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싫으면 '함께 근무하고 싶은 직원'이 돼라?

서울시 '현장시정추진단'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시가 공무원퇴출제인 ‘현장시정추진단’ 인원을 102명으로 확정해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쟁은 경쟁력”이라는 한 마디로 공무원퇴출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이 말하는 ‘경쟁력’의 기준은 무엇일까? ‘경쟁력’을 갖춘 공무원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동안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등 공무원노동자 당사자들은 퇴출인원 선정 기준이 객관성이 없다는 문제제기를 해 온 바 있다.

‘함께 근무하고 싶은 직원’이 퇴출에 기준?

  이정원 기자

서울시가 밝힌 선별과정을 보면 일단 자발적으로 부서이동을 원하는 사람과 38개 실, 국, 사업소장이 △직무능력 부족 △근무태도 불성실을 이유로 다른 부서로 보내기를 원하는 직원을 3% 지명해 1천 397명의 명단을 마련했다. 이렇게 제출된 부서이동대상자 가운데 실, 국, 사업소장이 ‘함께 근무하고 싶은 직원’을 전입 요청하도록 했다.

여기서 실, 국, 사업소장이 ‘함께 근무하고 싶은 직원’으로 지목하지 않은 129명은 현장시정추진단을 통한 퇴출의 우선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결국 공무원노동자들이 실, 국, 사업소장이 자신을 ‘함께 근무하고 싶은 직원’으로 지목하도록 그들에게 줄서기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은 불 보 듯 뻔하다. 실제 퇴출명단 작성 과정에서 인기투표, 심지 뽑기 등이 진행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장시정추진단 추진배경에 대해 유럽 프로축구의 예를 들며 “유럽 프리미어 리그 20개 축구팀 중 매년 3팀은 2부 리그로 내려가고, 2부 상위 3팀은 1부 리그로 다시 올라 온다”라며 “업 앤 다운 방식으로 하면 경쟁력이 생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가 밝힌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올라가기 위한 ‘경쟁력’은 실, 국, 사업소장에게 ‘함께 근무하고 싶은 직원’으로 지목되기 위해 열심히 아부하며 줄서기를 하거나, 창의적 발상보다는 옆에 있는 동료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방법을 열심히 고민해야 하는 일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낙삼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객관적 자료도 없이 진행되는 퇴출제는 공무원들의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으며 불합리한 부패비리를 창출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고연령, 하위직 공무원에게 몰아친 퇴출

또한 이번 퇴출명단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고연령, 하위직 공무원이다. 확정된 102명을 직급별로 보면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이 93명으로 91%에 이르며, 50대 이상이 54명으로 절반을 넘어선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고위층이 자신의 무능력을 감추고 책임을 돌리기 위해 하위직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며 “실제 퇴출해야 하는 직업군의 설문조사 1위는 56%를 차지한 국회의원인데 공공서비스가 점점 더 열악해지는 것이 과연 하위직 공무원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총액인건비제 도입에 공무원 노동자에게 부는 구조조정 칼바람

한편,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공무원퇴출제를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데는 행자부가 시행하고 있는 ‘총액인건비제’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행자부는 작년 각 단체장이 총액인건비 내에서 기구와 정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행자부가 제시한 총액인건비 상한선을 넘어 인건비를 쓰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교부금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명재 행자부 장관은 퇴출제도의 객관화를 위해 “성과관리제, 다면평가제, 총액인건비제”를 잘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지자체들은 인건비의 상한선을 넘지 않기 위해 지자체는 무능력 공무원 퇴출이라는 명목으로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정부는 이미 작년 말 공무원 인력감축 계획을 발표해 구조조정을 예고했고 총액인건비제 실시로 인건비 감축과 이에 따른 교부금 지급을 약속했다”라며 “이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공무원퇴출, 특별관리제 등이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필연적으로 연결될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오세훈 시장이 공무원 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고집을 꺾지 않고 진행한 공무원퇴출제 ‘현장시정추진단’이 남긴 것은 높은 사람에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찍히고 싶어 줄서기에 목 멜 수밖에 없는 공무원 노동자와 상시적 구조조정에 떨며 생존을 위협받아야 하는 공무원 노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