한국노총 조끼를 입은 사람들의 폭력이었다.

일주일에 40시간만 일하는 것, 일하기 위해 쉬는 것, 일한 만큼 받는 것, 수 만 볼트에 감전되어 죽어가는 동료를 보지 않는 것, 함께 일하는 동지들과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 ‘일하기 좋은 사회’가 만들어졌다는 2007년에도 몸에 불을 붙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44시간 만 일하겠다는 것이 ‘무리한 요구와 횡포’?

故정해진 조합원이 몸에 불을 붙이고 40m를 뛰면서 끝까지 외쳤던 것은 “인천 전기원 파업 정당하다”와 “유해성을 구속하라”였다.

건설노조 인천지부 전기분과는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기공사 설비, 보수 등을 수주 받아 공사하는 인천지역의 전기공사 업체들에 소속된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23개 업체를 대상으로, 그 대표권을 위임받은 유해성 대진건설 사장과 교섭을 해왔다.

그러나 유해성 사장은 노동자들과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기는커녕 업체 사장들에게 편지를 보내 “단체교섭을 완료하면 하나를 주고 또 하나, 또 하나를 반복해 결국 영업권을 내 놓아야 한다”라며 “노동조합이 원하는 대로 단체협약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해성 사장은 편지에서 6.10 민주화 운동을 운운했다. 유해성 사장은 “6.10 민주화 운동이 벌써 20년이 되었는데 노조의 요구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 경쟁을 무시하고 집단의 힘을 빌려 일방적으로 무리한 요구와 횡포를 부리고 있다”라며 “노조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조합원을 설득하고, 노조집행부의 처사에 단호히 대처해 우리 회사는 우리가 지키자”라고 했다.

일주일에 44시간 만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단체협약을 맺자고 하는 요구가 근로기준법에도 다 나와 있는 이 요구가 “무리한 요구와 횡포”가, “터무니없는 요구”가 된 것이다.

그동안 인천지역의 전기원 노동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전기공사업체로 전적 당하기도 하고, 사용자들이 임금을 축소 신고하는 방식으로 탈세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이 줄어들기도 했다. 또한 사용자들은 실제 근로하지 않은 일용 전기원 노동자를 일한 것으로 근로대장을 허위 작성, 세무서에 신고해 소득세를 줄여 탈세 행위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태일, 이용석, 하중근 그리고 정해진

故정해진 조합원은 그렇게 오기 싫어하던 화상전문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2만 2천 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봇대에서 일하다 감전으로 쓰러진 동료들을 안고 가야 했던 그 병원에서, 동료들의 죽음을 보며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한숨을 쉬었을 그 병원에서 그렇게 죽어간 것이다.

故정해진 조합원이 숨을 거두던 날 밤, 병원 앞에는 “아직 하중근 열사의 한도 풀지 못했는데 또 한 명의 열사를 보내야 한다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는 건설노동자들의 한숨이 가득했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저항하다 경찰에 맞아 죽어도, 죽은 사람은 있는데 1년이 넘도록 죽인 사람을 찾을 수 없는 나라. "차별을 철폐하라"고 몸에 불을 붙여도 차별은 더욱 심각해 지는 나라.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몸에 불을 붙여도 관심 갖는 언론 하나 없는 나라. 수 백 미터 CCTV탑 위에서 노동자가 일주일이 넘게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나서서 문제 해결하라”를 외쳐도 그저 출장 때문에 미국에 나가버리면 그만인 나라.

전태일 열사가, 이용석 열사가, 하중근 열사가, 정해진 열사가 그렇게 잊혀지는... 이것이 2007년 한국의 진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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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 분신 , 정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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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수리

    자랑이다 자살한게 자랑이다 어이구 분신하면 열사되는줄아냐?열사 타령 ㅋㅋ아이고 죽은놈 빌미로 또 폭력집회하겠내? 분신한사람 돈무라달라그러면 계약서썻다고 보여주고? 너희들 하는짓이 그렇잖아

  • 우미

    자랑이다! 어쩔래! 목숨까지 내놓고 노동자 답게 살겠다던 노동자가 자랑스럽다! 이눔아..정신차려라!--;;

  • 조의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를 지키세요! 독수리님, 독수리님은 그런 용기라도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생명을 버려도 바뀌지 않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가신 분에 대한 예의라 생각합니다.

  • 노동자

    우라질 세상 사람 목숨이 파리목숨보다 못한 세상...관심이 없으면 처다 보지 말던가 손가락 함부로 놀리다 뒤통수 제대로 보관 하기 힘들것이다! 폭력집회??? 원하면 보여줄께! 제발 그자리에 나오너라...개 자식!

  • 큰독수리

    독수리님 말씀이 지나치군요. 돌아가신분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보이지않는다고 함부로 떠들지 마시길......
    이 개자식아 걸리면 넌 죽어 아가리에다 불지른다 씹탱아~~

  • 남경임

    삼가 고 정해진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그는 진정으로 이땅에서 살고자 했습니다. 이나라에서 살고자 했습니다. (유해성은 대진건설이 아니라 영진전업의 대표입니다.)

  • 사람되라

    독수리 개만도 못한넘 그런 넌 이나라노동자 아니냐? 그렇담 다행이지만 니가 말한 그대로 너한테로 반드시 돌아갈날이 있을것이다 피눈물흘릴 그때도 그런말 할수 있을지... 세상살면서 우리가 겪어야했던 억울함을 부디 겪지말고 살아가길 바랄뿐이지만 너도 가진것없는 이나라 국민이라면 아마도 쉽지않을것이다

  • 정보보호 원칙에 다 동의는 하겠는데..
    그래도 독수리 같은 댓글 ip는 공개해버려야 해요. 개자식.

  • ▦18송이민들레

    이 나라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정말 눈길한번 돌리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동물원의 원숭이 새끼 한마리가 아파 음식을 못먹으면 울고불고, 살려달라 애원하면서...사람이 억울하게 죽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물론 정보전달의 부재라고 할 수도 있겠다...그러나..정말 그것때문이냐? 저기 저 독수리란 이름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이 있는것만 봐도...이 사회가 얼마나 도덕성과 인성교육이 잘못 되어있는지..젠장 쓰면서 또 열받네...두서엄씨..ㅡㅡ

  • csk9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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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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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부장

    故 전태일, 이용석 그리고 정해진열사님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저 또한 세분의 열사를 보며 정말 하루가 일이 잡히질 않습니다.
    이런 기사를 보며 저 또한 우리지부 조합원들 생각에 참으로 고심을 많이 하곤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을까요? 가연 그들은 우리의 심정을 알까요? 여러분 세분의 열사를 보내며 우리가 꼭 해야 할 일들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속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이나라에 없도록 우리 모두 노력을 해야 합니다. 독수리님도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지 않으리라 생각을 하시나요? 저 역시 님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들이 나에게 다가오며 하루 하루가 힘든 세상살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이 저의 잘못인가요? 독수리님 님은 이 세분에게 큰 죄를 지었습니다. 모든 노동자가 파괴하는 노동자로 보이시나요? 진정 당신같은 사람들은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찾겠다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쟁취하겠다고 한 것이 위법인가요? 정말 묻고 싶습니다. 언제쯤 철이 들것인지... 묻고 싶네요.

  • 독수리님~똥칠하며 살때까지~ 자손 삼사대까지 ~ 양아치짓하면서 살고~ 용기도 없는 놈아~저주 받을지어다! 너의 조상 왈!!!

  • 너 이놈!

    독수리 너 이놈 아가리 찧어 놀게다, 너 꼭꼭 숨어라. 인간 핫바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