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지부, 어떻게 멋지게 질 것인가 결단해야 할 때"

공장 담장 안 노동조합운동 각성의 기회로

현대차 노사의 두번째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22일 밤 10시 40분경 28차 지부교섭에서 7시간 40분만에 08년 단체협상을 '잠정합의'하고 나오는 현대차 노측, 사측 교섭위원들은 어쨌든 잠정합의를 해놓고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될 것이라는 자신감 있는 얼굴이 아닌 모두 '찜찜한' 표정들이었다.

  23일 현장조직들의 잠정합의안 반대 대자보를 조합원들이 보고 있다.

28일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 정몽구 회장이 동행하기로 했고 그 전에 현대차와 기아차 임단협을 마무리하려는 상황에서 현대차 사측이 성과금 300%에 성과금 400만 원 한방 돈으로 끝내려는 뻔한(?) '수'에 노측은 동의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08년 단체교섭을 시작하며 '산별 중앙교섭 쟁취와 야간노동 철폐'를 주요 목표로 내걸었었다.

'산별 중앙교섭 쟁취'의 의미는 기업별 단위노조 '현대차노동조합'이 아닌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로 현대차 사측을 산업별 노사협상에 참여시킨다는 의미였다. 중앙교섭을 위한 금속노조 방침에 따른 현대차지부의 부분파업에도 끝내 현대차 사측은 산별교섭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목표 '야간노동 철폐'. 현대차는 주간 10시간 야간 10시간 맞교대(10+10)로 공장 생산라인이 돌아가고 있다. 야간노동이 인간의 생체리듬에 미치는 심각한 악영향을 현대차 노사가 인지하고 지난 2005년 단체협상에서 2009년 1월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하기로 합의했었다.

올해 현대차지부 단체협상이 시작되고 조합원들의 최대 관심은 단연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위한 세부안이었다.

윤해모 집행부는 시급제 임금체계를 월급제로 전환할 때 손실되는 생활임금 보전을 위한 '임금 삭감없는 월급제', 10+10 주야맞교대에서 주간연속2교대제로 변경될 때 생산물량을 맞추기 위해 회사가 노동강도 강화를 주장하더라도 '노동강도 강화 없는' 그리고 회사의 설비투자없이 '전환배치로 인한 고용불안 없는' 3무 원칙을 내세워 협상에 임하겠다고 선언했다.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자본가에 얼마에 팔 것인가 하는 '돈' 문제도 무척 중요한 문제지만, 현장 조합원들은 첫번째 잠정합의안을 역대 최고 반대표(2만6252표, 61.21%)로 부결시켰다. 돈 문제보다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안을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이 분석했다. 시행시기 또한 2009년 9월로 후퇴됐다.

그리고 두번째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애초 잠정합의안 일시금에 100만 원이 추가됐고 조합원들이 기대했던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안은 별반 진전된 안이 없어 보인다.

23일자 홍보물을 통해 민주현장, 민노회, 공투위, 민혁투, 현장연대 다섯개 현장조직이 모인 '주간연속2교대 완전쟁취를 위한 현장실천단'은 두번째 잠정합의안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했다.

"임금인상안과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안을 분리 총회하자. 주간연속2교대제는 시간을 갖고 조합원이 납득할 수 있는 안으로 논의하자."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생산물량 보전을 위한 대안으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생산설비투자 확대, 신규인원 고용"을 내놓았다.

또 "윤해모 집행부는 단체협상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조합원을 믿고 조합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충고했다.

현대차 노측은 매년 변하지 않는 뻔한(?) 사측의 전략에 또 속을 것인가? 조합원들은 돈만으로 행복할까?

두번째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총회를 통해 가결이 된들 산별 중앙교섭 쟁취와 야간노동 철폐를 주요 목표로 내걸었던 '08년 단체협상'이 승리한 것일까?

어느 누구도 현대차지부 윤해모 집행부가, 아니 어느 누가 교섭위원이 돼 사측과 협상을 벌이더라도 '08년 단체협상'을 위해 대의원대회에서 통과시킨 대안과 3무 원칙을 고스란히 쟁취할 거라 예견하지 않는다.

다만 뻔한 '수'에 더이상 휘말리지 않는, "현대차지부는 어떻게 멋지게 질 것인가를 결단해야 할 때"라고 노동자들은 말한다.

공장 담장 '안' 노동조합운동이 아닌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규직, 비정규직 그리고 지역을 넘어 '더불어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사회적 토대'를 위한 수단으로 노사 교섭에 임하는 노동운동 본연의 '전략'을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환기'해야 하지 않을까.