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이근재 열사 죽음에 대한 보고서 발표

인권단체연석회의,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인권단체연석회의는 8일 고 정해진 열사가 안치되었던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 정해진, 이근재 열사'의 죽음은 민중생존권이라는 기본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잇딴 죽음의 원인에 대해 다도급 업체들과 이를 방치한 노동부, 노점탄압을 자행한 고양시 등에 돌리며 "자본과 권력의 추악한 결탁이 죽음의 배경"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을 비롯한 민중들이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역대 어떤 민간정부보다도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을 폭력으로 억압하는 정권이 되었다"며 "정부와 국회, 사법부가 모두 자본의 편들기를 노골화하고 있는 이때, 민중들은 생존을 위한 투쟁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언제고 다시 극단적인 방식의 죽음을 택할지 모르는 답답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며 "죽음으로 내몰리는 민중들의 생존권 요구에 대한 반인권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동권 박탈 상황', '일방적 노점단속 정책'이 죽음의 원인

한편 인권단체연석회의는 고 정해진, 이근재 열사의 죽음에 대한 보고서를 이날 발표했다.인권단체연석회의는 20페이지 분량에 이 보고서에서 정해진 열사와 이근재 열사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이 보고서는 정해진 열사는 '노동권 박탈 상황'에, 이근재 열사는 '일방적 노점단속 정책'에 따른 죽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비정규직 투쟁과 노점상을 비롯한 빈민층의 투쟁은 뚜렷한 출구가 없이 장기화되고 구조화 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는 주체인 정권과 자본은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사회구조적 요인들을 정확히 직시하고, 이런 구체적인 현실에 바탕해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인권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작성되었다"고 보고서 작성이유를 밝혔다.

노동자 죽음의 공범관계, 한국전력와 노동부

인권단체연석회의가 발표한 보고서는 생전 전기원 노동자로 일했던 정해진 열사의 노동환경과 노동권 실태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원 노동자들은 일용직이나 기간제 형태로 노동하고 있었으며, 평균 노동시간은 10시간, 여름철에는 12시간이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측의 노동권 침해사례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노동조합에 대한 폭력과 단체교섭 해태 등 노조탄압 사례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허위 근로대장을 통한 탈세 등 위반사례 등이 함께 밝혀졌다. 그 중에서 '한국노총을 이용한 노조파괴 공작' 부분이 눈에 띤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보고서에서 "인천 전기분과 파업 이후 만들어진 '한국노총 경인전기원노조'는 사용자들의 이익 대표자가 참여한 전형적인 어용노조"라고 주장했다.

또한 부당전적 등 위법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보고서에서 "인천지역의 전기공사업체들이 인천지역의 전기원노동자들을 강제로 부당해고 하고 본인의 동의없이 타 전기공사업체에 취업을 시킴으로 인하여 위법 행위를 자행하였다"며 "이 과정에서 전기원 노동자들은 전기공사업체의 부당전적 행위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노동조건 및 산업안전 악화'와 관련한 한국전력의 책임을 물었다. 또한 "노동부는 사측이 벌인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6건을 기소송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범수사에 대해서는 매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노동부 등 관련 행정기관의 책임도 피할 수 없음을 적시했다.

이근재 열사의 죽음 '고양시청의 일방적인 단속정책'에 따른 것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어지는 보고서에서 이근재 열사의 죽음에 대해서도 '노점상 생존권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고양시청의 일방적인 단속정책'과 '용역선정 및 단속과정에서의 고양시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내일(9일) 이근재 열사의 장례식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고양시 등 행정당국을 압박하고, 노점생존권 보장을 위한 노점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의미가 크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사망한 이후 고양시청은 이번 사망사건이 고양시청의 단속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합리적인 노점관련 대책이 수립되지 못하는 것이 전노련때문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와 같은 고양시청의 입장은 고 이근재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그동안의 노점관련 대책에 대해 반성하고, 노점상의 생존권을 충분히 고려하는 방향에서 노점상 관련 정책을 수정하기 바랬던 노점상들의 희망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또 "고양시가 내세우는 노점상 근절의 이유는 노점상이 도시미관을 불결하게 하고 시민의 통행권을 해하기 때문에 시민의 권리를 위해서 이익집단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인권’을 생각하는 기준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차원으로 내려가서 설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