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6급 이하 공무원에 ‘헤드헌팅제’ 도입

공무원노조, “머슴도 모자라 이제 공무원을 노예화 하는가” 반발

서울시가 ‘현장시정추진단’으로 공무원 퇴출제를 본격화 한 것에 이어 ‘헤드헌팅 및 드래프트제’를 도입하겠다고 해 공무원 노동자들의 반발이 높다.

서울시, 2년 이상 6급 이하 4200명 대상으로 ‘헤드헌팅’

서울시는 2일, “시민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높이고 공직내부의 경쟁 분위기를 확산 시키겠다”라며 전체 직원의 절반인 2년 이상 근무자 4천 200여 명을 대상으로 ‘헤드헌팅 및 드래프트제’를 도입하고 4월 말로 예정된 6급 이하 정기 전보인사에서 전면 실시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1일, 전보기준심사위원회를 개최해 현재 부서에서 2년 이상 근무한 6급 이하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인력풀을 만들어 실, 국 및 부서별로 선호하는 직원을 데려갈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은 “공무원의 ‘줄서기’를 강요해 오히려 행정의 공공성을 후퇴시킬 인사제도”라며 “상급자 눈치 보기를 부추기며 공직사회 내부개혁을 가로막는 효과를 불러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함께 근무하고 싶은 직원’ 뽑기?

이번 서울시의 인사제도는 일단 2년 이상 근무한 6급 이하 전체 공무원들이 희망근무지를 작성해 부서장 및 실, 국장에게 제출하고, 각 실, 국에서는 과장과 팀장으로 구성되는 전보심의회를 개최해 부서이동 및 유임 결정을 하게 된다. 이것이 1차 능력검증이다. 여기서 유임이 결정되지 않으면 서울시의 표현에 따르면 “시 전체 드래프트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이에 전입자 결정에 우선권이 부여된 실, 국장들은 ‘헤드헌팅’을 한다. 이것이 2차 드래프트다. 이후 3차 드래프트에서도 위치가 결정되지 않은 공무원들은 재교육프로그램 대상자로 선발된다. 결국 퇴출제인 ‘현장시정추진단’으로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이 제도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선발기준이나 평가기준이 없어 상사가 ‘말 잘 듣고 말썽 안 피우는 사람’을 선발하는 결과로 나타날 위험이 높다”라며 “이는 정작 행정서비스의 수혜를 받아야 할 국민이 아닌 시장과 상급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이번 인사제도는 지난 ‘현장시정추진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선별기준이 ‘함께 근무하고 싶은 직원’이라는 추상적인 수준으로 제시되 바 있어 공무원 노동자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일부 부서는 투표와 제비뽑기 등으로 부서별로 할당된 대상자 숫자를 채우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합리적, 객관적 기준을 가지고 할 수 있도록, 전출 대상 전체 직원들의 보직경로 등 직원판단을 위한 중요한 인사정보 제공과 함께 자체 전보 심의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경쟁이 경쟁력이라는 취지하에 민간부문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Global Top 10, 세계도시 서울’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서울시가 한 차원 더 발전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이번 인사제도에 대해 ‘해괴망측한 인사실험’이라고 규정하고 “오세훈 시장은 성과 포장하기에만 열 올리지 말고 퇴출제가 현실에서 낳고 있는 부작용에서 교훈을 얻을 줄 알아야 한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머슴’ 발언 직후 터져 나온 서울시의 ‘헤드헌팅-드래프트’ 운운은 공직자로서의 자긍심을 짓밟고 공무원을 상품화-노예화 하는 반인륜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