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비연, “민주노동당 진짜 노동자 길 포기하는가”

민주노동당 한국노총에 공식사과, 노동계 비난 이어져

민주노동당, “어용노조 적절한 발언 아니었다” 한국노총에 사과

민주노동당이 지난 15일, 한국노총을 ‘어용’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한국노총에 공식 사과한 것이 알려지면서 노동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작년 9월 11일, 복수노조 금지와 전임자 임금 지금 금지 3년 유예를 맞바꿔 노동부, 경총과 합의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이를 ‘야합’으로 규정했으며, 당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국노총의 행동을 ‘어용노조’라며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이에 한국노총은 지난 4일, “과거 한국노총 비난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을 정책연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라고 밝히자 민주노동당이 김선동 사무총장 명의로 “당시 ‘어용노조’ 발언은 공당의 대표로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라고 공식 사과한 것.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전비연)은 22일 성명을 내고 “민주노동당은 진짜 노동자의 길을 포기하려는가”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전비연, “한국노총에 공식사과하는 민주노동당 모습 아연실색”

전비연은 “한국노총의 야합에 의해 법제화된 각종 악법과 한국노총 관료집단에 의해 비정규노조와 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는 내용을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라며 “한국노총 관료집단에게 공식 사과하는 민주노동당의 모습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이 비정규법 관련 최종안을 발표할 2005년 11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으며 민주노총은 공조를 파기한 바 있다./참세상 자료사진

이어 전비연은 “한국노총이 자본가정당, 보수정당을 정책연대의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단 한번이라도 노동탄압의 책임을 묻고나 사과를 요구한 바가 있는가”라고 묻고, “오로지 민주노동당의 노사정 야합 비판에 대해서만 사과할 것을 요구한 것인데 민주노동당은 이를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비정규 노동자 단체가 민주노동당의 사과에 강력한 불만을 갖는 데는 한국노총이 노사관계로드맵에 대한 합의는 물론 비정규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던 2005년 11월, 당시 쟁점이 되던 불법파견 시 고용의제와 고용의무 중 낮은 수위인 고용의무와 차별시정 신청에 있어 노조가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등의 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하는 등 비정규법에 대해서도 후퇴한 안을 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의 ‘공조파기’를 선언한 반면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법은 한국노총의 최종안을 근거로 할 것”이라고 환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비연은 “사과를 해야 할 당사자는 한국노총이며,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비정규악법과 노사관계 로드맵으로 인해 고통 받으며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비연은 “지금 민주노동당이 해야 할 일은 정책연대와 표를 구걸하기 위해 한국노총 관료집단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야합과 어용 행각에 대한 서슬 퍼런 비난이 있어야만, 한국노총 안에서 민주노조를 갈망하며 관료집단과 사투를 벌이는 노동자들이 용기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노총의 노사관계로드맵에 대한 '야합'에 분노해 한국노총 건물에서 항의농성을 벌이다 다 구속된 8명 중 2명의 노동자는 아직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