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2일 한국노총 사과 파문과 관련해 “비정규악법과 노사관계로드맵에 합의한 한국노총에 대한 비판을 거둬들이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성현 대표는 이날 ‘민주노동당을 사랑하는 동지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해, 한국노총에 사과 공문을 보내게 된 경위를 해명하고 이에 공식 사과했다. 당 최고위원회는 1일과 2일 이틀간에 걸친 회의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문성현 대표의 공식 사과로 한국노총 사과 파문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노총이 당초 사과를 전제로 제시한 정책연대 참여 여부를 놓고 쟁점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최고위원들은 이 문제로 격론을 벌인 끝에 결정을 4일 오후로 미뤘다. 권영길 후보 측은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거부하고 있다.
“의도와 별개로 시기와 방법, 절차가 적절치 못했다”
문성현 대표는 한국노총이 ‘노동자 이름을 떼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한 공개 사과와 수용 시 올해 대선 정책연대 대상에 권영길 후보를 포함하겠다는 제안에 “정책연대와 관련된 문제여서 쉽지 않은 고민이었지만, 한국노총 소속 당원들이 ‘대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수용 배경을 밝혔다. “그 전부터 한국노총 소속 당원들이 (문제가 된 발언으로 인해) 한국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해왔다”고 덧붙였다.
문성현 대표는 “저는 제 발언의 과도한 표현에 한해서만 사과했고 ‘사과를 전제로 한 정책연대와는 추호도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하도록 지시했지만, 대중적으로는 ‘비정규 악법과 노동기본권 훼손에 책임져야 할 한국노총에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 대표가 사과했다’고 받아들여졌다”면서 “한국노총 소속 당원들에 대한 진정성의 발로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시기와 방법, 절차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이어 “정해진 열사의 분신 사망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노동자 동지들과 당원들, 민주노동당을 사랑하는 동지들의 공분의 대상이 되었다”며, “특히 아직도 구속 중인 전해투 동지들,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정규직 동지들, 노동기본권의 제약으로 고통스러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공공노조 동지들께 더욱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전했다.
문성현 대표는 “저와 민주노동당은 한국노총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수정한 적이 없으며 비정규직의 철폐, 노동기본권 강화를 위해 당의 총력을 다 한다는 기조를 당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세우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고, 당의 대표로서 이번 대선에 최선을 다한 후 평가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정책연대 ‘찬성’ 중론...일부 최고위원 반대
당 최고위원회는 사과 파문에 따른 수습 방안, 한국노총 정책연대와 조합원 총투표 참여 여부를 놓고 1일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해 2일 회의를 재개, 논쟁 끝에 당 대표 사과에 대해서만 합의하고 나머지는 4일 회의를 다시 열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김기수, 심재옥 최고위원은 “정책연대를 위한 사과가 아니었다는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 참여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선동 사무총장을 비롯한 최고위원 대부분은 “한국노총 지도부에 비판적이더라도 대선 시기 조합원에 대한 선거운동마저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섰다.
이용대 정책위의장은 “한국노총 지도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며 “조합원 다수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투표에 참가해 당 지지율 10%를 15%로 올릴 수 있다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병기 최고위원은 “한국노총 70만 조합원을 포기할 수 없다. 우리는 지도부를 상대로 선거운동 하는 것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선동 사무총장도 “실사구시의 입장에서 (대표 사과와 정책연대 참여를) 분리해서 결정하자”고 보탰다.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은 2일 이례적으로 당원들에 한해 열람할 수 있는 최고위원회 회의록을 당 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했다. 목수정 당노조 사무국장은 “당 지도부가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에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고 대선 표 구걸에 연연하고 있음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게재 이유를 전했다.
한편 권영길 후보 선대위는 최고위원회의 회의 참여 요청에 2일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하라”며 거부했다. 권 후보 선대위 측이 함구하고 있는 데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선대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