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정책연대 후보로 끝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선택하자 이를 두고 민주노동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반발하면서도 짐짓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 당은 한국노총이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점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노동운동 진영 한쪽에서 '해체의 대상'으로 평가되는 한국노총 정책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87만 조합원을 거느린 한국노총을 이들이 대놓고 비판하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한국노총의 조합원 ARS 총투표에서 41.5%의 지지를 얻은 이명박 후보는 10일 한국노총과 정책연대 체결식을 가졌다.
민주노동당, "우리에게만 '사과' 요구하더니.."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박용진 선대위 대변인 명의의 짤막한 논평을 통해 "한국노총 지도부는 한국노총의 노동자들이나 국민들마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이번 한국노총 정책연대 선정과정과 결과에 대해 역사 앞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한국노총에 대해 직접적으로 각을 세우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정책연대 추진과정에서 한국노총이 문성현 당 대표의 과거 '어용노조' 발언을 문제 삼으며 사과를 요구한 부분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한국노총은 정책연대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성현 대표가 지난 해 9월 노사관계로드맵에 합의한 한국노총을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이름을 버려야 한다"라고 비판한 데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또 민주노동당은 이 요구를 수용했다가 철회하는 등 당 내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거센 논란이 일었었다.
박 대변인은 한국노총의 사과 요구에 대해 "그런 기준(민주노동당에 사과를 요구한 기준)이라면, 지난 10년간 사회양극화 정책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노동자들의 삶을 뿌리 채 흔들었던 여당의 후보나 노동조합 창립의 권리마저도 인정하지 않았던 한나라당의 정책과 이명박 후보의 경력은 아예 정책연대의 후보 대상으로도 선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반노동자 정책과 역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과 반성을 요구하지 않았으면서, 민주노동당에게만 '공식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박 대변인은 이어 "창당 이후 10년 동안 친노동자 정책과 실천을 해왔던 권영길 후보를 제외하고 실시된 단순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해서 부패경력과 노동자탄압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친 노동자 후보가 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신당, "한국노총, 반노동자적 이명박 후보와 정책연대 중단해야"
정책연대 대상에는 포함되었으나, 총투표에서 고배를 마신 대통합민주신당의 아쉬움은 더 컸다. 신당은 오히려 민주노동당 보다 더 강한 어조로 한국노총을 비판하며 이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김현미 신당 대변인은 "신당과 정동영 후보는 한국노총의 노선에 성원과 연대의사를 기회 있을 때마다 표명한 바 있다"며 "한국노총과 이명박 후보와의 정책연대는 한국노총이 추구해온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 노선'과 상충됨은 물론, 노동운동의 대의와 한국노총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또 "한국노총의 노선과 가까운 문국현 후보,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인제 후보, 노동운동가 출신의 권영길 후보를 아예 투표 대상에서 조차 제외시킨 것은 어디에서 정당성을 찾냐"며 정책연대 후보 선정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노총은 반노동자적인 이명박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중단하고,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 노선을 더욱 선명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TV토론 등의 절차가 무시된 채 진행된 조합원 ARS 총투표에도, 신당의 후보를 지지해 주신 7만3천여 한국노총 조합원께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용득, "이명박 '반노동자적' 인식, 정책연대 통해 바꾸겠다"
'반노동자적 이명박 후보와의 정책연대는 부적절하다'는 민주노동당과 신당의 지적에 대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10일 "선진노사관계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노사가 대립적이고, 적대적 상황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든다고 해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설사 이 후보가 반노동자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후보의 그런 인식을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를 통해 바꾸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정책연대는 '친노동자 후보가 친기업후보고, 친기업후보가 친노동자 후보'라는 인식의 결과"라며 "경제가 살아야 사용자도 노동자도 있고, 경제발전과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은 투쟁적 모델이 아니라 협력적 모델에 의해 더 잘 성취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정책 연대는 보여준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